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하수·자궁 탈출>

32세의 여성 이모씨는 얼마 전 둘째를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후 급격한 체중 감소와 함께 밑이 빠지는 느낌 혹은 밑에 무언가 들어간 느낌이 들어 내원하였다. 내원 전 이미 산부인과에서 자궁하수로 진단받고 치료하였으나 별 효과가 없어 수술까지 권유받은 상황이었다. 당시 이 씨는 남편과 떨어져 있는 상황이고 아이 둘을 거의 혼자서 키우다보니 너무 힘이 들어 식사도 못하고 잠도 못 자는 상황이었다. 누워 있으면 조금 괜찮으나 의자에 앉아 있거나 집안을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었기에 당연히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정신적으로도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씨가 앓고 있는 자궁하수 및 자궁탈출은 자궁의 위치이상으로 분류되는 질환이다. 자궁하수는 자궁이 하강하여 정상보다 아래에 있는 경우를 말하며 자궁의 일부 또는 전부가 질 밖에 있다면 자궁탈출이라고 칭한다. 이 외에도 골반장기인 방광, 직장의 탈출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질 앞쪽의 벽이 탈출되는 경우 ‘방광탈출’, 질 후벽이 탈출되는 경우는 ‘직장탈출’ 이라고 부른다. 

자궁하수 및 자궁탈출의 원인은 자궁 지지장치인 골반 저근육의 긴장이 줄고 인대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것으로 주로 출산으로 인해 생식기가 이완되면서 발생하는데 정도에 따라 심한 경우 탈출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다만 자궁이 탈출되었다고 해서 자궁이 몸 밖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은 아니다. 

주로 자궁하수는 분만 횟수가 많은 경우, 복압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무거운 물건을 계속해서 들어 올려야 하는 경우), 유산의 경험이 있는 경우, 고령의 경우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생활양식 등의 변화로 여성들의 체형이 과거에 비해 슬림화되고 골반이 좁은 경우 젊은 여성들에게도 많이 발생하며,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자궁이 정상화되기도 전에 바로 일에 복귀하는 경우에도 많이 발생한다. 

자궁하수의 증상으로는 하수 또는 탈출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하복부의 불쾌감, 이물감, 압박감이 대표적이며 빈뇨와 배뇨장애, 변비, 질벽의 건조가 대표적이며 합병증으로 질염, 궤양 등이 나타난다. 

자궁하수 및 자궁탈출의 대응으로는 양방에서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페서리(pessary)라는 질내 삽입기구가 있다. 다만 페서리는 본래 피임기구로서 질벽에 삽입하여 자궁이 쏟아지는 것을 막는 다는 원리이므로 치료를 돕는다기보다는 악화를 방지하는 용도라고 보면 된다. 또한 이 경우 관리를 청결하게 하지 않으면 질염 등의 합병증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젊은 여성들에게는 대부분 수술요법을 실시하는데 이 수술요법은 재발이 많고 예후가 그렇게 좋지 않다. 수술은 질을 통하여 자궁을 절제하는 방법과 자궁을 위로 올리고 질을 봉합하는 방법이 있는데 고령의 경우 심하다면 자궁을 적출하는 경우가 있으나 젊은 여성의 경우 출산이 남아있으므로 최대한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자궁하수, 자궁탈출을 음탈(陰脫), 음정출하탈(陰挺出下脫) 이라고 칭하며, 원인으로는 중기의 부족(中氣虛)으로 본다. 중기의 부족(中氣虛)은 대표적으로 소화기능 및 신체에 힘이 없는 비기허(脾氣虛)와 생식능력 및 몸의 하복부와 관련된 신기허(腎氣虛)로 구분한다. 중기가 부족하여(中氣虛) 신체 혹은 하복부의 기가 허하면 장부 및 구조가 유지되고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되는데 이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자궁하수, 위하수, 방광하수 등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표적인 한방 치료법으로는 기허를 치료하여 하수를 상승시키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사군자탕(四君子湯), 팔물탕(八物湯),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등의 한약 처방이 사용된다. 또한 근육과 인대의 탄력도를 높이기 위한 주변 근육의 침 치료와 하복부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하단전의 기운을 높이는 왕뜸치료와 약침치료를 보조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만약 신기허(腎氣虛)증으로 허리나 하지의 무력감 혹은 배뇨장애와 관절 문제가 심한 경우에는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팔미지황탕(八味地黃湯)과 같은 신기를 보하는 치료한약을 투여하거나 기존 한약에 보신제를 적절히 가감할 수 있다. 또한 비만과 같은 복압이 계속 높아져 있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비만 치료를 반드시 병행하여 복압을 낮출 필요가 있다. 또한 변비가 있는 경우도 복압이 상승될 수 있으므로 대변을 통(通)하게 하는 ‘대황’ 등의 사하제(瀉下劑)를 투여할 수 있다. 

사상의학적으로는 비기허(脾氣虛)한 소음인(少陰人)들이 이 질환에 잘 이환되는데 신기허(腎氣虛)하며 골반이 좁고 몸이 마른 소양인(少陽人) 여성들에게도 이 질환이 충분히 올 수 있다. 소음인 여성들에게는 소음인보중이기탕(少陰人補中益氣湯)이 자주 사용되고 소양인 여성에게는 형방지황탕(荊防地黃湯), 독활지황탕(獨活地黃湯) 등의 처방이 자주 사용된다.

또한 한방치료를 하며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운동이 바로 골반저근육 체조 ‘케겔운동’이다. 이 운동은 골반저근육인 회음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으로 ‘항문조이기 운동’이라고도 한다. 꾸준히 하루에 100번 정도 하면 회음근육이 강화되어 자궁이 빠지는 것을 예방하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일상생활에서는 자궁 내의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도록 아랫배를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매일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장시간 서 있는 자세가 좋지 않으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신적인 관리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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