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예전 아시안 게임을 할 때면 온 국민이 합심하여 국가대표 팀을 응원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특히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물론 우리 국민들이 문제는 아니고 대한민국을 대표한 야구대표팀이 문제다.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지적되고 있는 것이 다른 나라는 사회인 야구선수 출신이 포함된 아마추어팀이 주축이 되어 출전하고 있는데, 우리는 프로리그를 쉬면서까지 100%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을 출전시켰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할 기회를 빼앗아버린 것이다.

둘째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을 면제해 주는 한국적 상황을 악용하여 야구대표팀이 군 면제를 위한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동열 감독이 그러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인데, 그는 사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여 금메달만 따면 모든 논란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찬란했던 야구선수 생활을 기억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의 야구인생사의 최대 오점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데 그러한 논란보다 더 핵심적인 논란은 우리 야구대표팀의 실력이 그리 출중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아마추어 출신으로 구성된 대만 야구대표팀에 1-2로 패함으로써 금메달의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찍은 것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중학생 정도의 실력으로 평가받는 홍콩대표팀과는 9회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고, 사회인야구 출신을 포함하고 있는 일본 아마추어 야구대표팀에는 5-1로 대승을 거둔 것이다.

야구 칼럼니스트 백종인 씨는 일본에 5-1로 승리를 한 것에 대해,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건 금메달이 아니다. 시상대 높은 자리도 아니다. 먼 훗날 돌아봐도 떳떳한 역사다. 부끄럽지 않은 기록이다. 애쓴 선수들에게는 미안하다. 하지만 어제 같은 한·일전 승리는 갖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마디로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은 것’이 부끄럽다는 얘기다.

그런데 소 잡는 칼을 함부로 쓰는 곳이 야구만은 아닌 것 같다. 정치세계에서도 소 잡는 칼이 난무하고 있다. 먼저 칼을 빼든 것은 2007년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이었다.

고작 14명에 불과한 민주평화당의 당대표가 되겠다고 그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여 당당히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그가 우리나라 야구대표팀과 같이 졸전을 펼칠지, 아니면 홈런을 양산해 낼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그가 소 잡는 칼을 마구 휘두름으로써 소 잡는 칼을 소지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것은 현실이다.

이에 자극을 받아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은 각각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서 당대표가 되겠다고 출마했으며, 이해찬 의원은 지난 8월 25일에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가 되었고, 손학규 상임고문은 9월 2일 바른미래당의 당대표가 유력하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자유한국당으로 쏠리는데, 김무성 전 당대표나 홍준표 전 당대표가 등판하게 되면 우리나라 정치는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명제가 거짓 명제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게 될 것이다.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그리고 김무성 혹은 홍준표 기대되는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들의 등장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리더를 키우는 역할을 소홀히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등장이 ‘조자룡 헌 칼 쓰듯’ 막무가내로 닭을 잡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한 소를 잡는 데 쓰이 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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