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LCD 협력단지 조성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일대에 협력단지 조성 계획안을 확정하자 인근 주민들은 ‘환경오염 문제 및 부동산 개발 투기 의혹’ 등을 제기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와 대기업이 단지 조성을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단지 조성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

지자체 대기업 뒷거래 있나

파주시와 경기도지방공사는 최근 4,717억원을 들여 59만여평의 LCD 협력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안을 확정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약 19만평의 파주시 문산읍 당동지구는 외국인투자기업 전용단지로, 선유지구는 40만평 규모의 국내기업 전용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파주시는 LG필립스LCD 본공장이 위치한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부근의 약 50만평을 협력단지로 조성키로 했으나 용지부족과 묘지 이장 등 민원이 제기되면서 당초 계획을 수정하고 최근 당동·선유지구를 조성한다는 계획안을 확정한 것.이런 계획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 등 여타 기업들은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 직접 부지를 매입하는 경우가 대부분. 반면 LG필립스LCD는 파주시와 경기지방공사가 단지조성에 직접 나서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이처럼 지방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지구 지정을 앞두고 지자체와 대기업간의 뒷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당동·선유지구가 부동산 개발 가치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필립스LCD 본공장이 위치한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부근에도 현재 50여만평의 공장부지가 있음에도 불구, 파주시가 땅값이 저렴하고 문산 시내의 경계인 당동·선유지구에 협력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또한 LCD산업이 이미 공급 과잉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LCD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은 지자체와 대기업의 합의하에 산업단지 조성을 빌미로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당동지구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2016년까지 파주시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임진강, DMZ 등 문산 인근의 환경 자산을 활용해 문화, 관광을 유치하고 개성공단 등 남북교류의 배후도시로 자리잡는 것이 파주시의 기본계획이었다”며 “LG필립스 본공장과 20km 이상 떨어진 문산 당동과 선유지구를 협력단지로 조성하는 이유는 부동산 투기로 재미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선유지구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협력단지가 1km 이내에 조성되지 않으면 장비부품의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협력업체들도 꺼리는 상황”이라며 “당동지구는 개성공단과 연계성이 높고 선유지구는 미군부대가 철수하기 때문에 택지조성 등으로 부동산 개발을 통해 엄청난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파주시가 당초 계획을 뒤집고 방향전환을 했다”고 주장했다.문산의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실제 LG필립스 본공장이 위치한 월롱면 덕은리의 경우 땅값이 평당 500만원을 호가해 부동산 개발의 매력을 이미 상실했다”며 “파주 문산지역은 공시지가가 평당 10만원 정도여서 이 땅을 개발할 경우 투자이익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부 문산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동·선유지구가 조성되면 문산 시와의 경계라는 측면에서 최소한 월롱면의 평당 지가에 이르는 땅값 상승이 예상돼 50만평을 개발할 경우 약 2조원 가량의 부동산 개발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에 대해 LG필립스LCD 관계자는 “파주시에 본공장을 지정받은 이후 협력단지 조성을 요청했으나 지구지정에 대해서는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았고, 특히 이번 당동·선유지구 조성에도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양립 문제

특혜 의혹과 함께 주민들은 당동·선유지역 LCD 협력단지가 조성될 경우 거주지와 근접해 있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당동지구의 경우 주공, 장안, 세아, 세성, 효형 등 약 6,0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나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규모 공장단지가 조성되기 때문.또한 당동지구가 조성되면 문산북중·고교를 둘러싸게 되는 등 초·중·고교 3개교가 근접해 있고, 선유지구도 문산여중·고교가 단지에 근접해 있어 단지위치 지정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당동지구 주민대책위원회 박찬섭 위원장은 “아파트 밀집지역인 당동에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규모 공단이 조성될 경우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경기도가 LG필립스LCD와 협의해 당동지구를 협력단지로 정한 것은 대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한 졸속행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당동지구 협력단지 설계도를 보면 임진강을 끼고 있는 당동지구 배수펌프장 옆에 폐수종말처리장을 설립할 계획이어서 임진강 등 주변지역에 치명적인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특히 LG필립스LCD 구미공단의 경우 발암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많이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당동·선유지구 주민들은 ‘공단과 거주지는 양립할 수 없다’며 공단 조성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환경연합 관계자는 “LG 구미공단의 경우 화학물질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많은 물을 사용하게 되는데 문산에 협력단지가 들어설 경우 LCD 부품 공장에서 나오는 중금속과 화학물질 등이 섞인 공장 폐수가 문산천, 동문천 등 샛강에서 임진강으로 흘러들어가 심각한 환경 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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