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그룹 장세주 회장이 공격적 경영을 펼치고 있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 회장은 그간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러왔다. 하지만 최근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처분을 받으며, 숨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일까. 최근 창립 50주년을 맞은 동국제강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해운·물류·건설업 등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3세 경영인인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은 지난 2001년 취임초기, 경영권 승계 및 부의 세습 등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장 회장에게 또 하나의 암초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빚어진 배임 및 횡령 혐의다. 지난해 4월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01년 장세주 회장 등이 회사예금을 담보로 개인용도의 대출을 받은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잡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장 회장과 동국제강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검찰은 최근 장 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1999년 9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친척들이 439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6차례에 걸쳐 회사예금 465억원을 담보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회장은 또 2001년 4월부터 재작년 3월까지 7차례에 걸쳐 회삿돈 160억원을 인출해 개인대출을 상환하거나 20억원대의 상속세를 납부하는데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장상태 명예회장이 사망한 뒤 상속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공시사항 여부 등을 잘못 판단했을 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장 회장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이런 해명에도 불구, 장 회장과 동국제강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실제로 검찰은 “회사 피해액을 변제했고, 회사 또한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상장 대기업의 대주주로서 탈법을 저지른 만큼 모럴해저드 차원에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이와 같은 악재속에서도 장 회장은 철강업 호황과 철저한 책임경영 등에 힘입어 취임 이후 3년간 창사이래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올렸다. 이로 인해 경영권 세습과 검찰 수사 등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특히 장 회장은 최근 공격적 경영을 통해, 기업문화의 쇄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국제강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신사업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동국제강은 지난 7월 초 창립50주년 기념식에서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 ‘사업의 포트폴리오 고도화’, ‘조직역량 강화’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이 계획에 따라 철강사업 등 기존사업을 강화하고, 운송 및 물류, 해운, 건설 등의 신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한다는 전략이다.

동국제강의 이같은 몸집불리기는 철강업 호황에 따른 막강한 자금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풍부한 유보자금을 활용해 기업 인수, 신사업 진출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동국제강은 지난해 3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중 영업이익이 2,590여억원에 이른다. 또 올해도 4,7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등 자금사정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그동안 보수적인 기업이미지가 강했다. 신규사업 진출보다는 내실경영 위주의 사업을 해왔다”며 “그런데 최근 사업확장을 통한 공격적 경영으로 전환한 것은 기업문화가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3세 경영인인 장 회장체제가 안정되고 철강업 호황에 따른 유보자금이 풍부해지면서, 신사업 진출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국제강의 사업확장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올해 M&A시장의 최대어인 한보철강과 범양상선 인수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한보철강의 경우, 철강업계 2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INI스틸(현대하이스코와 컨소시엄)에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준 상태다. 하지만 현재 동국제강(포스코와 컨소시엄)은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한보철강 인수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동국제강은 또 범양상선 인수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범양상선은 철광석이나 석탄을 실어나르는 건화물 벌크선 회사다. 따라서 동국제강은 철강제품 수송과 관련된 노하우를 해운업과 연계,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2002년 법정관리에서 탈피한 범양상선은 해운업의 지난해 호황에 힘입어 매출액 1조9,771억원, 영업이익 778억원을 기록하는 등 알짜회사로 변모하고 있다.이 때문에 동국제강으로서는 범양상선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동국제강의 범양상선 인수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현재 범양상선 인수적격사로는 동국제강을 비롯, 금호 아시아나 E1 STX 등 8개사가 뽑혔으며, 이중 동국제강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동국제강 관계자는 “범양상선 인수 등 신사업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며 “기존 철강산업을 축으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고 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신사업 진출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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