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근무 꺼려 vs 방사능 노출 문제 없어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이스타항공이 지난 7월 일본 이바라키에 신규 취항하면서 방사능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직원들이 이를 반발하며 노사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측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정기운항을 강행했고, 최근에는 직원들의 일본 이바라키 운항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승무원들이 이바라키 스케줄을 불이행하는 MF(Miss Flight·미스 플라이트)가 이어지자 회사가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인턴이나 진급 앞둔 승무원들 위주로 비행에 넣었다는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사 내부에서만 세슘 수치를 재검사하면서 직원 불안만 잠재우고 정작 소비자들에게는 관련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고지가 없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취항 후 내부서 논란 일자 세슘 수치 재검사
승무원 불안감 극에 달해…스케줄 거부하기도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일본 이바라키 운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으로 방사능 노출 우려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31일부터 인천-일본 이바라키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이바라키 노선은 189석의 B737-800 기종으로 주 3회(화·목·토요일) 운항한다. 업계에서는 세슘과 방사능 노출 우려로 이바라키 신규 취항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바라키 현은 2011년 3월 원전 사고 직후 시간당 방사선량이 정상치의 110배 수준인 5575마이크로시버트(μSV)로 관측됐다.

2015년에는 일본 후쿠시마 제 1원전에서 남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이바라키 현 앞바다에서 방사성 세슘 농도가 상승했다고 일본 해양연구 개발기구 혼다 마키 선임 기술연구원이 미국 ‘화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수심 500m와 1000m에서 해저 퇴적물을 회수해 분석했다. 게다가 정부는 2013년 9월 9일부터 이바라키 현을 포함해 일본 8개 현의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한 상태다.

취항 전부터 거센 반발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취항 전부터 방사능 노출을 우려하며 이바라키 노선 운항에 반발해왔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이바라키 노선 취항 의견을 묻는 자체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조사에 참석한 인원 76명 중 73명의 조합원이 취항을 반대했다. 3명은 보상이 있을 시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일부 승무원들은 취항 후 계속해서 이바라키 스케줄을 불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객실 승무원 A씨는 “승무원 대부분이 신규 취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왔으나 회사가 이를 무시한 채 운항을 강행했다. 그래서 불안감을 느낀 직원들의 스케줄 불이행도 다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객실 승무원들 사이에서 스케줄에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운 인턴들과 진급 대상자들 위주로 이바라키 스케줄이 짜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A씨는 “인턴들이 무슨 죄인지 모르겠다. 정직원 전환이 안 될까 봐 무서워서 근무 거부도 못한다”며 “진급 대상자들과 인턴들 기준으로 (이바라키)스케줄이 많이 배정된 것 같다. 우리 기수는 취항 후에 스케줄 배정을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회사가 내부 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목적으로 메일을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논란이 일자 회사 측은 “많은 논란 속에 이바라키 첫 편 운항이 시작됐다. 7월 31일 운항 노동조합 대표가 직접 이바라키 운항 중 수치를 측정했다. 그 수치는 정상 수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측정 결과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운항을 즉시 중단할 것”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또한, “동계 영업스케쥴(10월 27일) 이후 비운항 부분도 회사는 고려하고 있다”면서“본부 역시 여러분의 불안감과 우려를 공감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 동계 영업스케쥴 전까지 1회 이상은 해당 비행에 배정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내부에서만 이런 안내문을 돌리며 취항 후에 내부적으로 세슘 수치를 재검사하는 것은 직원 불안만 잠재우고 소비자들에게는 이와 관련한 충분한 안내가 없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턴 위주 스케줄 사실무근”

전직 이스타항공 객실 승무원 B씨는 “회사가 직원들의 불안감도 해소하지 못한 채 취항을 강행한 것을 두고 내부에서 말이 많다”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세슘 재검사 사실 등을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직원들의 불안에 대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최근 자체적으로 세슘 수치를 측정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에게 순차적으로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의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스케줄은 랜덤으로 짜고 있다. 인턴 등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직원들만 뽑아 스케줄을 편성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스케줄이 돌아가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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