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지금 어떤 인터넷통신 이용하세요? 저희 통신사로 이동하시면 ‘인라인스케이트’ 등 사은품 제공과 함께, 1개월 사용료 무료, 3년간 월 사용료도 할인해 드려요.”최근 들어, 인터넷 통신 가입을 권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한정된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하는 인터넷 통신사들은 ‘신규 가입 유치’에 혈안이 돼, 한계선을 넘고 있다. 과열 경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소비자들. 신규 가입자들은 “가입 전에는 온갖 사탕발림으로 가입을 유도한 후, 가입 후에는 나 몰라라 입 닦고 있다”며 “부당한 설치비 요구와 현저히 떨어지는 속도·서비스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것은 사기다.”3년간 하나로통신을 사용해 오다, 최근 두루넷으로 통신사를 옮겼다는 최모(37)씨는 “가입 전에는 1개월 무료 사용, 1% 가격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고 하고선 개통 후의 새 담당자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했다”며 ‘사기’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약 1,000~1,100만명. 1위 업체는 KT로 가입자수 약 80~100만명을 자랑한다. 2위는 3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하나로통신. 그 뒤는 두루넷, 온세통신 등을 포함해 지역유선 업체와 다수의 후발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미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포화상태. 결국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타 업체의 고객을 뺏어 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혜택은 ‘해약 위약금 보상’이다. 타 회사로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약정계약’ 고객까지 뺏으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반포동에 거주하는 박모(28)씨는 “얼마 전 온세통신사가 전화를 걸어, 약정 계약으로 인한 해약 위약금을 ‘최대 20만원까지 보상해 주겠다며 신규가입을 권했다”며 “기존 통신 서비스에 불만족해 이동 가입을 고려했다면 솔깃했겠지만, 오히려 차라리 그 돈으로 기존 통신요금이나 할인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과열경쟁에 대해 정보통신위원회 측은 “가입비·설치비·월 1개월 이용요금 면제 등의 조건을 사업자가 제시하는 것은 인터넷사업자 서비스 이용약관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사업자는 금지행위로 제재를 받고, 별도 계약 조건을 신뢰한 가입자에게는 조건을 이행해야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지한 소비자는 억울하게 당하기 일쑤고, 사업자가 제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소비자들이 인터넷통신사들에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은 ‘약정계약’에 따른 위약금 지불 문제다. 각 업체들은 일정 기간 동안 한 통신사를 꾸준히 사용하는 조건으로 월사용료 할인 혜택을 주고, 대신 중도 해지시 할인 혜택받은 돈을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약정계약 후, 거주지 이전으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 △서비스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경우 △개인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 등의 상황에도 어김없이 할인 반환금이 청구돼 소비자들은 강한 불만을 느낀다.

할인 반환금 청구 규정은 사업자마다 처리 방식이 달라 정답이 없는 상태. 하나로통신 측은 “거주지를 이전해 동일 상품의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해도 대체 상품이 있으면 할인 반환금을 부과하는 것이 규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위약금을 면제 받을 수 있는 고장 사유 또한 “누적 시간이 72시간 이상 발생하거나 1시간 이상의 고장이 월 5회 이상, A/S를 월 3회 이상 받을 경우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약정계약 역시, 계약 만료 시점에서 ‘약정계약 해지’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장 계약된다. 자동 연장 계약이 된다는 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온세통신 사용자 류모(33)씨는 “약정 계약이 끝난 후 통신사가 전화를 걸어 1개월 무료 사용권을 주겠다고 해 한달 더 사용했는데, 알고 보니 연장 계약됐다. 불쾌한 마음에 해지하려 했더니 1개월 무료금액과 지금까지 할인 받은 금액을 내라고 했다”며 황당해했다. 인터넷 통신은 해지도 어렵다. 하나로통신 사용자 김모(14)군는 “3년 약정 계약 만료 후 ‘해지’하려 했더니 추가로 3년 약정을 해야 기존에 사용했던 금액이 할인된다며 재가입을 요구했다. 몇 개월 지나고 나서 근거 없는 거짓말이란 걸 알았다”며 억울해했다.

또 다른 사용자 문모(15)군은 “사용한 계약기간과 설치비·모뎀임대료까지 위약금으로 부과해 도저히 해지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초기엔 모뎀임대료가 ‘무료’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계속 사용료가 부과됐다”고 밝혔다. 모뎀 사용료 면제 부분도 꼭 확인해야 한다.온세통신 성남 지점에 근무했다는 김모(25)씨는 “처음 회원을 모집할 때 최저 가격을 제시하고 나중에 부가세와 모뎀 대여 사용료를 부과하라고 시킨다”고 털어놨다. 부당한 설치비 요구도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위. 최근 두루넷을 이용하다 온세통신으로 통신사를 옮긴 고모(27)씨는 “위약금을 내준다는 말에 안심하고 온세통신으로 전환했는데, 온세통신 전환 후 인터넷속도가 급격히 느려져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다. A/S를 두 번이나 받았으나 개선되지 않아 해지했는데, 설치비로 3만 7,000원을 내라고 했다”며 격분했다.

고씨는 “기존 두루넷 회선에 온세통신 모뎀만 설치해 사용했는데, 왜 설치비를 요구하는지 이해되질 않는다. 더군다나 속도가 느려, 개통 후 한 달 내내 인터넷 사용도 못했다”고 설명했다.초고속 인터넷 사용자들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각 통신사들의 대처는 미비하다. 특히 각 지역 통신 사업국에 가입된 고객들은 A/S신청 등의 접수가 본사로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업계관계자는 “가입 유치에 혈안이 된 상담원의 말을 그대로 믿거나, 서비스 질에 상관없이 사은품에 현혹돼 신규가입 또는 이전 가입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다”며 주의를 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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