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독점하고 있는 800㎒ 주파수에 대한 재분배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그동안 800㎒ 주파수 재분배 문제는 이동통신 업계에서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던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2위 업체인 KTF가 800㎒ 주파수에 대한 재분배 요구 등 고효율 주파수의 독점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 제기에 나섰기 때문. 남중수 KTF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800㎒ 주파수를 한 사업자가 독점하고 있는 곳은 세계에서 한국뿐”이라며 “이로 인해 시장 독점 현상과 소비자 이익 저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 사장은 앞으로 전파법 개정과 더불어 주파수 재분배와 관련된 정책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올해 이동통신 시장에서 ‘주파수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셀룰러 사업자인 SKT와 PCS 사업자인 KTF와 LGT 등 3개 사업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하지만 후발사업자인 KTF, LGT는 1.8㎓ 주파수를 사용하는 반면 SKT는 1.8㎓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알려진 800㎒ 주파수를 독점하고 있다.이러한 이유로 후발사업자들은 그동안 특정사업자가 우수 주파수를 독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해왔다.지난해 말 LGT 남용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번호이동 시차제나 접속료 차등화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특정사업자가 우수 주파수를 독점하면서 시장까지 독점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근 남중수 KTF 사장도 기자간담회에서 SKT의 800㎒ 주파수 독점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 제기에 나서면서 올해 이동통신 시장은 ‘주파수 전쟁’으로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남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특정사업자가 우수 주파수를 독점하면서 후발사업자는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이 증가해 요금인하 여력이 제한받고 있어 소비자들이 직접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전체 49%를 차지하는 PCS 가입자들이 해외로밍의 제약을 받고 있는데다 중고휴대폰의 경우 800㎒ 단말기를 사용하는 SKT만 수출이 가능하고 PCS폰은 그대로 사장되는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남 사장은 “KTF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2년 동안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고 정부도 단말기보조금 금지, 번호이동 시차제 등 시장독점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실시했지만 시장의 쏠림 현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며 “고효율 주파수 독점이 해결되지 않는 한 다른 정책들은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고 올해 정통부가 전파법 개정을 계획하고 있어 지금이 주파수 재분배를 요구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결국 후발사업자인 KTF와 LGT는 시장의 독점현상이 SKT가 고효율 주파수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재분배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LGT 한 관계자는 “800㎒ 주파수는 황금 주파수로 불릴 정도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주파수를 SKT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후발사업자들은 기지국에 많은 투자를 함에도 불구하고 통화품질에서 SKT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SKT에 배분된 800㎒ 주파수는 전파거리가 길고 굴절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지하나 산간지역에서도 통화가 가능하고 그만큼 기지국이나 중계기 설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반면 KTF나 LGT에서 사용하는 1.8㎓ 주파수는 전파거리가 짧고 반사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큰 빌딩이나 산 등 장애물이 있거나 지하실 등에서는 통화가 잘 되지 않는 단점이 있어 소형 중계기 등을 많이 설치해야 한다.

이러한 후발사업자들의 요구에 대해 SKT 관계자는 “신세기통신을 인수한 이후 이동통신 시장의 독점을 막기 위해 정부는 접속료 차등제, 번호이동 시차제 등 과도한 규제를 해왔다”며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능력이 달리니까 매번 주파수 문제를 거론하며 불공정 경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SKT는 지난 83년 ‘심사할당방식’으로 800㎒ 주파수를 배분받아 현재까지 무기한으로 사용하고 있다.주파수 재분배 논란에 따라 현재 정통부는 800㎒에 대해 사용기한과 이용료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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