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의 후계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너의 주식증여과정에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 오너 일가의‘계열사를 통한 변칙 상속’, ‘오너의 계열사 주식 고가 매입’등의 의혹이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측은“정당한 절차에 의해 주식 증여가 이뤄진 만큼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대백화점은 사실상 3세 경영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5일 정몽근 회장이 주식 215만주(9.58%)를 장남인 정지선 부회장에게 증여함으로써, 현대백화점 최대주주가 정 회장에서 정 부회장으로 넘어간 것이다.

현재 정 회장의 지분은 4.97%(111만5,000여주)로 줄었고, 정 부회장은 증여분 9.58%를 포함해 15.72%(352만7,000주)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여기에 정 부회장은 현대지네트가 가진 현대백화점 지분 4.23%(95만여주)를 합칠 경우, 20%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지네트의 백화점 소유 지분 4.23%’와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대지네트(자본금 50억원)는 정 부회장이 실질적인 오너로 단체급식 전문업체다. 현대지네트는 정 부회장이 지분 50%, 이외에 현대쇼핑과 현대백화점 등이 각각 20%,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정 부회장이 지배권을 가진 회사.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20일 백화점 지분 4.23%를 기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현대지네트에 넘겼다.

실제 거래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총거래대금은 대략 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경영권 장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정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현대백화점 주식을 현대지네트에 넘겼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등 여타 재벌사들의 편법·변칙 증여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정당하게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에 대한 의혹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어“현대백화점 주식 4.23%(현대지네트 보유)를 정 부회장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증여세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직접증여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정 회장의 백화점 지분 4.23%를 현대지네트에 넘긴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경우 대주주가 주식을 2세에게 증여할 때 증여세 최고 세율은 50%에 이르고, 3개월 내 자진신고할 경우 세액의 10%를 공제해준다. 따라서 지난해 12월 5일 정 부회장이 정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을 금액으로 따지면 750억원대로, 정 부회장이 내야할 증여세는 300억원이 넘게 된다. 여기에 정 회장이 현대지네트에 넘긴 주식까지 정 부회장이 직접 증여받았을 경우, 증여세만 50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아무리 재벌가라도 증여세를 500억원 가까이 내게 되면, 타격을 입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증여세 축소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인‘현대지네트’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정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정 부회장이 3개월내에 자진해서 증여세를 내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서 현대지네트를 이용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음해”라고 밝혔다.이어 “현대지네트 지분이 문제가 된다면, 삼성 등 다른 대기업들의 얽히고설킨 지배구조도 역시 문제가 될 것”이라며 “현대지네트 지분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법적 하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부회장의 소유 지분 고가 매입’의혹에도 시달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03년 6월 정 부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한무쇼핑 주식 13만5,000여주를 239억원에 매수한 바 있다.당시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 주식을 주당 17만7,000여원에 매수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매매가가 ‘고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계에서는 “한무쇼핑 주당가치는 11만5,000여원인데, 이에 비해 현대백화점이 6만원 정도 높은 수준에서 주식을 매입했다”며 “이는 실질적으로 주식을 고가에 매입, 오너의 자금 회전을 도와준 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현대백화점은 이에 대해 “회계법인 등을 통해 엄정한 평가를 거쳐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며 “한무쇼핑 기업가치가 높은 만큼 당시 주식 매입 가격은 정당했다. 장기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무쇼핑 주식을 매입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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