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존 용석봉 사장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친정인 이랜드측과 ‘경영권분쟁’에 휩싸이더니, 이번엔 자신의 초기 사업기반이었던 ‘세이브존 화정점’입점 상인들과 심한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용 사장은 이로 인해 최대의 시련기를 맞고 있다.유통업계에서는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세이브존 용석봉 사장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91년 이랜드에 입사했던 용 사장은 IMF가 한창이던 지난 98년 4월 독립, 고양시의 부도난 상가(위성스타렉스)를 인수해 세이브존 화정점을 열면서 유통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용 사장은 이후 대형 유통업체를 잇따라 인수, 창업 5년만에 점포 8개까지 늘리며 유통업계의 기린아로 등장했다.

그리고 사업 초기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매출액만 7,000억~8,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용 사장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바로 친정인 이랜드와의 ‘경영권 분쟁’.용 사장의 세이브존과 이랜드측은 그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두 회사는 2002년 한신코아 인수전에서 맞붙어 세이브존이 승리했고, 지난 2003년 뉴코아 인수전에서도 또 맞붙어 법정공방 끝에 이랜드가 승리했다. 각각 1승1패를 기록, 양측간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돼왔다.두 회사간 앙숙관계는 결국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이랜드가 세이브존 자회사인 세이브존I&C 주식 공개매수를 표명하며, 용 사장의 경영권을 위협했다. 이에 용 사장 등 세이브존측은 세이브존I&C의 지분율을 높이면서, 이랜드측에 맞섰다. 결국 이랜드의 세이브존I&C 인수 시도는 무산됐다.

이랜드측은 “공개매수예정주식인 45%지분 확보가 어려워, 세이브존에 대한 인수 시도를 철회했다”고 전했다.이로써 용 사장은 당분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지만, ‘경영권 분쟁’에 따른 상처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측은 주식공개매수를 표명하며 “세이브존I&C는 수익성 악화와 내부 구조조정 논란이 벌어지는 등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불황과 영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이브존은 경영상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에 세이브존은 이랜드측에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세이브존 관계자는 “이랜드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펼치면서 세이브존에 치명타를 가했다”며 “특히 이랜드가 근거 없는 경영 위기설, 구조 조정설 등을 유포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말했다.이어 “이랜드측이 이번 경영권 분쟁말고도‘세이브존 흔들기’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법적 대응 등 다각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분쟁’과 함께, 용 사장은 ‘입주 상인’들과의 마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 사장의 사업 기반이 됐던 세이브존 화정점 5층 식당가 입점 상인들과 ‘매장 용도변경 추진’을 놓고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화정점 입점 상인들은 “용 사장은 초기 자기자본투자없이 분양주에게는 거의 무상 임대의 조건으로, 입점주에게는 입점비 및 인테리어 비용을 받아서 영업을 시작해 오늘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 최근 당시 입점주들의 인테리어 비용 등의 금액을 보상하지 않은 채 입점주들을 거리로 내몰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입점 상인들에 따르면 지난 99년 개점당시 세이브존은 입점주에게 입점비 및 인테리어 비용(점포당 500만~5,000만원)을 요구해 매장을 구성했고, 이후에도 매장 보수 명목 및 광고비 명목 등으로 금전적인 요구를 해왔다는 것이다.

입점상인들은 “세이브존측이 식당가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의류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회사측은 수천만원에 이르는 시설 및 인테리어비용 투자비는 전혀 보상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며 “이에 입점주들이 반발하자, 회사측은 지난해 4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사정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소송을 지연시키며, 입점 상인들이 자진해서 철수하도록 ‘고사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회사측을 맹비난했다.이들은 또 “용 사장 등의 면담 요구는 묵살한 채 자신들을 회유·협박하고 직원들의 식당이용을 금지시키는 등의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직원들의 5층 식당 이용시 처벌을 공표하고, 지하 1층·2층 매장에다 새로운 식당가를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화정점안에 세곳의 식당가가 운영되는 기형적인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 관계자는 “입점주들의 입점시기에 따라 시설투자비 등에 대한 협상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일부 과격 입점주들이 이런 협상까지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입점주들과의 대화를 통해 빨리 해결을 본다는 것이 회사측 방침”이라고 덧붙였다.이처럼 대외적으로‘경영권 분쟁’, 대내적으로 ‘입주 상인들과의 마찰’을 겪고 있는 용 사장이 어떤식으로 난관을 극복, 또한번 ‘신화’를 창조할 지 자못 궁금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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