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명령에도 꿈쩍 않는 수입차… 체계적인 정책 마련해야

-잦은 차량 결함에 수입 상용차 차주들도 소송 제기
-국토부, BMW ‘늑장’ 리콜… 한국소비자원 ‘뒷짐’

BMW코리아가 잇따른 차량 화재로 지난 20일 대규모 리콜을 개시했지만, 안전 진단을 받고도 화재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분노가 증폭되고 있다. 국토부는 담화문을 3번이나 발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BMW는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을 시인한 것 외에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상용차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토부는 아우디·포드·캐딜락·혼다와 함께 다임러트럭에도 결함이 발견돼 자발적으로 시정조치 한다고 밝혔다. 앞서 만트럭, 볼보트럭 차주들도 차량 결함을 주장하는 공동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수입차 전반에 대한 국내 소비자 불만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근 국회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국토교통위원회)이 소방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화재가 발생한 BMW는 총 384건이었다. 이중 지난해 발생한 BMW 차량 화재 사고는 94건으로 2013년 44건에 비해 2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에서 발생한 화재 차량은 2013년 391대, 2014년 409대, 2015년 462대, 2016년 508대, 2017년 516대, 올 6월 말 현재 289대 등 총 2575대로 집계됐다.
 
BMW 차량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2013년~올해까지(사망 1명·부상 7명) 총 8명으로 조사됐다.
 
이날 BMW코리아는 공식 입장을 밝히는 자료를 통해 “이는 사실무근이며 차량 결함으로 인한 화재 사상자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올해 있었던 사망 사고는 기계적 결함 때문이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가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4% 증가한 2만518대로 집계됐다.
 
이처럼 수입차의 판매량과 국내 시장점유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수입차 브랜드의 안전 관리 의식과 사후 서비스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입 상용차에도 적용된다. 올 들어 국내 수입 화물차 차주들은 차량 결함을 주장하면서 공동으로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별다른 조치 없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다임러·만·볼보 트럭 차주들 연대해 법적 대응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소유주 72명은 만트럭버스코리아를 상대로 23일 수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벤츠 트럭 48명도 차량 결함으로 신체적 금전적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만트럭 차주들은 “운전대 조향 장치에 하자가 있어 핸들을 틀어도 운전자가 의도한 방향대로 트럭이 진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브레이크 페달과 함께 트럭의 제동을 담당하는 장치인 워터리타더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터리타더가 오일로 작동하던 방식이 냉각수로 작동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나서부터 트럭 엔진에 녹이 생기고 녹가루가 떨어져서 부품들이 고장 났다는 것.
 
볼보트럭도 차량의 노면 충격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운전석에 금이 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임러트럭에서 수입·판매한 아록스 177대는 조향차축과 휠에 연결돼 조향각을 조절해주는 볼트의 조립 불량이 드러났다.
 
이 같은 대규모 리콜 사태에 소비자 단체들은 BMW 판매 중단을 촉구하면서 전반적인 수입차 브랜드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독립적·체계적 수사 가능한 법적 근거 마련해야”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동차 교환 및 환급 요건을 완화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은 자동차를 구매한 뒤 12개월 안에 중대 결함이 3회 이상(기존 4회), 일반 고장이 4번 이상 나타나면 신차로 교환받거나 환불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C&I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는 “소비자분쟁조정기준은 법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력이 없어 소비자가 교환이나 환불 조건을 충족해도 자동차회사의 합의가 없으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면서 “결함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체계를 갖춘 공적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기술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수입차 피해 규모는 2016년에 289건, 2017년에 307건, 올해는 7월까지 160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민간 소비자 단체들은 한국소비자원이 피해구제 및 집단분쟁조정 등에 적극 나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안전 전문가는 “이처럼 정부가 일이 터진 후 늑장 대응만 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 사고 현장에서 직접 제작 결함을 조사하고,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수사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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