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베네수엘라가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과거 석유 수출항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렸던 베네수엘라 제2의 도시 마라카이보에서는 더 이상 옛 자취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신문은 AP통신을 인용 “이제 이 도시에서는 수도와 전기마저 사치품이 됐다"고 전했다. 심지어 경제 위기로 생계가 막막한 주민들은 상한 고기인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먹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정육점에서 상한 고기 1㎏을 구매한 현지 주민은 AP에 “악취가 있긴 하지만 식초나 레몬으로 잘 씻어 먹으면 괜찮다"며 “아이들이 상한 고기를 먹고 아플까 걱정이지만 막내만 한 번 설사와 구토를 했을 뿐 잘 버텨내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2013년 집권한 후 빈곤층이 급증하면서 생긴 용어다. 시몬볼리바르대와 베네수엘라 중앙대, 안드레 벨로 가톨릭대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베네수엘라 국민의 몸무게가 평균 11㎏ 줄어들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썩은 음식이라도 찾는 게 일상이 됐다. 국민들은 생존을 위해 주변 국가로 탈출하고 있다. 작년부터 베네수엘라를 떠난 국민이 23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동물원의 동물들과 길거리의 개까지 잡아먹는 비참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베네수엘라 경제난의 가장 큰 원인은 마두로 대통령의 실정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반미좌파 포퓰리즘을 이끌어왔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갑자기 사망한 후 대통령직을 물려받았다. 차베스의 적통을 물려받은 마두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무상교육·복지 확대, 주요 산업 국유화 등 전형적인 좌파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 민간 자본은 국유화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갔다.

베네수엘라가 이 같은 정책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석유 때문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경제는 2014년 6월 이후 국제 유가가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무너졌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공사(PDVSA)의 수출액은 2013년 1000억 달러에서 2016년 300억 달러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석유산업이 수출의 95%, 정부 재정의 75%에 달하고 식료품, 의약품 등 생필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석유수출액의 감소는 경제 침체로 이어졌다.

마두로 대통령은 서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우유, 빵, 밀가루, 생선, 닭고기, 치즈, 비누 등 50개 제품에 대한 가격 규제를 실시했다. 또 베네수엘라에서 운영하는 환전소를 통해서만 외환을 거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암거래 시장을 키웠다.

물가는 폭등했다. 지난 7월 베네수엘라에서 닭 한 마리의 가격은 1억4600만 볼리바르를 기록했다. 이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2000여 개 지폐 다발이 필요하다. 타임스는 “베네수엘라의 상점에는 가격표가 없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올해 물가상승률은 무려 100만%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베네수엘라 GDP가 최근 4년 동안 45%나 줄었고, 굶어 죽을지 모를 아이만 30만 명이라고 밝혔다.

국가경제가 몰락하자 마두로 대통령이 꺼낸 카드는 새 화폐 발행과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기존 통화에서 10만대 1로 액면 절하한 볼리바르 소베라노(Bolivar Soberano)라는 새로운 화폐를 도입했다. 그러나 새로운 화폐를 찍어 내기 위한 돈마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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