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구역 지정 십수 년 지났는데…또 사업 연기되나

좌천범일구역통합2지구조합이 지난달 27일 두산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두산건설이 재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두산건설의 부산 동구 ‘좌천·범일구역통합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조합 간 갈등으로 인해 소송까지 진행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당초 수주 때 두산건설은 기존3지구조합과 수주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런데 부산 동구청이 사업성 결여를 이유로 기존3지구조합을 좌천범일구역통합2지구로 편입하면서 시공계약체결분의 승계는 합의가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곳의 조합은 사업 주체 자격을 두고 소송까지 벌이는 등 진흙탕 양상을 보이고 있어 재개발 사업이 무기한 중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A조합 “B조합 인정 못해”…설립인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 제기
B조합 “두산건설, A조합 소송비 1억6500만 원 대납…뒷배 노릇”


부산 동구청은 2007년 2월 28일 부산광역시 제 2007-95호 구역변경 고시를 통해 좌천범일통합2지구의 정비구역을 지정했다. 해당 구역은 4곳의 구역이 통합된 재개발구역이다. 부산시는 총 4개의 구역이 통합되기 전 주민들의 동의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등 재개발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통합을 진행했다.

새로운 사업구역을 고시했기에 기존에 있던 구역들은 완전히 주체를 잃게 됐고 하나로 통합된 단체만이 사업의 주체가 돼서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부산시와 관계 기관의 입장이다.

B조합 설립에 앞서 두산건설은 A조합 시공계약체결분의 승계는 법률적으로 합의가 불가능함을 인정하고 법률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매몰 비용 승계를 요청했고, B조합 추진위원회는 이를 수용해 지난 4월 B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A조합 측이 동구청을 상대로 B조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A조합 “두산건설에서 행정 소송 지원했다”

A조합은 B조합과 동구청을 상대로 설립인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걸고 “1 정비구역 내 1 사업시행주체의 원칙에 위배됨이 명백하므로 복수의 사업 주체를 초래한 해당 사건 처분에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매몰 비용을 주겠다고 한 B조합은 법원에서 모든 행위를 중지시켜 매몰 비용을 줄 수 있는 조합도 아니며, 시공사 선정도 불가하다”면서 “우리 지구 조합원 스스로 해산할 이유가 없다”고 항의했다.

또한 “자사(두산건설)와 합의 없이 조합을 해산할 경우 조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라는 내용이 A조합이 만든 소식지에 담겨 있어 두산건설이 사업 유지를 위해 A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협박까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B조합 “두산건설, 사업에서 손 떼라”

반대로 이 사실을 알게 된 B조합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B조합 설립인가가 떨어졌고, 자신들이 주체가 돼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B조합은 지난달 27일 두산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두산건설이 재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기수 B조합 조합장은 “아직도 이름만 남은 조합의 시공권 주장과 사업도 하지 않은 주제에 경상이득금을 청구하겠다는 두산건설을 보면 어이가 없다. 주민의 손으로 만들고 부산시에서 지정했으며 구청에서 인정한 조합을 없애려 하는 두산건설의 만행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또한 B조합은 두산건설이 A조합의 소송 비용을 대납하는 등 뒷배 노릇을 하고 있다며 “조합원을 무시하고 재개발을 지연시키고 조합 갈등을 조장하는 두산건설은 사업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6일 A조합에서 발행한 소식지에는 두산건설에서 비용을 지원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식지는 “두산건설은 본 사업권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소송도 불사할 것이며 조합의 행정소송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조합의 소송비용은 조합 대여금에서 제외하겠다는 의견을 조합에 전달했다. 3지구 조합과 함께 소송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동구청을 상대로 소송 진행 중에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B조합은 “시공자로 우선 선정되기를 원하는 두산건설은 B조합의 사업시행방해를 위한 목적으로 A조합의 설립인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 비용을 대여해 줬고, A조합은 총회 결의 없이 약 1억6500만 원이라는 금원을 소송 비용으로 집행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지에 따르면 모든 소송 비용은 두산건설에서 지급했고, 두산건설은 소송 비용을 조합 대여금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사를 조합에 전달했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A조합이 아닌 두산건설이 이 사건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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