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건은 왜 ‘함흥차사’일까… ‘늑장’ ‘불공정’ 수사 의혹

<뉴시스>
선거사범 공소시효 12월12일 만료… 조속한 수사 촉구 여론 확산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업보’가 무겁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 당선으로 가까스로 출당은 면했지만, ‘고소고발 대장’이란 과거 전적이 부메랑이 돼 각종 고소고발이 이 지사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현재 이 지사가 고발인 또는 피고발인으로 연루된 사건만 최소 5건 이상이다. ‘혜경궁 김씨’ ‘김부선 스캔들’ ‘친형 강제입원’ ‘일베 가입’ 등 의혹과 관련해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받고 있어 최악의 상황에는 ‘당선 무효’까지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의 칼끝이 예상보다 무디다. 수사에 착수한 지 최소 수 개월에서 수년이 됐지만 대부분의 사건이 답보 상태다. 일각에서 경찰이 ‘고의성 늑장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사정기관에 묶여 있는 ‘이재명 사건’을 총정리했다.
 
당내 ‘반(反)이재명’ 기류 형성의 도화선이 됐던 ‘혜경궁 김씨’는 트위터 계정주 ‘@08__hkkim’이 문재인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방하는 악의성 글을 다수 게재해 논란이 된 사건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계정이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의 휴대전화 끝 번호 두 자리와 이메일 주소 등과 일치한다는 이유로 계정주가 김 씨라는 확고한 주장을 피력했다.
 
이에 일반 시민 1432명은 지난 6월 11일 이정렬 변호사를 법정 대리인으로 이재명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 씨와 성명불상자 1명 등 2명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을 통한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6.13지방선거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전해철 의원도 해당 계정주가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비하한다며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바 있다. 해당 건은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수사는 답보 상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트위터 본사가 해당 계정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부해 수사가 난항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현재까지 복수의 참고인 조사와 증거 자료 수집 등을 마쳤지만, 두 달이 넘도록 피고발인인 김 씨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수사 과정도 비밀리에 부쳤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라 중간 수사 발표도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혜경궁 김씨’의 실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어 김혜경 씨에 대한 소환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쌍방’ 고소고발 난무
다수vs이재명 싸움 형국

 
‘김부선 스캔들’과 관련해서는 쌍방 고소고발전이 벌어진 상황이다. 사건 당사자인 이 지사와 김부선 씨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법적 공방에 가세했다.
 
2016년 한 차례 공론화됐으나 일단락됐던 ‘이재명-김부선 스캔들’을 법적 소송으로 끌고 간 것은 김영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6.13지방선거 당시 이 지사가 과거 김부선 씨와 불륜 관계를 맺었고,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하며 김부선 씨에 대한 인격 살인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를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김 씨도 스캔들을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여기에 이 지사 측은 ‘맞고소’로 응대했다. 김 전 의원과 김부선 씨를 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 분당경찰서는 양측의 사건을 병합,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경찰은 피고발인 자격의 김 전 의원과 김 씨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 외에 참고인 자격으로 공지영 작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기자 등이 조사에 임한 상태로 알려진다. 다만 이 지사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추후에도 분당서 측이 이 지사에 대한 피고발인 자격의 경찰 출석 조사를 요구할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는 양상이다. 피고발인 자격의 이 지사에 대한 수사는 뒷전으로 밀려난 채 김부선 씨와 경찰 간 진실게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김 씨는 지난 8월 22일 분당서에 출석해 조사에 응했으나 “이재명 고소한 뒤 진술하겠다”며 돌연 3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김 씨는 직후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로 둔갑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변호사 없이 혼자 경찰에 출석한 김 씨가 조사 과정 중 ‘피해자’인데 ‘피의자’처럼 조사받는 상황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 씨는 지난 8월 25일 자신의 SNS에 “미소(김부선 딸)가 ‘이재명의 사진을 삭제하지 않았고 2010년에 맡긴 노트북은 현재 싱가포르에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형사가 말했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김 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후 김 씨는 ‘분당서 녹취 메모’를 공개하며 “경찰, 무섭게 왜 그래요? 증거가 다 있는데”라고 엇갈린 주장을 이어갔다.
 
이재명 저격수 ‘바른미래당’
6.13지선 후에도 추가 고발

 
6.13지방선거와 8.25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잠잠해질 것이라 전망됐던 이 지사에 대한 맹공세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반(反)이재명’ 세력은 이 지사에 대한 추가 고소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분당서에 따르면 6.13지방선거부터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한 바른미래당 ‘성남 적폐인물 이재명·은수미 진실은폐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달 초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의 명목으로 또 다시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이 지사가 본인에게 제기된 성남 지역 조직 폭력배와의 연루설을 부인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분당서는 이를 토대로 이 지사의 조폭 연루 사실 여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은 앞서 이 지사를 ‘친형 강제입원설’ 관련 직권남용죄, ‘조폭연루설’ 관련 특가법상 뇌물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또 익명의 시민 A씨도 바른미래당과 마찬가지로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지난 8월 13일 고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유는 이 지사의 “검사 사칭 및 일베 가입 등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 허위사실 공표라는 것. 이 고발건도 분당서에서 맡고 있다.
 
당초 이 지사는 ‘검사 사칭설’과 관련해서는 “함께 파크뷰 특혜분양사건을 추적하던 피디가 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일베 가입설’과 관련해서는 “2년 전 일베 불법행위 사례 증거 확보를 위해 일베 사이트에 가입한 적은 있지만 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이번 고발로 진실이 가려질 전망이다.
 
앞서 이재명 후보 측 가짜뉴스 대책단은 지난 6월 1일 이재명 지사를 ‘일베’ ‘판검사 사칭’ 등으로 비방한 누리꾼들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및 후보자 비방죄로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고발한 바 있다.
 
종합해 보면 이 지사가 피고발인으로 연루된 사건만 최소 5건 이상이다. 부인 김혜경 씨가 연루된 ‘혜경궁 김씨’ 사건을 제외하면 모두 분당서가 수사 중이다. 이 지사 관련 사건은 수사가 시작된 지 최소 수 개월에서 수년이 됐다.
 
3년 전 고발 사건도
여전히 ‘오리무중’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고의성 늑장 수사’ ‘불공정 수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고발인과 피고발인 사이 난타전만 계속돼 경찰 수사에 기대하는 여론이 높았으나, 수사에 진척이 없어 여론의 의구심이 증폭된 것. 앞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연루 의혹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미투 사건과 달리 이 지사의 사건은 수사 과정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방증한다. 경찰의 더딘 수사 전개가 증거인멸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수사 결과를 기다리던 여론이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당초 ‘혜경궁 김씨’ 의혹을 제기한 ‘반(反)이재명’파를 중심으로 바른미래당 등이 경찰의 조속한 수사 촉구에 가세했다.
 
먼저 바른미래당은 지난 8월 23일 과거 3년 전 고발한 ‘이재명 공무원 댓글 동원 의혹’과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를 의뢰한 이 사건을 검찰이 공소시효 완료 직전까지 방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공무원들을 조직적으로 SNS상 정치활동에 동원했다. 심지어 SNS 소통 횟수와 내용까지 승진 등 인사고과에 반영했다”며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15년 1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성남지청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혜경궁 김씨’를 찾는 사람들의 모임인 ‘궁찾사’ 국민소송단도 지난 8월 30일 홈페이지에 ‘경기남부청의 무성의한 수사 행태에 대한 궁찾사 국민 소송단 성명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게시하고 “왜 공소시효를 넘기려고 하는 것인지, 제3자에게 수사상황을 누설한 사실이 있는지, 왜 제대로 된 답변을 한 번도 하지 않는지,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는지 속히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재명 지사의 압력 또는 유착관계 때문에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보고 다른 행동에 나설 것임을 경고한다”고 경고했다.
 
노란우체통‧문파랑‧미권스직선제(를 위한)임시카페‧젠틀재인 등 4곳의 문재인 대통령 팬카페들도 지난 8월 23일 일제히 ‘트위터 @08__hkkim의 계정주에 대한 수사촉구 선언문’을 게시하고 “6월 11일 고발장이 제출된 이후 2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기다림에 지쳐 4곳의 커뮤니티가 한목소리를 내기로 했다”며 “우리는 다시 한 번 요구한다. 경찰은 6월 11일 제출한 고발장에 대한 수사를 신속히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경찰 수사를 압박했다.
 
한편 이 지사와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고발 공소 시효는 6개월로, 오는 12월 12일 만료된다. 이 기간 내 진실이 규명되지 않을 경우, ‘혜경궁 김씨’ ‘김부선 스캔들’ ‘친형 강제입원설’ ‘일베 가입설’ ‘조폭 연루설’ 등 대부분의 의혹에서 이 지사는 ‘명예훼손’건을 제외한 ‘공직선거법’상 혐의를 벗어나게 된다.
 
만약 어느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될 경우에는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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