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업가가 A라는 회사의 판매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 회사를 아예 통째로 인수했다고 상정하자. 사업가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하면 물건이 훨씬 잘 팔릴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게 A회사 사장이 된 그는 참모 두 명을 발탁해 자신의 판매 전략을 앞에서 진두지휘토록 했다. 
그런데 1년이 넘도록 판매 실적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적자만 늘고 있었다. 사장은 위기 타개를 위해 긴급회의를 해보았으나 a참모는 지금의 판매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b참모는 판매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두 참모의 말 모두 일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사장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겠지만 답은 간단하다. 두 참모 중 하나를 버리든가 둘 다 버리지 않으면 이 회사는 답보를 면할 수 없다. 
기존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낭패를 보는 회사들도 많다. 세계적인 필름 제조회사인 코닥은 선택의 기로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바람에 쇠퇴의 길을 걸은 대표적 기업이다.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코닥은 그러면서도 기존 필름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당시 코닥 경영진은 디지털 카메라라는 신기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기술 도입으로 인해 포기해야 할 필름시장에서의 기회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는 스마트폰 출현을 일찍부터 예언했으면서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역시 MS 내부 핵심 인력과 기술진을 모바일 쪽으로 옮겼을 때 발생할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이처럼 매 순간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회사를 위해 자신의 참모를 버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 경영도 다를 게 하나 없다. 한 국가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국민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 그렇기에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내 갈등이 정말 심각하다. 최악의 고용 참사 원인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견해 차이가 ‘상호보완’이 아닌 ‘대립’ 양상으로까지 치달아 보여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들 간 의견 대립의 핵심은 최저임금 등 소득주도성장이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을 고용 악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 데 반해 장 실장은 이 같은 시각을 경계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발 정부를 믿어 달라”고 읍소까지 할 정도다. 문 대통령은 결국 장 정책실장 손을 들어줬다. 국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핵심경제공약을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경제팀 내 정책 갈등이 상호 양보에 의한 조정이나 절충 가능성이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핵심경제공약과 같은 정책에 대해 첨예한 의견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두 사람과 계속 함께한다는 것은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때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꼽혔던 석유매장량 세계최상위권 국가인 베네수엘라 경제가 최악의 상태로 거덜 나게 된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된다. 베네수엘라의 침몰을 이끈 우고 차베즈 대통령은 국민지지율 90%대를 기록했던 인물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