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 주자를 둘러싼 줄서기가 치열하다. ‘대세론’을 내세우고 있는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과 신친문으로 등극한 김진표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의 경우 ‘이재명 갈라치기’ 전략으로 친노와 친문 주류를 갈라놓으면서 판을 흔들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3철’ 인사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의 지지를 얻어 내는 성과를 이뤘다. 전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적군보다 치열’하게 경선을 치르면서 앙금이 쌓여 있었다.
 
주류 속 비주류 인사들도 분화되기 시작했다. 당초 정세균계로 알려진 김진표 의원이 나서면서 정 전 국회의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을 등에 업고 당대표에 오른 추미애 대표는 이해찬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당 대표 경선에서 컷오프 되자마자 이해찬 의원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친문 주자임을 내세워 출마한 박범계 의원도 이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친문 당권 주자였던 최재성은 의원은 ‘침묵’하고 있다. 이해찬·김진표·송영길 3명의 당권 주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종국에는 김진표 의원을 지지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최 의원은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당시 추미애 대표가 영입한 송기호 변호사가 당협위원장으로 있어 만류했지만 최 의원은 ‘친문’임을 내세워 출마한 바 있다.
 
이해찬·김진표 두 인사에 대한 줄서기는 최고위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훈 의원과 남인순 의원은 이해찬 의원에게 호감이 많다. 유력한 당대표와 짝짓기를 통해 표를 얻고자 하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문제는 대권 주자가 없이 치러지는 전당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권을 둘러싼 대리전도 치열하다는 점이다. 추미애 대표와 정세균 의원도 ‘대망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주류 속 비주류이자 구민주계인 두 인사가 각각 이해찬, 김진표 양 진영으로 나눠진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인 김두관 의원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당 대표 후보 지지가 엇갈린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 의원은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컷오프를 당했다. 경남 출신인 김 의원은 ‘리틀 노무현’으로 불릴 정도로 친노 성향이 강해 이 의원을 도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김진표 의원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로 같은 경북 출신이며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유력한 경쟁자인 김부겸 장관이 존재한다. 김 장관은 신분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이 의원과는 오랜 동지적 관계인 데다 측근들이 이 의원을 돕고 있어 이해찬 의원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장관은 잠룡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김 의원과 중복되는 점이 많다. 일단 영남 출신이라는 점이다. 또한 국회의원, 장관을 지냈다. 김 의원이 민주당 간판으로 경남도지사에 올랐듯이 김 장관 역시 민주당 후보로 대구에서 당선됐다.
 
게다가 두 인사 모두 중도 합리적 성향으로 표 확장성 면도 비슷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두관 의원으로선 이해찬 의원이 김 장관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이상 이 의원을 지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차기 당대표가 공천권에 세력까지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당 내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관리형 대표’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막판 치고 나오는 게 정치다. 그렇다고 대선 주자들까지 줄서는 모양새는 좀 이르다. 당권이 대권을 넘을 수 없다. 권력 눈치는 당권이 대권을 봐야 한다. 그 중심처 청와대 내부에서 이해찬 의원이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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