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이 살인으로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경기 과천시에 있는 서울대공원 장미의언덕 인근 수풀에서 50대 남성의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돼 충격을 불러왔다. 근래 보기 드문 잔혹한 범죄에 많은 사람들이 사건 발생 내막을 궁금해 하고 있다.

범행 감추기 위해 시체 훼손하고 자가 차량으로 운반해 유기
시신 발견부터 검거까지 ‘이틀’ 警 빠른 수사 속도 돋보여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이현우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과천 토막 살인 사건 범인을 대상으로 영장실질검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이 심의위에서 위원장을 맡은 나원오 형사과장을 비롯, 경찰관 내외부 인사 7명 전원이 범인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현재 시행 중인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범인의 이름은 변경석, 나이는 34세. 경기도 안양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로 알려졌다. 다만 얼굴은 경우 변 씨의 사진을 언론에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언론에 노출될 시 얼굴을 가리지 않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
 
‘노래방 도우미’ 두고
실랑이 벌이다 우발적으로
 

변 씨와 숨진 A씨는 이전에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변 씨가 이 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계기는 ‘노래방 도우미’ 때문이었다.

새벽 시간대에 변 씨가 운영하는 노래방에 손님으로 방문한 A씨에게 노래방 도우미를 불러 줬는데, A씨가 다른 여성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면서 난동을 피웠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다 A씨가 불법 도우미 제공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하자 분노가 치민 변 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시 변 씨도 술에 취한 상태였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변 씨는 말다툼을 벌이다 카운터에 놓인 흉기로 A씨의 목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고 범행 수법을 밝혔다.

경찰은 지난 22일 진행한 현장 감식 당시 카운터 주위에서 변 씨가 진술한 흉기 2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범행 도구에서 혈흔은 이미 깨끗하게 지워진 상태였다.

범행 장소로 알려진 노래방도 마찬가지였다. 수사당국은 내부 역시 혈흔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하게 정돈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변 씨가 수사당국에게 꼬리가 잡힌 것은 지난 21일이다. 시신이 발견된 지 이틀 만이다. 과천경찰서는 이날 오후 4시경 서해안고속도로 서산휴게소에서 변 씨를 살인 및 사체훼손 혐의로 붙잡아 과천으로 압송했다.

당시 변 씨는 검거되자마자 “내가 죽인 것을 인정한다”며 혐의를 시인하고 “자세한 것은 조사받으면서 얘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수사당국은 변 씨의 노래방 CCTV에서 지난 10일 A씨가 들른 모습도 포착했다. CCTV에는 도우미로 여겨지는 여성이 여러 차례 노래방을 오가는 장면도 함께 담겨있었다.

A씨는 생전에 변 씨의 노래방이 위치한 경기도 안양시와 밀접한 지역인 군포에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은 안양에서
변사체는 과천에서 발견

 
변 씨는 경기도 안양시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자신의 소렌토 차량을 이용해 서울대공원에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에 돌입한 수사당국은 서울대공원 주변 CCTV 분석을 통해 변 씨의 차량을 용의차량으로 특정한 바 있다. 이후 A씨의 생전 행적을 조사하던 중 지난 10일 A씨가 방문한 노래방에 같은 차량이 있는 모습을 확인한 뒤 추적에 들어가 2일 뒤인 서산휴게소에서 변 씨를 검거했다.

검거일인 지난 21일 과천경찰서는 A씨의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금전거래·채무 관계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앞서 수사당국은 앞서 다른 영장을 발부 받아 A씨의 명의로 개설된 신용카드 등록 상황을 검토했다.

지난 20일 과천경찰서는 A씨의 시신 부검을 담당한 국립과학수사원으로부터 “시신 부패로 인해 사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

과천경찰서는 A씨의 휴대전화 통화명세 분석을 통해 살인 사건이 일어난 시기를 10일 전후로 추정하고 수사를 이어갔다.

지난 19일 서울대공원 직원의 신고로 발견된 A씨의 사체는 토막 나 머리와 몸, 다리 등이 분리된 상태였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변 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시체를 훼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운 날씨로 인해 부패도 진행돼 있었다. 잔혹한 범행 수법에 더욱 세간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당시 직원이 발견한 것은 시신 중 일부인 몸통 부분이었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주위를 수색해 머리 부분을 뒤이어 찾았다.

몸통 역시 양 무릎 아랫부분이 잘린 상태였다. 절단된 사체 일부는 인근에서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

당시 머리 부분은 보통 사용하는 검은색 비닐봉지에, 몸통 부분은 검은색 비닐봉지와 흰색 비닐봉지에 싸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신은 백골 상태는 아니었지만 옷을 입은 채로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소지품이 나오지 않아 신원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문 조회를 통해 50대 초반 내국인 A씨라는 인적 사항이 밝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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