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 내정… 헌재, 진보 성향 강화될 듯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 내정… 헌재, 진보 성향 강화될 듯
  • 최진희 기자
  • 입력 2018-08-24 18:24
  • 승인 2018.08.24 18:24
  • 호수 1269
  • 6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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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태 전 민변 회장 … 법원·검찰 안 거친 재야 변호사 출신
- 이은애 수석부장판사 … 여성 · 아동 등 소수자 문제에 주목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음달 19일 퇴임 예정인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창종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석태(65·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와 이은애(52·19기)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21일 지명했다. 두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회 동의가 없어도 임명이 가능하며, 별도 표결은 하지 않는다. 대법원이 후보추천위를 통해 후보자를 추천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직접 지명했지만, 이번에는 추천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후보자를 지명하는 추천 절차를 새롭게 도입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1일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이석태 변호사와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이석태 변호사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면 이 변호사는 법원이나 검찰 출신이 아닌 첫 재야 변호사 출신 헌법재판관이 된다. 또한 이은애 수석부장판사가 임명되면 헌재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재판관 2명의 체제가 꾸려지게 된다.
 
대법원은 이번 임명에 대해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며 “기본권 보장에 대한 신념과 소수자·사회적 약자 보호의지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시킬 능력을 갖췄는지를 주요 인선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자질과 함께 전문적 법률지식과 합리적 판단력,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를 겸비했다고 판단한 이 변호사와 이 수석부장판사를 지명하기로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석태 전 세월호 특조위원장… 盧정부 시절사법개혁 비서관

이날 지명된 이석태 변호사(65·사법연수원 14기)는 충남 서산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과 참여연대 공동 대표를 지냈으며, 인권 변호사로 2015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2004년에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당시 민정수석 비서관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경력에서 나타나듯 이 변호사는 소수자의 보호와 차별 금지, 국민의 기본권 신장 과 국가 권력의 폭력에 대한 감시와 시정 등 공익·인권 분야의 변론을 담당하며 외길을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문치사한 박종철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사건을 맡아 경찰관에 의한 고문·가혹행위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받았고,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의 재심 사건을 대리해 과거의 진실을 규명하고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일본 정부에 대한 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하고, 그 해결을 위한 정부의 작위의무를 촉구하는 결정을 이끌어내는 등 ‘부작위 위헌’ 확인 사건을 대리했다.
 
또 국·공립 사범대 졸업자를 교원 임용에서 우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받아내 교원 임용정책이 사립사범대 졸업자와 평등한 임용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헌법소송 사건을 대리하며 국민의 기본권 신장과 사회 정의 구현에도 기여한 바 있다.
 
헌법소송도 여러 건 맡아 민법상 동성동본 금혼 규정과 호주제 위헌 소송을 대리해 헌법상 평등권과 혼인에 관한 기본권 신장에 기여했다.

진보 색채 짙어져 우려의 목소리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두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재판관에 임명될 경우, 헌재의 진보 성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신임 헌법재판관에 이석태 전 민변 회장을 지명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를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22일 서면 논평을 통해 이석태 전 민변 회장이 참여정권 시절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문재인 민정수석과 함께 근무한 것에 대해 “현직 대통령의 부하직원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겠다는 발상은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이석태 전 민변 회장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또 한편 이석태 변호사가 공동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덕수’는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손배소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덕수’는 지난 7월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형태 공동 대표가 소송대리인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28년간 법관 생활한 이은애 부장판사…헌법 이론에도 ‘능통’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 심의 단계부터 36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이은애(52·사법연수원 19기) 수석부장판사는 28년간 법원에서 근무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는 광주 살레시오여고과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0년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판사로 임관한 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서울고법, 인천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특히 지난 2002년부터 2년간은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근무했다.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 회원으로 창설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져 왔다.
 
또한 ‘여성의 종중원 자격’, ‘호주제 위헌 사건’ 등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해 실무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출산한 경우 아이의 친어머니는 출산을 한 대리모라는 판결을 내려, 출산 과정에서 형성된 모성을 보호하고 여성이 상업적으로 출산에 이용되는 것을 막는 등 생명 윤리와 안전 확보에 기여했다.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08년 인천 콜트악기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정리해고 요건을 엄격하게 심리·적용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유치장에 수감된 피의자에게 대소변장애가 있는 경우, 담당 경찰관이 의료품에 해당하는 도뇨 장비 수수를 금지하는 건 적법한 공무 집행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도 내렸다.
 
대전·충청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의 유족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 이후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에서는,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하는 등 국가의 국민에 대한 보호 및 배려 의무 등을 강조했다.

지난해 2월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부임한 이후엔 이혼사건 조기개입 모델을 도입했으며, 성년 후견감독사건의 업무 절차를 마련하고 후견센터를 개소했다.

이 밖에도 국내 거주 외국인 지원 프로그램, 보호소년을 위한 후견사업, 청소년 소통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사법행정을 통한 사회적 약자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이 수석부장판사가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전효숙(67·7기), 이정미(56·16기), 이선애(51·21기) 재판관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여성 재판관이 된다. 또 이선애 재판관과 함께 헌법재판소 사상 처음으로 두 여성 재판관이 동시에 재임하는 사례가 된다.

 

최진희 기자 cj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