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게 왔다’ 채용 비리·북한 석탄·재벌 규제 등 질타 예상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현 정부 첫 국정감사 일정이 두 달 남짓 남았다. 이번 국감은 정권 교체 후 처음이라 더욱 주목된다. 야당은 단단히 벼르고 있고 여당은 나름대로의 수비 전략을 구상 중이다.

재계와 정치권은 이번 국감은 시작부터 여야가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벌써부터  재계도 대응책 마련이 한창이다. 

물밑에서 총수 증인 채택을 빼려는 움직임과 해당 상임위원회를 돌아다니며 혹시 모를 불똥(?)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슈·논란된 사안들 챙기는 기업들…‘소나기부터 피하자’
총수 증인 채택 빼려는 물밑 작업 한창…상임위 찾는 사람 늘어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여야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냉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과거와 달리 족집게 질문을 준비하고, 감사 대상인 정부 각 부처들과 기업들은 꼬투리도 잡히지 않는 방어 논리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이번 국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데다 그동안 이슈가 많았던 만큼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업별로 국정감사 조기 대응 체계를 잇따라 가동하고 나섰다.

국감 이슈로 떠오를 사안들은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논란이 된 은행권의 채용 비리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2018 국정감서 정책자료’에서도 ‘채용비리로 드러난 형태뿐만 아니라 임직원 추천제 등 공정한 경쟁과 채용을 저하시키는 내용 구조와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업계의 자정 노력은 물론 외부 전문가의 참여, 감독기관의 보다 엄격한 관리 감독 등 다양한 방법이 강구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한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근로자추천이사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낙하산 인사 문제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제도 도입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논란이 됐던 대출금리 조작 문제도 국정감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일부 은행에서 대출자의 소득이 있음에도 소득이 없다고 입력하거나 실제보다 적게 입력하는 대출금리 조작 사례가 적발됐다. 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금리 산정체계 전수 조사와 더불어 제2금융권으로의 조사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당국은 금리가 적절한 기준에 의거해 산정됐는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회장직 유지를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결탁했다는 주장에 대한 여야의 질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전 회장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만큼 그의 최근 발언으로 은행권에 미친 영향이 논란이다.

수입차 업계는 살얼음판이다. 이미 품질 논란으로 국감 때마다 논란이 됐었는데 올해에는 BMW 불자동차 논란을 비롯해 독일산 자동차의 배출가스 조작 등이 거론되며 ‘폭풍전야’다. 올해 국감에서는 단연 ‘BMW 코리아’가 가장 주목 받을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전국민적 이슈가 됐던 녹·부식 결함으로 인해 혼다 코리아가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올해는 BMW 코리아가 그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최저임금 논란이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 관련 정부 정책도 점검 대상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도 국감 이슈로 급부상 중이다.

지난해 나온 8.2 부동산 대책은 이번 국감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조여 주택 수요를 억제시켰다. 하지만 정말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초 나라를 흔들었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 정부 정책도 한국당 등 야당이 집중 공격할 분야다.

남북대화가 물꼬를 튼 만큼 남북경협도 관심이다. 특히 국토교통위원회는 철도복원사업 현실화에 초점을 맞췄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성과를 보여야 다시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며 “이번 국감에서 방어만 할 게 아니라 여당의 능력을 보여주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라돈 침대’ 문제 등 국민안전 대책도 국감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상가임차인 보호 방안, 디지털 성범죄 대책 등 민생 법안들이 국감 단골 메뉴다. 표를 챙기는 것보다 민생을 위한 법안 처리가 앞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감은 그런 의지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총수 망신주기식 증인 채택 없어야

굵직한 논란이 많다 보니 해당 기업은 물론 관련 업계가 서로 손을 잡고 대응 논리 찾기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공연한 사실처럼 일부 대외협력팀 직원들이 조를 편성해 국회와 증권가를 돌아다니며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일부 대외협력팀 직원들은 해당 상임위를 돌아다니며 총수의 증인 채택 여부를 묻거나 해당 위원들이 필요한 제원이 무엇인지를 캐내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단 국정감사에 총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는 한 협력팀 직원의 말처럼 굵은 소나기부터 피하자는 움직임이 기업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매년 진행되는 국정감사다. 잘못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반성하는 장소여야 할 국감이 어느 순간부터 총수들 망신주기로 전락했다. 해명하러 나갔다가 핀잔만 듣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잘못된 일로 국감장에서 머리 숙이는 것보다 일단은 피하고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경영 일선에서 움직이려는 기업인들이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감장만은 나가지 않겠다는 인식이 기업 고위층에 만연하다고 덧붙였다. 과연 이번 첫 국정감사장에는 어떤 총수가 모습을 드러내고 어떤 국회의원이 제대로 된 질문을 할지 두 달 남짓한 국정감사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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