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를 삼키면 체한다?”올해 최대 인수·합병(M&A) 매물로 꼽히는 진로 인수를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각 기업들은 ‘진로 인수’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기에 분주하다. 롯데·CJ·두산·대한전선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진로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 기업들은 ‘독과점 규제’및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등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진로 인수 경쟁이 갈수록 뜨겁다. 현재 진로 인수에는 롯데·CJ·두산·대한전선·하이트 등 국내 업체와 뉴브리짓캐피털 컨소시엄 등 외국기업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인수가격은 1조5,000억~2조원가량에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인수 가격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들이 진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업성이 크기 때문이다.

진로는 국내 소주 시장의 55%를 점유하고 있고, 지난해 영업 이익만 2,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소주 시장에서 1999년부터 매출액 기준으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으며 60여개국에 700억원 상당이 수출되고 있기도 하다.이에 따라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들은 진로인수에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인수자금 및 경영능력 등을 감안, 진로 매각 대상자로 롯데·CJ·두산·대한전선 중 하나로 압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하지만 이들 기업들도 ‘진로 인수’에 걸림돌이 있다. CJ는 “일본 기린맥주를 포함한 국내외기업들과 컨소시엄 구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중”이라며 진로 인수의사를 분명히 했다.CJ측은 진로인수에 뛰어든 배경에 대해 “4대핵심사업군 중 하나인 식품사업군의 강화를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CJ측의 진로 인수 추진에 대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CJ가 진로를 인수할 경우, 유통망과 브랜드 파워 등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소주시장에 대한 경영 노하우가 부족한 만큼 신규사업에 대한 리스크(위험)가 더 크다”고 말했다.“대한전선 역시 CJ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는게 업계의 견해다. 4,700억원대에 달하는 진로채권을 가진 대한전선은 가장 적극적으로 진로 인수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한전선이 무주리조트 등 M&A로 재미를 봤지만 진로는 사정이 다르다. 대한전선이 진로채권 가격이 높아져 이득을 챙기게 되면 적당한 시기에 인수전에서 빠지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롯데와 두산 등은 ‘독과점 규제’가 최대 변수다. 현행 공정위는 ‘2개 기업이 결합돼 시장점유율이 50%이상’일 경우 독과점으로 규정, 제재를 가하고 있다.두산은 ‘산 소주’를 출시하며, 전체 시장점유율에서 6%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도 신준호 롯데햄부회장이 지난해 대선주조를 인수, 이 업체가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두산, 롯데 등 ‘소주업’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 규정에 걸리게 되는 셈이다. 이들 기업들은 “진로 인수시 이런 규정을 예외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진로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공정위는 “인수 결정이 난 업체를 대상으로 독과점 규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두산 등은 독과점 규정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카드 찾기’에 분주하다.일각에서는 두산·롯데가 기존의 ‘소주업’을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진로 인수에 적극적인 두산이 독과점 시비를 피해가기 위해 산소주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또 롯데도 롯데햄과 계열분리를 통해 진로인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독과점 규제 등으로 인수에 난항을 겪는 것과 달리 외국계 기업들은 이에 제한이 없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두꺼비가 외국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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