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전력망 연계…슈퍼그리드 협력 추진 가속화

-한전, 소프트뱅크와 전력 연계 사업 공동 추진
-LS전선, 고압직류송전 케이블 세계 최초 인증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환경에 맞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정책 방안의 일환으로 제시된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전력수습체제를 공동으로 구축한다는 것을 목표로 역내 국가들의 공동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에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인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을 접목하는 연구에 주목하기로 했다. 본지는 지난 호까지 한‧중‧일 통합물류시장 협력 추진 현황을 중점적으로 다룬 데 이어, 이번 호부터는 동북아 에너지‧환경 공동체 구축과 관련된 주제로 2회에 걸쳐 관련국 간 협력사업과 추진 사항에 대해 살펴본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한국·일본·중국의 초광역 전력망을 연결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하나의 전력수급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최근 에너지 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구체적인 논의가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슈퍼그리드는 국가 간 전력을 연결하는 대륙 규모의 광역 전력망으로, 정보통신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와 함께 차세대 전력망 기술 중 하나다.
 
2009년 유럽에서 시작된 슈퍼그리드는 북해 연안 국가들(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유럽 대륙을 하나의 전력망으로 연결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으로, 2014년 영국-프랑스-북유럽 간 연결을 완료했다.
 
이어 아프리카 북부 사하라 사막 지역까지 연결하는 초대형 에너지망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전체 구축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동북아 지역의 전력망 연계 구상은 이미 30년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동북아 지역의 국제정치적 문제 등의 이유로 구축사업이 본격화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된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신북방정책을 통해 총 9개 분야(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산업단지, 농업, 수산)의 ‘나인 브릿지(Nine-bridge)’협력 전략을 동북아 지역국에 제안했다.
 
이후 ‘동북아 슈퍼그리드’ 조성을 위한 공동연구 및 접근 방안이 다자간 협력을 통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협력사업 실현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연계사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안정적 전력망 운영…시설보안 등 정부 간 합의 이뤄야
 
지금까지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관련된 연구가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됐다면,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동북아 지역의 정부·기업·연구기관 등이 협상 과정을 통해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을 현실화하기 위한 전력망 연계가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국제적인 기후 변화 및 몽골‧러시아의 신재생에너지와 가스복합화력 개발 추진, 아시아 지역국들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송전 기술 발전 등이 다자간 전력망 연계를 촉진시키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 지역의 전력망 연계 사업에 앞서 국가별로 상이한 전력 기술 수준과 각종 규제 및 제도 등은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해서는 경제적‧기술적‧정치적으로 정부 간 합의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2013년에 소매 및 발전의 전면 자유화, 송배전 중립성 확보, 광역계통 운영을 확대했고, 2016년 4월에는 전력소매 부문 전면 자율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주변국과의 전력망 연계에 대해서는 중국·러시아·몽골 등과는 달리 상당히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전력판매 기업인 소프트뱅크만이 한전과 긴밀한 협력을 구축하며 저렴한 공급원 확보를 위해 역내 전력망 연계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은 다자간 전력망 연계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2015년 시진핑 정부가 ‘일대일로’ 전략과 ‘GEI 이니셔티브(글로벌 전력망 연계)’를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 기업들이 HVDC 케이블 기술을 기반으로 최근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HVDC(고압직류송전)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발전소 과잉 상태인 중국이 지역 간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일본 등에 송전망 설치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중·일-남·북·러’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 가속화
 
국가 간에 생산된 전력을 연결해 서로 융통하는 에너지 수송 네트워크 슈퍼그리드는 지역 통합 수준이 높은 유럽에서 먼저 활성화됐다.
 
유럽에서는 국가 간 전력망이 촘촘하게 짜여 있고, 전력시장이 자유화되어 있어 전력기업 간 협력과 역내 투자진출 또한 활발히 이루어졌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북유럽 슈퍼그리드’는 서유럽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경 내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안된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영국·독일·벨기에의 해상풍력과 독일의 풍력발전단지, 노르웨이의 수력발전을 묶어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유럽에 공급하는 것으로 2020년까지 25~30GW 정도의 용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유럽 북아프리카–중동 슈퍼그리드는 사하라와 아랍의 사막을 이용해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하고 이 전기를 지중해 연안 국가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며, 향후 남유럽 국가와 북유럽 슈퍼그리드를 연결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198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 시베리아의 수력과 몽골 고비사막의 풍력·태양광 에너지를 한·중·일에 공급하려는 논의와 함께 전력망 연계 구상이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동북아시아 전력망 연계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일본 소프트뱅크에 의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연구가 본격화됐다.
 
이후 2016년 3월 한국전력공사(KEPCO), 중국 국가전망공사(SGCC),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 러시아 로세티(ROSSETTI)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한-중-일 전력망 연계를 1차 산업으로 선정,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한·중·일-남·북·러’를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정부 간 협의 채널을 구축하고 공동해양조사 등을 거쳐 2022년까지 일부 구간을 착공할 계획이다.
 
이에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를 위한 역내 국가 기업들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주요 기업으로는 한전, LS산전, 현대일렉트릭 등이 전력 공급 관련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한전, LS산전 등 역내 전력망 연결에 적극 투자
 
최근 국제 스마트그리드 기술경연 3회 연속 우수상을 받은 한국전력은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 및 4차 산업분야 관련 사업을 공동 수행하기로 합의했다.
 
이 프로젝트는 몽골에 태양광 및 풍력단지를 건설해 그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재생 에너지, 해외 원전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한전은 몽골의 신재생 에너지와 러시아의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등을 통한 전력망 연결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전과 소프트뱅크는 미세먼지 감축, 온실가스 저감 등 국제사회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조성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LS전선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그레(CIGRE, 국제 대전력망 기술협의회)에 세계에서 가장 얇은 500kV급 송전 케이블을 비롯, 해저와 HVDC(고압직류송전) 케이블 등 최신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LS전선은 수백 km의 심해를 연결하는 장거리용부터 해상풍력발전에 특화된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저 케이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해저 케이블 라인업과 함께 세계 최초로 공인인증을 받은 HVDC는 전기를 생산 단가가 낮은 지역에서 높은 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기술로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HVDC 사업은 2020년 세계 누적 시장 규모가 약 70조 원으로 전망될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HVDC 케이블 기술은 LS전선을 포함해 유럽과 일본의 5개 업체가 보유하고 있으나 공인 기관의 실증을 완료한 것은 LS전선이 처음이다.
 
LS전선의 500kV급은 현재 상용화된 가장 높은 전압의 지중 케이블로 지름을 기존 제품 대비 5% 이상 줄임으로써 생산과 운반, 포설에 용이하게 했다. 송전 용량이 클수록 케이블 크기가 굵어지기 때문에 송전 용량을 늘리면서 크기는 줄이는 것이 전선 업계에서는 기술력의 척도가 된다.
 
이 같은 기업들의 자체 연구개발과 최근 정부의 신북방정책으로 남북한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력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한편 남북한 전압과 주파수 등 전기 품질이 다른 것을 해결할 수 있는 HVDC 기술 개발로 남북한 송전 또한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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