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출신‧서울대 인맥‧비문계 합세… ‘신(新)이해찬계’ 형성 조짐

왼쪽부터 김현, 정청래, 정태호, 홍영표. 가나다순. <뉴시스>
30년간 정치 인생… 곳곳에 홍영표‧정태호 등 ‘이해찬 키즈’ 포진
6.13지선 때 ‘이재명 옹호’로 非文계까지 포섭… 이종걸‧표창원 등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기존 계파가 해체되고 ‘신(新)이해찬계’가 형성될 조짐이다. ‘보좌진 출신’ ‘서울대 인맥’ 등으로 구성된 기존 이해찬 사단과 ‘비문(非文)계’ 등 신흥 세력이 6.13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결집하고 있는 것. 대표적 인물로는 홍영표‧정태호‧김현‧정청래‧이화영‧이재명 등이 꼽힌다. 이들은 벌써부터 당 지도부 인선에 속속 합류하는 한편, 당‧정‧청 핵심 인사로서 이해찬 대표에 막강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9월 초 지도부 인선이 마무리된 후에는 ‘친위부대’ 체제를 본격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찬 사단의 뿌리는 ‘평화민주통일연구회(평민연)’다. 이 대표는 평민연의 창립 멤버다.
 
평민연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후 시민사회에 불어 닥친 평화‧민주‧통일 열망을 정당 내에서 실현하겠다며 창설된 조직이다. 평민연은 1987년 당시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 후보가 창당한 평화민주당(평민당)에 재야운동세력으로서 집단 입당했다. 제도권 밖 민주화운동 세력이 대중의 요구를 의회민주주의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서 제도권 정당에 ‘집단·조직적’으로 진입한 최초 사례다.
 
특히 평민연은 노동‧빈민‧학생 등 운동 세력과 변호사‧교수‧문인‧종교인 등을 포괄한 강력한 인프라를 통해 1988년에서 평민당을 제1야당으로 끌어올렸다. 당시 평민연 소속 회원 23명이 출마해 15명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평민당 당선 의원 수 71명 중 21.1%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이 대표가 기획실장‧정책실장 등을 맡았던 재야 민주화운동조직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도 이해찬 사단의 근원이다.
 
특히 이 대표는 30년간 당정청 요직에서 활약한 만큼 굵직한 인사들을 ‘이해찬 사단’에 포섭할 수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 대표 밑에서 정치와 정책에 관해 학습했던 보좌진 출신으로 구성된다. 대부분 최소 10년에서 최장 30년까지 이 의원을 보좌한 최측근으로도 평가된다.
 
홍영표‧김태년 의원 등
‘막강’ 李 보좌진 출신

 
당장 현 20대 국회만 보더라도 홍영표·김태년·윤호중 의원 등이 보좌진 출신의 이해찬 사단으로 분류된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2004년 이 대표가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맡던 당시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대표가 2012년 민주통합당 당대표였던 때에는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으로서 곁을 지켰다.
 
김태년 의원은 오래전부터 이해찬 사단으로 꼽힌 만큼 이 대표 체제가 꾸려지자마자 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이 대표가 민주통합당 대표를 맡던 시절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윤호중 의원도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심재권 의원은 이 대표가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을 하던 때부터 인연이 있다.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중국 특파로 파견됐을 때는 김태년 의원과 함께 이 대표를 보좌하며 동행했다.
 
대표적인 평민연 출신 이해찬 사단으로는 김현 전 당대변인이 꼽힌다. 김 전 대변인은 평민연의 평민당 진입 때부터 이 대표와 함께했다. 2007년 이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에 나왔을 때는 캠프 공보를 담당했고,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선대본부 대변인을 맡았다. 이 대표 또한 김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 등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이해찬 사단’임을 공고히 하고 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도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일하기 전부터 대표적인 ‘이해찬 사람’으로 꼽혔다. 이 대표와는 서울대 동문으로, 1991년부터 8년 간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한 측근이다. 이후에도 정 수석은 2007년 6월 대선을 준비하던 이해찬 대표의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청와대를 떠났다.
 
이강진 세종시 정무부시장 역시 이 대표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했고 총리 재임 중엔 공보수석으로 곁을 지켰다.
 
이재명 경기지사 필두
‘비문’계도 속속 결집

 
여기에 이번 8.25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신임 당대표를 지지했던 인사들이 합세하는 양상이다. 전면에 나서 적극적인 지지 운동을 펼치거나, 물밑 지원한 의원들이 당내에서 새로운 사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이종걸‧우원식‧박범계‧전재수‧표창원‧이재정‧손혜원 의원과 정청래‧최민희‧이화영 전 의원 등이 이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거나, 혹은 상대 후보를 저격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이 대표를 비호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이번 전대에 앞서 이 대표에게 당대표 선거 출마를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선거 기간 동안에도 전면에 나서지지 운동을 펼쳤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에는 이 대표와 ‘컷오프’의 아픔을 함께 겪기도 했다.
 
이 대표가 중국을 오가며 활동할 당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이화영 전 의원도 이번 선거에서 물밑 지원을 했다는 전언이다. 이 전 의원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일하고 있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가교 역할을 했다는 것. 실제로 이 대표는 6.13지방선거 당대표 후보 중 유일하게 이재명 지사를 옹호해 이 지사 지지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이 지사를 필두로 이종걸‧표창원 등 비문 의원들이 이해찬 사단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초반 이해찬 대표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이해찬 키즈’들의 활약도 클 것으로 보인다”며 “친문 세력이 막강했던 민주당 내 새로운 계파가 형성될 것 같다. 당청 간 수평 관계가 회복되면 자연히 이해찬계 입김도 세지지 않겠나”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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