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국민은행 신기술팀 J팀장이 올 초 하나은행에 스카웃 돼 팀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비롯됐다. J씨는 신기술개발팀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 김정태 행장이 지난 2001년에 직속 CTO(최고 기술책임자)로 발탁한 사람이다. 그는 그동안 차세대뱅킹시스템(NGBS) 팀장과 신기술 팀장을 역임하면서 차세대 프로젝트의 적용 기술·범위 등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J씨가 몸담았던 신기술개발팀은 국민은행의 주요 전산부서다. 이처럼 막중한 임무를 맡았던 그가 국민은행을 그만둔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국민은행 측은 “J씨의 후임자로 새 인물 영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 같은 부서 파트장의 직무 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문제는 신기술전산개발팀장 대행 인사에서 발생했다.

새로 내정된 C팀장 대행은 개발 경험이 없는 경력 2∼3년의 계약직 직원이어서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는 것. 한 관계자는 “이론적인 지식만 갖췄을 뿐, 은행업무·체계도 모르고 개발 경험도 없는 사람이 인사권자의 말 한마디에 팀장이 됐다. 체계적인 인사시스템 없이 또 구 주택은행 직원 위주의 막무가내 인사가 이뤄졌다”고 한탄했다. 그동안 잠시 잠잠해졌던, 국민은행 합병 후유증이 이번 인사로 또 다시 수면에 떠올랐다.주택은행과 국민은행 합병 이후 국민은행 출신 직원들의 항의가 거셌다. 합병 비율과 상관없이 주도권이 주택은행출신 직원들에게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출신 직원은 “김정태 행장을 주축으로 대부분 임원이 주택은행 출신으로 이뤄졌다. 공식적으로는 외부 인사 영입으로 형평성을 맞춘 듯 했지만 그들 중 주택은행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인사를 총괄 담당하는 김영일 부행장 역시 김정태 행장의 측근으로 주택은행 출신 임원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김영일 부행장의 인사 책정 방식에 대해 불만을 갖는 직원들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전산부의 한 직원은 “국민은행 인사 시스템 자체가 허술한 점이 많아 비공개적 인사가 많다. 한번은 김영일 부행장이 술자리에서 직원의 인사여부를 결정지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특히 합병전 국민은행 출신 직원들은 “비공개로 이뤄지는 무원칙한 인사운영으로 각 지역 본부장이나 부행장에게 줄서기 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며 “김정태 행장 자신도 줄서기에 동참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한 지붕 아래 두 노조’형태를 지닌 국민은행은 합병한지 3년이 지났지만 완벽한 결합을 위해선 좀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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