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개편’ 본격화 ‘반문·반이’ 보수대통합 시동!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여의도에 ‘이해찬 나비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강한 여당’ 기치를 내건 이해찬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수장이 되면서 야권의 움직임이 바빠지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강한 여당에 맞서기 위해 ‘보수대통합’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이해찬 發 정계 개편이 대규모로 일어날 조짐이 벌어지는 것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중론 가운데 ‘누가, 어떤 세력이 주도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탄핵 사태 이후 갈 곳 잃은 보수 표심을 얻기 위해 보수 야당 진영이 지각 변동의 ‘진앙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동시에, ‘여당’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주목된다.

 
“보수 궤멸, 20년 집권, 총선 압승” ‘야당 자극 3종 세트’ 李, 당권 ‘접수’
야권 긴장감 고조 ‘보수대통합’ 본격 분출…“임시분할 체제 보수 끝내야”
“여당 내 계파 갈등·노선 문제 등 뛰쳐나오는 세력…정계 개편의 시작”

 
8?25 전당대회를 통해 7선의 이해찬 의원이 2년간 민주당을 이끌게 됐다. 그간 ‘센’ 발언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던 이 대표가 ‘강한 여당’을 앞세워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자 야당에서는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19대 대선을 앞둔 지난해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원 유세에서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발언, 한국당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보수대통합 재시동
“누가 어떻게가 중요”

 
당시 보수 궤멸을 언급하면서 “20년 장기집권”을 동시에 강조한 이 대표는 이번 당대표에 취임하자마자 ‘20년 집권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그는 “21대 총선도 압승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보수궤멸”, “20년 집권”, “차기 총선 압승” 등 ‘야당 자극 3종 세트’를 연일 내놓음에 따라 보수 진영에서도 본격 대응에 나설 태세다.
 
보수 야당은 지난 지방선거 이후 잠잠했던 ‘보수대통합’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경기도 과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혁신 방안을 위한 세미나에서 ‘통합 보수 야당 건설’을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임시분할 체제의 보수를 끝내고 통합 보수 야당 건설을 위한 재창당 수준의 야권 리모델링도 심도 있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즉각 당내 ‘친박’ 세력에 의해 반발을 샀지만, 친박 세력들도 보수대통합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거의 없는 상태다. 친박계 인사인 김태흠 의원은 연찬회 자리에서 내부 정리가 우선이라고 밝히면서도 “저 역시 보수 대통합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유기준 의원도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보수가 지금 균열돼 힘을 결집시키지 못하면서 한국당 역할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며 보수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친박 홍문종 의원은 다만 “보수대통합을 하긴 해야겠지만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처럼 보수대통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올 연말로 예상되는 여의도 지각변동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이목이 쏠린다.

 
<뉴시스>
   민주당 ‘분열’
새로운 야당 시나리오

 
탄핵 사태 이후 보수진영의 근본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보수 야당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정계 개편이 촉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분열’해 새로운 야당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여당이 분화해서 야당이 만들어진다”며 “여당에서 새로운 야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대표는 “여당에 (유력) 국회의원 후보들이 몰려 있는데, (이들이) 한 지역에 모두 출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선 후 (패배를) 수용해 안 나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경선 하나만으로 출마를 (쉽게) 접을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의 정치적 이유와 노선 문제, 정치적 계파 문제 등으로 뛰쳐나오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정계 개편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여당을 뛰쳐나와 바른미래당이나 한국당 일부 세력과 힘을 합쳐 새로운 야당이 탄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른바 ‘반(反)문재인, 반 이해찬’ 세력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다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정계 개편의 ‘대상’은 되지만 ‘중심’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지금 야당이 가진 동력 자체가 없다. 지지할 만한 인물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당 내 인사는 물론이고 안철수 유승민도 잊혀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힘을 가진 공간에서 정계 개편 일어나기 마련인데 바로 그게 여당”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에 대해선 “현재 당내 친박이 3분의 2인데, 3분의 2가 물갈이되는 경우는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친박 뺀 비박이 탈당한다고 해서 (과거 반복했던 철새 이미지를) 버릴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가 과거 시절과 다르다. (한국당 혁신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차기 총선 의미와 관련해선 “이번 총선의 함의는 마지막 적폐 청산”이라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 선거로 중앙권력이 교체됐고,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권력이 교체됐다. 마지막 남은 선거가 총선인데, 과거 정부에 관한 청산이 주된 흐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총선을 통해 대규모 적폐 청산 흐름이 정리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당이) 어디까지 쪼그라들 것이냐가 또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움직이는 김무성
빅픽쳐 그리는 손학규

 
한국당이 친박과 비박 간 계파 싸움으로 보수 표심이 이탈할 경우 바른미래당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에서 떨어져나온 ‘새끼 야당’과 바른미래당이 합쳐 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당 출현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이 경우 바른미래당 차기 지도부가 2020년 총선까지 어떤 야당을 만들 것인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함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대안 세력으로 보수 표심을 담을 수 있는 그릇임을 보여주면 생존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다시 국민들에게 철퇴를 맞을 거란 관측이다.
 
2일 바른미래당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31일 현재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이 가장 앞서가는 모습이다. 손 위원장은 당대표 출마 선언 당시 “정계 개편의 중심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상황과 관련 “(현재 당내 계파 갈등도 있지만) 손학규 위원장이 굳이 당을 쪼개면서 (한국당과 통합하진) 않을 것 같고, 지금 한국당 내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기 때문에 안철수 유승민으로 하여금 내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정계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 야당은 본인들이 주도하는 각자의 보수대통합을 꿈꾸고 있다. 한국당에선 김무성 전 대표가 물밑에서 본격 움직이는 모습이다. 김 전 대표는 대표적 보수대통합론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27일 ‘길 잃은 보수정치, 공화주의에 주목한다’라는 세미나를 주최하기도 했다. 공화주의는 애초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언급한 것이어서 그 같은 행보가 유 대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내년 초 한국당 전당대회가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차기 당권 주자로 김 전 대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TBS 라디오에 나와 “김무성 세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김무성 의원에 가깝고 그 세력들이 많다”며 “홍준표 전 대표는 (세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레토릭(정치적 수사법)은 좋지만 (차기 당권 장악은) 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민 전 대표도 보수대통합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유 전 대표는 최근 발간된 바른정당 정치 실험을 기록한 백서 ‘개혁보수의 길 385’을 통해 바른미래당 중심의 보수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서에 실린 인터뷰에서 “지방선거가 끝난 뒤 한국당이 정말 더 망해야 한다”며 “저기가 부서져서 바른미래당이 (한국당 내 개혁 세력을) 상당 부분 흡수해 보수에서 제일 큰 정당이 될 수 있으면, 그런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고 희망했다. 인터뷰는 백서 제작 기간이었던 올해 3월 진행됐다. 유 전 대표 바람대로 그렇게 될지 오히려 그 반대가 될지는 향후 정치권의 관전 포인트다.
 
한편, 선거제도 개혁이 정계 개편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1등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가 2-3등까지 당선 가능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될 경우 인위적인 정계 개편 필요성은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한 매체에 “현재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 여부에 따라 야권 정계 개편 움직임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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