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 18일 첫 회의를 열어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의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이날 헌재는 첫 공개변론기일을 오는 30일 오후 2시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논고할 ‘검사’역의 국회탄핵소추지원단과 이에 맞서 노 대통령을 변호할 법률대리인단의 ‘대결’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특히 청와대를 떠났다가 탄핵 사태를 맞아 구원투수로 ‘컴백’한 문재인 전민정수석과 향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피소추인인 노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함을 입증, 피소추인을 파면시키는 역할을 맡게 될 김기춘 법사위원장간의 ‘빅매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격돌이 임박한 양측 지원단, 일명 ‘창과 방패’의 면면을 살펴봤다. 윤곽을 드러낸 양측의 대리인단은 유력 법조인과 헌법전문가가 총출동한 양상이다. 각각 법리대결에서의 승리를 목적으로 전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등 ‘거물’을 영입, 말 그대로 ‘창과 방패’의 진용을 짰다.

현재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변론을 맡기 위해 선임계를 낸 대리인은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헌법재판관을 지낸 하경철변호사로, 각각 간사와 변호 실무를 맡기로 했다.하 변호사는 지난 1987년 노 대통령이 대우건설 노동자 이석규씨의 보상문제로 구속됐을 때 변호인을 맡은 인연이 있다. 이 때문에 만일 노 대통령이 직접 변론에 나설 경우 당시 부산지검 공안부장으로 노 대통령을 구속했던 주선회 헌법재판관과 변호인이던 하 변호사 등 3명이 같은 법정에 서는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여기에 경실련 대표를 지낸 유현석 변호사가 단장을 맡기로 했고, 전감사원장으로 한겨레신문 창간위원장, 방송위원회 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낸 바 있는 한승헌 변호사가 고문 역할을 승낙해 참여가 확정됐다.여기에 대법원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이용훈 변호사와 백승헌 민변부회장을 비롯 대통령의 사위가 근무중인 법무법인 ‘화우’의 양삼승 변호사가 참여한다.

양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연구부장과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 또 노대통령의 사시 동기(17회)인 조대현, 강보현 변호사도 함께 참여키로 하는 등 대리인단은 국내 유력 법조인이 망라된 상태다.이에 맞서 탄핵심판 소송을 수행하는 국회측의 수행대리인단(소추지원단)에는 김기춘 국회법사위원장을 주축으로, 국회법사위원장과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병채 변호사와 이시윤 전 감사원장, 정기승 전대법관을 비롯 임광규, 안동일, 민병국, 김기수, 이진우, 김동철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또 국회측 수행대리인단 총괄간사에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균 의원이 내정됐고, 한나라당 박희태, 강재섭 의원, 민주당 함승희, 박상천 의원 등 율사 출신 의원들이 대부분 지원단에 참여할 예정이다.김기춘 위원장은 이 밖에 헌법학 교수 등 10여명의 자문위원단도 구성했으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처럼 윤곽을 드러낸 양측의 대리인단은 향후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청와대를 떠났다가 구원투수로 ‘컴백’한 문재인 전민정수석과 ‘검사’의 역할을 맡아 노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함을 입증, 피소추인을 파면시키는 역할을 맡게 될 김기춘 법사위원장간의 ‘빅매치’.우선 이른바 ‘간사 변호인’을 맡아 탄핵정국의 중심에 선 문 전민정수석은 노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데다 강직한 성품이어서 이번 탄핵심판 사건의 변호인으로는 최적임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문 전수석은 노 대통령을 방문한 자리에서 야당의 탄핵소추안 가결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전수석은 당초 네팔과 태국을 거쳐 티베트까지 여행할 계획이었으나, 탄핵소추 뉴스를 듣고 어려울 때 대통령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곧바로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문 전수석은 사퇴 직후 사석에서 “4·15 총선이 끝날 때까지 국내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측은 그의 역할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거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수석의 본격적인 활동은 지난 17일 밤부터 시작됐다. 노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지난 17일 밤 11시께 이 사건에 대한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 의견서는 하경철 변호사와 문 전수석이 작성했다. 이 의견서에서 변호인단은 “사안의 중대성 그리고 본건이 앞으로 역사적 선례가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규정의 미비로 인한 절차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주장했다.이외에도 의견서에는 ‘탄핵사유가 명확하고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 ‘이번 사안이 노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국회법 위반 논란’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노 대통령의 ‘유죄’를 주장할 검사에 해당되는 김기춘 법사위원장 역시 1965년 광주지검 검사로 출발해 검찰총장과 법무장관까지 지내, ‘탄핵검사’로서 적합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특히 김 위원장은 경우에 따라 노 대통령에 대한 직접 신문 여부도 결정할 수 있어 향후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헌재의 결정 방향에 대해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만큼 헌재에서 그 뜻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김 위원장은 또 “국민과 국가를 위해 불행한 일이지만 노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며 ‘탄핵검사’로서의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김 위원장은 이어 “이번 탄핵 사태로 10여 년 만에 본의 아니게 다시 검사로 돌아가게 된 것 같다”며 “탄핵심판청구서에 대한 노 대통령측의 답변서를 보고 노 대통령에 대한 직접 신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헌재 심판장에 불러 신문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어찌됐건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의 대리인으로서 각각 다른 역할로 대결을 펼칠 국회탄핵소추지원단과 법률대리인단의 ‘대결’이 임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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