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원인 “한잔 더 하기 위해서?”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 27일 경기 구리시 토평나들목 인근에서 외제 스포츠카가 25t 화물차를 들이받아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음주운전이었다. 당시 사고를 낸 차량의 운전자가 유명 배우 박해미의 남편 황민 프로듀서로 알려지면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사고 차량 ‘직수입’으로 구할 수 있어…구입 당시 SNS ‘자랑’도
차량 사이 빠르게 지나가는 ‘칼치기’ 등 난폭 운전 정황 드러나


배우 박해미의 남편 황민 프로듀서에 대해 경찰이 사전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 30일 황 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 조사에 임했다.

그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당시 그는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구리경찰서 관계자는 같은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황씨의 경찰 조사와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며 “(경찰 조사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경찰은 조사 일정에 대해 함구했지만 뒤늦게 황씨가 당일 조사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25t 화물차 들이받아
2명 사망·5명 부상

 
황 씨는 지난 27일 오후 11시 15분경 경기도 구리시 남양주 방향 토평나들목 인근에서 주취 상태로 갓길에 서 있던 25t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조수석과 조수석 뒷자리에 동승했던 뮤지컬 배우 A(20·여)씨와 B(33·남)씨 등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사람은 박해미가 운영하는 해미뮤지컬컴퍼니 소속 단원이자 그가 교단에 서는 대학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 씨를 비롯해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2명과 화물차 운전자가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들의 부상 정도는 심각하지 않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황 씨는 죄책감을 호소하며 자해를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묵묵부답이었던 박해미는 지난 29일 채널A의 ‘사건 상황실’을 통해 “자기가 죽어야 한다고 난리를 친다더라. 진정제 맞고 또 자고, 그러다가 깨면 또 펑펑 운다고 한다”면서 “본인의 잘못을 이제야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박해미는 “평소 술 문제로 남편을 자주 채근하고는 했는데 자책하는 마음이 든다”고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황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04%로 밝혀졌다.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행법은 혈중알코올 농도에 따라 ▲0.05~0.10% 150~300만 원 ▲0.10~0.15% 300~400만 원 ▲0.15~0.20 400~500만 원 ▲0.20~0.25 500~600만 원 ▲0.25~0.30 700~1000만 원의 벌금형의 형사 처벌을 한다.

또한 혈중농도 0.05~0.10% 미만일 경우 면허정지 100일, 0.10% 이상이거나 인명사고시 면허 취소의 행정처분도 병행한다.
 
직수입 스포츠카
불법 주행 논란

 
황 씨의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 영상이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칼치기’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칼치기란 자동차와 자동차 사이를 빠르게 통과해 추월하는 불법 주행을 말한다. 이때 자동차 간 간격이나 속도, 거리 등에 개의치 않고 빠른 속도로 추월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크다.

도로 위에서 다른 차량들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거나 차량 사이로 갑작스럽게 차로 변경을 하며 운전하는 행위, 빠른 속력으로 앞 차량을 추월하는 행위 등도 칼치기에 포함된다.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황 씨가 몰던 차량은 25t 화물차를 들이받은 뒤 뒤쪽에 주차돼 있던 작업 차량과 충돌해 멈춰 섰다.

사고 직전 황 씨는 버스를 앞지르기 위해 차선 변경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갓길에 정차된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면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사고 경위는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단원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후 음주운전을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들은 1·2차에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소주와 청주를 함께 마신 후 3차를 가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음주를 이어가기 위해 음주운전을 한 것이냐며 비판했다.

당시 황 씨가 운전했던 차량에 관한 이야기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크라이슬러 닷지 챌린저 SRT 헬캣이라는 모델로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비롯해 헐리우드 액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 스포츠카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지 않는 모델이기 때문에 직수입을 통해 구할 수 있다.

앞서 황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차량의 외부 사진과 함께 아내를 설득해 차를 구입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수사당국은 블랙박스 영상 분석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사고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화물차량의 갓길 불법 주차 여부도 살펴볼 방침이다.
하지만 블랙박스에 내부 음성이 녹음되지 않아 자세한 경위는 차에 함께 탔던 생존자들이 회복되는 대로 조사를 통해서 밝혀질 전망이다.

한편 해미뮤지컬컴퍼니에 대한 거취도 주목된다. 이 회사는 1996년 대학로에서 출발해 ‘키스앤메이크업’ ‘메모리즈’ ‘하이파이브’ 등의 창작 뮤지컬을 선보였다.

지난 2013년에는 심사를 거쳐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구리아트홀 상주 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상주 단체가 되면 구리아트홀을 무상 사용할 수 있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

박해미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해미뮤지컬컴퍼니에서 황 씨는 제작과 프로듀서를 담당했으며 공연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해미뮤지컬컴퍼니는 구리아트홀 상주 단체로 선정된 2013년 이후 구리아트홀과 두 세 차례의 연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여파로 내년 1월 예정된 계약 연장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또 당초 지난 1일로 예정됐던 뮤지컬 ‘하이파이브’ 공연은 막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관해 구리아트홀 관계자는 “2년에 한 번씩 상주 단체 심의가 있다. 단체가 다시 응시하면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통해 (상주 단체 여부가) 재공고된다”고 밝혔다.

오는 2019년 1월까지로 예정된 계약 기간 중도 해지에 관해 묻자 관계자는 “중도에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해지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라면서 “이번 사건은 해미뮤지컬컴퍼니 내부적인 사정이기 때문에 (계약 해지) 조항에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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