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초기부터 자질 논란을 비롯해 숱한 문제를 야기해 온 송영무 국방장관이 결국 굴욕을 당했다. ‘계엄 문건’과 관련해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부하로부터 하극상을 당하는 대한민국 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민병삼 기무사 대령이 사석에서 내뱉은 송 장관의 말을 폭로해버렸다. 부하가 상관을 만천하에 ‘고발’한 셈이다. 
하극상이, 그것도 철저하게 상명하복에 따라 움직이는 군에서 공개적으로 일어났다면 잘잘못을 떠나 군 조직의 기강 문제로 봐야 하고 그 책임은 마땅히 국방장관이 져야 할 몫이다.
그런데 송 장관은 자책하기는커녕 되레 자신을 ‘고발’한 부하에 ‘거짓말’이라고 맞대응하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고 장관직에 연연하는 모습이 측은지심을 살 정도다. 뼈대 있는 무장(武將)이라면 지휘봉을 놓아야 할 치욕을 난전(亂廛)의 그것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예로부터 장수(將帥)는 실력(智), 소신(信), 인격(仁), 용기(勇), 엄격함(嚴)이라는 덕목을 갖춰야 했다.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야 할뿐더러 변하지 않는 소신이 있어야 하고, 부하들을 아끼며 배려하고, 조직의 에너지인 기를 강하게 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자질을 말함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송 장관은 그 어느 덕목 하나 제대로 갖춘 무장 출신 장관이 아닌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 
‘계엄 문건’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송 장관은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송 장관은 그러한 소신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고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이 두려워 오락가락 말을 바꾸었다. 그 결과, 그는 거짓말 공방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고 말았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사실 송 장관은 그동안 소신 없는 발언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안보관과 국방관은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당장 경질하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수시로 올라왔겠는가. 소신이 없으니 위기관리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송 장관에 대한 부하들의 하극상 역시 그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계엄 문건’ 논란이라는 위기가 닥쳤을 때 정확한 상황 판단과 소신 있는 태도를 끝까지 견지했다면 기무사 부하들이 감히 하극상을 일으킬 생각을 했겠는가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하극상 자체만으로도 부끄러워 해야 할 송 장관은 오히려 하극상을 일으킨 부하들을 탓하며 ‘거짓말’ 논란을 일으키는 용렬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송 장관은 공복으로서의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됐건 ‘계엄문건’ 논란이 하극상이라는 사태까지 낳게 했다면 국방의 수장으로 응당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책임지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자리를 연명하기 위해 교묘하게 언론플레이를 하는 작태를 보여 어안이 벙벙한 지경이다. 
하극상을 당한 장관이 계속 앉아 있으면 장관의 영이 서질 않고 군기는 해이해지기 마련이다. 명예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군으로서 있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 만큼 군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송 장관은 자신의 거취에 결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군이 산다. 
국민들은 입만 열면 구설에 오르는 송 장관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난감해 한다. 5명의 장병이 숨진 ‘마린온 참사’와 관련한 유족들의 분노에 “의전 문제가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황급히 사과하고, 일일이 거론조차 하기 민망한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는 그를 어찌 해야 할지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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