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황수경 통계청장을 8월 26일 전격 해임하고 후임으로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했다. 통계청은 국가의 여러 통계지표를 조사하고 발표한다. 통계 기능만 수행하고 정책 결정과는 관계없다. 그래서 통계청장 자리는 권력의 간섭 없이 대체로 임기 2년이 보장된다. 그러나 황 청장은 1년 1개월 만에 쫓겨났다. 통계청처럼 비관적인 경제동향을 있는 그대로 발표하는 한국은행 총재의 자리도 불안하지 않을까 싶다.
통계청의 한 직원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황 청장을 경질한 것은 통계청의 업무 결과가 (청와대) 마음에 안 들었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정책 부서장이 아닌 통계청장에게 경제지표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 직원의 반발대로 통계청장 경질은 집권 세력의 마음에 들지 않은데 대한 징벌로 보인다. 전제군주 시절 폭군이 불리한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한 밀사(密使)의 목을 벤 거나 다름없다. 통계지수를 조작하며 “사회주의 지상 낙원”이라고 선전하는 북한 김정은 독재 권력도 아닌 자유 민주 체제 대한민국으로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 통계청은 올 1분기 중 “하위 20%의 소득이 역대 최고치인 8% 감소했고 양극화 지수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참사’ 현실을 반영한 통계청 자료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하위계층 소득 증대를 위해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도리어 하위계층의 수입을 감소시켰다는 실상을 입증한 수치였다. 문 정권에는 불리한 통계 발표였다.
여기에 청와대는 통계청의 경제지표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5월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에게 재조사토록 지시했다. 강 실장은 노동연구원 관계자와 함께 재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뒤집었다. 문 대통령은 “90% 효과” 보고대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공언, 많은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그 후 3개월 만에 문 대통령은 강 실장을 통계청장으로 발탁했다. 문 대통령의 강 청장 임명은 통계자료를 ‘“맞춤형 통계” “통계자료 재가공”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통계청 공무원노조는 “통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너트리는 어리석은 조치”라고 항의했다.
문 대통령은 황 청장을 내쫓을 게 아니라 나쁜 경제상황을 빚어낸 ‘소득주도 성장’ 경제팀을 경질했어야 옳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계속 ‘소득주도 성장’ 세력을 싸고돈다. 미국의 1930년대 초 대공황 때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고집을 연상케 한다.  
미국의 대공황은 1929년 10월 뉴욕 증시가 한 달 동안 무려 37.5%나 폭락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도 당시 후버 대통령은 고전적 자본주의 이론인 자유방임주의(Leissez-faire)에 갇혀 대공황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며 불간섭 원칙을 고수했다. 그의 고집으로 인해 1932년 미국의 실업률은 25%로 악화되어갔다. 시카고에선 굶주린 사람들이 30여 명씩 떼지어 식당 쓰레기통 주변에서 기다리다 쓰레기통이 나오면 서로 달려가 먹다 남은 음식물을 건져가 끼니를 때웠다. 하지만 그의 후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유효수요 창출 이론’을 과감히 받아들여 대공황을 극복해 갔다.
문 대통령도 후버처럼 낡은 이념에 포로가 되어 고집만 피우지 말고 새로운 상황에 과감히 적응해야 만이 ‘일자리 참사’를 극복할 수 있다. 통계청을 경질, 통계 자료를 재가공해 ‘소득주도 성장’을 억지로 정당화하려 해선 안 된다. 고집을 꺾고 위급한 경제 실정에 적응해야 한다. 거기에 “일자라 참사”를 벗어날 수 있는 정직한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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