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이한 가운데, 국정 지지율 급락과 규제 혁신에 대한 지지층 내부의 반발에 더해 ‘경제 투톱(장하성-김동연)’간 갈등설까지 재점화됐다. 경제 컨트롤타워에서 ‘개혁그룹’과 ‘관료집단’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갈등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은 양상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 간 불화가 진보 진영 내부 갈등으로 확대되더니 급기야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최악의 경제 위기에 따른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뇌관’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제 컨트롤타워에서 시작된 ‘균열’이 당·정·청 전체로 커질 조짐인 가운데 야권엔 정국 주도권을 빼앗아올 ‘절호의 찬스’가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이다.
 

- ‘장하성-김동연 갈등설’ 이면엔 ‘文 대통령에 대한 진보 진영의 실망’
- ‘경제개혁세력’ 철수 신호? 文 지지율 또 최저치... 참여정부 ‘FTA 악몽’ 재현 위기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을 전후로 소위 ‘구걸 논란’이 촉발되면서 문재인 정부 경제 컨트롤타워 내 갈등설이 다시 불거졌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갈등의 당사자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라는 것은 짐작 가능한 일이었다.
 
여러 징후와 소문으로 번졌던 ‘갈등설’은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박 전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청와대와 정부 내 갈등설의 당사자로부터) ‘(정부가)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는 말을 들었다”는 글을 올렸다. 박 전 의원이 언급한 인사는 장 실장으로 추정된다.
 
‘장앤김’에서 ‘김앤장’으로?
경제 ‘우클릭’이 갈등 ‘뇌관’
 

장 실장과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서 각각 개혁그룹과 관료집단을 대표한다. 자연히 두 사람은 현안마다 사사건건 부딪쳤다. 현 정부의 간판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벌여 온 신경전이 대표적이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득이 시장에 분배되고, 그 돈이 다시 내수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미세한 방향 조정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장 실장은 이를 위해 좀 더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김 부총리는 재정 투입의 부작용도 신경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규제혁신→투자촉진→혁신성장’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불거진 ‘구걸 논란’도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장 실장과 ‘기업 투자’를 중시하는 김 부총리 간 엇박자에서 비롯된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다.
 
일부는 두 사람의 갈등을 경제 수장들 간 경제정책 방향과 속도를 맞춰 나가는 과정의 당연한 의견 충돌로 바라보기도 한다. 갈등설이 나오는 것은 삐걱대면서도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므로 ‘건강한 긴장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지표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갈등설’은 이러한 ‘건강한 긴장관계’ 범주를 넘어섰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번 갈등은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 드라이브’를 걸면서 불거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기업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규제 개혁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월 26일 홍장표 전 경제수석을 ‘소득 주도 성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교체하고, 기획재정부 정통 관료 출신인 윤종원 경제 수석을 새로 앉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 2기가 관료 중심으로 흘러가리라는 신호탄으로 풀이됐다. 경제 참모 교체 직후인 지난 7월 9일엔 문 대통령이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문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는 자연스레 김 부총리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당초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장 실장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는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이다. 그러다 보니 관가에선 경제 컨트롤타워를 두고 ‘장앤김이 아니라 김앤장이냐’하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왔고 결국 장 실장의 인내심이 다해 갈등이 폭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제 투톱 간의 불화는 기존 지지층의 분열을 초래했고 이는 자연히 문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추진된 ‘인터넷 은행 은산분리 완화’ 정책에 대해서 일부 진보 진영 시민단체는 “대선공약 파기”라고까지 주장할 정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해 16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정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지난주 대비 2.5%포인트 내린 55.6%로 나타났다. 이는 취임 이후 최저치다. 부정평가 역시 39.1%로 40%대에 육박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이 37.0%를 기록하며 ‘탄핵 정국’이었던 작년 1월 4주 차(34.5%)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혁신성장’ 방점 찍은 文,
김동연 손 들어주자니...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진보층과 호남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층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5.1%p 내린 76.4%였고, 호남에서도 7.2%p 하락한 68.9%를 기록했다. 지지층은 지지층대로 이탈하고,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뽑지 않았던 비판층은 적극적으로 ‘불신’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번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 걸기 방법으로 실시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7.0%였다. 기타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지층 내부 이탈은 ‘경제 컨트롤타워’의 근본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며 “기름과 물이 한 공간에 있으며 사사건건 부딪치니 자연히 지지층에도 균열이 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문 대통령의 규제완화·대한민국 최대 재벌 삼성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은산분리 완화 조짐 등이 맞물려 어쩌면 ‘경제개혁세력’이 문재인 정권과 등을 지며 완전히 ‘철수’하는 사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지지층이 이탈했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결국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를 통해 부처 간 화합을 도모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경제라인 혼선 방지를 위해 한쪽으로 힘을 실어주자니 지지층의 반발이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와 정책연대를 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노동계까지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 문 정부에 직접적인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 성향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정부의 규제개혁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우는 장 실장의 입지가 줄어들면 진보 진영은 더욱 강하게 문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현재의 ‘투 톱’체제를 유지하자니 ‘혁신성장’ 동력 확보가 어렵다. ‘물과 기름’ 같은 ‘장하성-김동연’ 경제 투톱은 혁신성장의 전제인 ‘규제개혁’을 놓고도 대립하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진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2기 개각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들어 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경제팀을 개혁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든든한 방패막이 돼주었던 ‘콘크리트 지지층’이 붕괴된 탓에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지층 이탈에 따른 지지율 급락으로 수세에 몰린 문 대통령에겐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에게 참여정부 당시의 ‘트라우마’가 드리우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더 이상 경제라인의 혼선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두 경제 사령탑의 역할과 정책 수립 및 집행의 주도권에 대한 명확한 업무 분장과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면서도 “문 대통령 입장에선 둘 중 하나를 버리자니 지지율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엔 경제 투톱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경제도 놓치고 지지층도 놓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지율 급락에 내부 동요↑
이해찬號 출범 땐 ‘심화’
 

한편 청와대 내부의 ‘엇박자’는 비단 경제 컨트롤타워 만의 현상은 아닌 듯하다.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한 보고 누락으로 경질설에 휩싸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거취, 조직 개편에 따른 비서관 인사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뒷말이 잇따른다. 이 과정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불편해졌다는 소문도 잇따른다. 임 실장의 독주에 대한 여권 내부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하다 보니 부처들의 불만이 팽배한 게 사실”이라며 “문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질 조짐을 보이자 지난 1년간 숨죽였던 관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만약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된다면 당청 간 소통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해찬 의원과 임종석 실장 간의 악연에 기인한다. 두 사람은 2012년 당시, 19대 국회의원 총선 공천을 놓고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민주통합당 공천이 있었던 2012년 3월 말~4월 초,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해찬 의원은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임종석 당시 사무총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임 사무총장이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일방적으로' 공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해찬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임종석 공천’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당시 이해찬 의원은 ‘탈당’이란 극단적 카드까지 꺼내 들었고, 결국 임종석 사무총장이 사퇴하면서 민주통합당 공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내년 재보선 전에 임종석 실장이 청와대를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이는 앞서간 얘기일 수 있지만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경우 임종석 비실장과의 오래된 갈등이 재연되면서 당청 간 소통에 차질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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