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혜성처럼’ 나타난 한 투자증권 회사 때문이다. ‘리딩투자증권’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를 얻어 설립된 투자증권회사. 이 회사는 그동안 각종 펀드 판매나 기업 인수 컨소시엄 등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는 했지만, 업계에서 그다지 주목 받지는 못했던 곳이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각종 증권회사의 인수 의향자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월 14일 국내의 대표 부실 증권사 중 하나인 브릿지증권의 경영권이 리딩의 품으로 넘어간 것이다. 리딩은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77.75%)와 SWIB(8.64%), RPCA(0.47%)로부터 총 86.86%(6,234만 1,329주)의 지분을 인수하는 주식인수도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인수금액은 1.310억원. 이뿐만이 아니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리딩이 다음 인수회사 물망에 부국증권을 올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은 대체 어떤 곳일까. 리딩투자증권이 국내에 설립된 것은 지난 2000년 3월이었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318억원이었다. 리딩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은 같은해 5월부터였다. 처음에 이 회사는 수익증권판매를 주로 했으나, 지난 2002년부터 외국환 업무를 주로 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주주현황을 보면 박대혁씨가 전체 지분의 30%를 보유해 대주주다. 이외에 한국단자 9%, 이금화씨 9%, 이승수씨 6% 등이 있고, 소액주주의 지분이 35%에 달한다.

현재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주주인 박대혁씨가 맡고 있다. 박대혁씨는 LG투자증권 영국현지법인장 출신으로, 당시 같은 회사의 동경사무소장을 맡았던 김종락씨, 고려증권 국제팀장 출신의 황상진 감사, 모아증권 출신의 안성환씨 등과 함께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박대혁 사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회사를 꿈꾼다’며 야심을 내비칠 정도로 공격적 성향이 강하다. 리딩의 현재 자본금은 230억원에 불과한데, 자기자본이 2,000억원에 달하는 브릿지증권을 인수한 것을 보더라도 그의 야심을 읽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리딩의 이 같은 공격적 경영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이번 브릿지증권 인수 등에서 보여준 리딩의 M&A 방식이 기존과는 워낙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리딩의 자본금 중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70억원 정도로 보인다”며 “브릿지증권을 완전히 인수하기도 벅찰 것으로 보이는데, 부국증권까지 넘보는 것은 어려워보인다”고 말해 결코 증권가의 시각이 곱지 않음을 알려줬다.

리딩의 브릿지 인수 ‘외상매입’논란

인수대금 1,310억중 20억만 선납 잔금은 무이자 납입키로이번에 리딩투자증권이 브릿지증권을 인수한 방식을 두고 증권업계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리딩의 인수방식인 ‘외상매입’은 M&A시장에서 전례가 없던 일.리딩은 지난 2월18일 전체 인수대금인 1,310억원 중 20억원을 선납했다.리딩은 나머지 대금에 대해서는 브릿지증권을 인수한 후 이자 없이 잔금을 상환기간내에 갚아나간다는 방침. 리딩투자증권 관계자는 “인수계약을 하자마자 외부에서 1,310억원을 차입해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다”며 “브릿지증권을 인수한 뒤, 유상감자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해 인수자금을 납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리딩은 브릿지증권 대주주인 BIH와 인수대금을 일정상환기간까지 무이자로 납입한다는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브릿지증권측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브릿지증권 노조 관계자는 “이는 말도 안되는 인수방법”이라며 “인수 과정의 부적격성을 들어 금융당국의 불허를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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