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부동산 정책’과 동상이몽
박원순의 ‘부동산 정책’과 동상이몽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8-08-31 16:13
  • 승인 2018.08.31 16:13
  • 호수 1270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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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용산 개발 보류에도 “집값 별 차이 없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부터 경전철 사업까지 서울시와 국토부의 부동산 정책이 또 한 번 충돌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발표한 지 50여 일 만에 잠정 보류했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업계에서는 발표 전과 후 시장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발표 후에도 집값이 다시 내려가거나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을 상승시키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개발에 대한 기대감만 심어주는 등 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김현미 장관과 경전철 사업까지 충돌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장 혼란 야기”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의 부동산 정책이 또 한 번 충돌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6일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월 23일 국회에 출석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비판했다. 김 장관은 “여의도와 용산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박 시장을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했다.

김 장관은 이어 도시철도 계획과 관련한 부동산 투기 움직임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김 장관은 “(서울시가) 며칠전 경전철문제를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재정사업으로 전환한다 할지라도 도시철도망 부칙 계획으로 확정고시가 내려져야만 사업을 할 수 있다. 이것을 확정하는 것도 서울시가 아니라 국토부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도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만 실제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며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다양한 절차를 거쳐야 통과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 도시철도사업이 가시화되는 것은 긴 시간이 걸리게 된다”며 “과도한 관심을 갖고 그 지역에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서민들에게 피해줄 수 있으므로 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발 계획 발표 후 서울 집값 전방위 상승

서울시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해당 개발 계획 발언 이후 서울 집값이 전방위적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박 시장이 지난달 10일 싱가포르 순방 중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밝힌 이후 이달 20일까지 한 달여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1% 올랐다.

특히 여의도가 위치한 영등포구는 1.84% 뛰며 서울 시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용산구 역시 이 기간 아파트값이 1.78% 급등해 인근 동작구(1.81%)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올랐다.

여의도·용산에서 촉발된 집값 상승세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8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37% 상승했다. 일주일 전 0.18%에서 오름 폭이 두 배 이상 커졌다. 올 초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 1월 22일(0.38%)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서울 시내 25개 구가 모두 8월 넷째 주 아파트값 오름 폭이 커졌다. 동작구는 아파트값이 0.80% 급등해 서울 시내에서 가장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강동구(0.66%)와 양천구(0.56%)·강서구(0.53%)·영등포구(0.51%)·송파구(0.46%)·강남구(0.45%)·용산구(0.45%)·마포구(0.42%) 등도 평균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동작구의 경우 노량진·흑석뉴타운 등 개발 호재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강동구는 지하철 연장, 강서구는 마곡지구 개발, 영등포구는 여의도 통합개발, 용산구는 용산 개발 마스터플랜 기대감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 “개발 보류 여파 당장은 없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와 용산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들을 방문해 본 결과 하나같이 “발표 전과 후 시장 반응은 별 차이가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이만수공인중개사사무소의 이만수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개발 보류 발표 후에도 매도량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집값도 떨어지지 않았고 당장에 큰 시장 반응은 없었다. 오히려 조금 더 싼 매물들은 건물이 잘 안 나온다. 어차피 집값은 다시 오를 것 아니냐”며 박 시장 발언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모범공인중개사무소의 임상훈 소장 역시 “당장 감지되는 시장 변화는 없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간간히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있긴 있었지만 개발 보류로 인한 건들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보류하면서 서울 집값 급등세가 어느 정도는 누그러질 것이라는 전망은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개발 계획 발표로 집값이 상승한 데다가 추가 상승 기대감에 집을 내놓는 사람들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서울 집값은 여전히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 주택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정부가 단기 대책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책 없는 통합 개발 발표로 시장 혼란만 불러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동산 전문가는 “개발을 보류하겠다고 했으니 집을 더 안 내놓지 않겠느냐”며 “언젠가 추진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집값 하락에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계획성 없는 정책 발표로 시장 혼란만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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