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한국 재계는 한 외국인 투자자의 적대적 M&A에 충격을 받았다. 국내 4대 재벌의 한 곳인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가 뉴질랜드계 투자자인 소버린의 M&A공격에 손한번 제대로 못쓰고 당한 것이었다. 당시 SK그룹은 계열사인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분식회계 문제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져 있었다. 이 틈을 비집고 소버린이 급습한 것이었다. 소버린의 적대적 M&A가 불거지자 재계는 아연 긴장했다. SK사태는 IMF 이후 외국인 투자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던 한국 재계가 외국 투자자의 본색을 그제서야 알아챈 일대 사건이었다. 이때부터 한국 재계는 경영권 방어라는 과제에 눈을 떴다. 그동안 방치해 두었던 지분문제를 다시금 재정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물론 이 문제에서는 삼성, LG, 현대차 등 대재벌그룹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이번호부터 <한국재벌지도>라는 제목하에 국내 50대 재벌그룹의 대주주 및 계열사간 지분지도를 시리즈로 분석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일가족 持分 地圖한국 최대 재벌 삼성. 1백조원의 시장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라는 세계적인 기업을 거느린 삼성그룹은 적어도 외부세력의 적대적 M&A공격에 관한 한 난공불락(難攻不落)처럼 비쳐졌다. 그러나 2004년 중반 독일계 자본인 헤르메츠라는 자본그룹이 삼성물산의 지분 5% 가량을 전격 인수하면서 아연 긴장했다. 헤르메츠는 나중에 지분을 모두 팔아치우고 떠나긴 했지만, 이 사건은 삼성 역시 외국투자자의 사냥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이 사건 이후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위시한 주요 계열사의 집안단속에 바짝 신경을 세웠다.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은 무려 60%에 가깝다. 물론 100여개의 외국계 투자자들이 고루 분산하고 있어 지분다툼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하지만 이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언제,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이건희 회장 일가의 계열사 지분은 주력사인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삼성물산 등에 집중되어 있다.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를 비롯한 이부진 호텔신라 이사,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이윤형씨 등 1남3녀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와 그룹 정보통신 사업분야의 중심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삼성SDS 주식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이건희 회장은 보유 주식수로만 보면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2004년 12월 말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한 상장기업 주식은 삼성전자 281만9,659주(지분율 1.85%)이다.이외에도 이 회장은 삼성물산 220만6,110주(지분율 1.38%), 삼성화재 15만1,565주(지분율 0.31%), 삼성증권 6만7,347주(지분율 0.1%) 등의 상장기업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는 삼성전자 주식만 보유하고 있다. 홍씨의 삼성전자 주식수는 108만3,072주(지분율 0.71%)이다.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주식 보유 내역 역시 복잡한 편이 아니다. 이 상무는 상장기업 주식의 경우 삼성전자 주식 96만1,573주(지분율 0.63%)을 갖고 있다. 이 상무는 또 비상장기업인 삼성에버랜드 주식 62만7,390주(지분율 25.10%), 삼성SDS 주식 514만6,700주(지분율 9.10%),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서울통신기술의 주식 506만6,690주(지분율 46.06%)와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사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가치네트의 주식 14만주(32.7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씨는 비상장 기업인 삼성에버랜드 주식 20만9,129주(지분율8.37%), 삼성SDS 주식 257만260주(지분율 4.6%)를 갖고 있다. 차녀인 이서현씨는 언니인 이부진씨와 마찬가지로 삼성에버랜드 주식 20만9,129주(지분율 8.37%)와 삼성SDS 주식 257만260주(지분율 4.6%)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막내딸인 이윤형씨 역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주식을 언니들과 똑 같은 지분 만큼 갖고 있다.

이 회장의 친가족들이 보유한 주식목록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부분이다. 2004년 12월31일 현재 삼성전자의 상장 주식수는 1억4,726만9,000주(액면가 5,000원, 납입자본금 8,975억원)이다. 이중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은 54.13%(2004년도 주주명부 폐쇄 시점인 12월30일 기준)이고, 기관투자가인 금융기관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이 24% 정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생명이 1,064만4,000여주(지분율 7.2%), 삼성물산이 591만7,000여주(지분율 4%), 삼성화재가 185만6,000여주(지분율 1.26%)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투자가, 그리고 삼성그룹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 등 오너 일가족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 유통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고정된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유통 주식수는 10% 미만인 1천만주 내외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수는 기관투자가, 펀드, 외국인 투자자를 빼고 1인 개인(자연인) 주주 중에서 가장 많은 주식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건희 회장 일가족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 총합계인 486만4,204주(합산 지분율 2.4%)는 우호지분을 제외한 순수 보유지분으로만 보면 미약해 보이지만, 유통물량에 비춰볼 때 매우 큰 영향력을 지닌 주주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점이 이 회장 친족들이 그리 많지 않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도 그룹의 경영권을 확고하게지키고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이 회장의 2세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주식은 아직은 비상장 기업이라는 점에서 가치평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를 축으로 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2세들이 향후 그룹 내에서 어느 정도의 지배력을 갖게 될지 짐작이 가능하다. 실제로 2004년 12월30일 현재 삼성그룹의 전체 계열지배구조를 보면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4개 계열사가 상호출자를 통해 교차지배를 하고 있는 회전형 사슬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들 계열사의 최정점에 삼성에버랜드가 놓여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재용 상무를 중심으로 하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건희 회장 2세들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대주주로 등장하게된 것은 삼성에버랜드 주식의 경우 1996년 11월 삼성에버랜드가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당 7,700원에 전량을 이재용 상무와 부진씨, 서현씨, 윤형씨에게 배정해 취득하게 되었다. 또 삼성SDS는 1999년 2월 삼성SDS가 BW(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하면서 주당 7,150원에 이재용씨를 비롯한 부진씨, 서현씨, 윤형씨에게 매각해 나중에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보유하게 됐다.이재용 상무 등 이건희 회장 2세들이 삼성에버랜드 CB와 삼성SDS BW 문제로 국세청 및 시민단체와 법정공방을 벌이는 핵심은 발행 당시 이들 회사의 사채가 시중가격에 비해 낮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국세청과 시민단체들은 이재용 상무 등 이건희 회장 자녀 4명과 임원 2명이 삼성SDS BW를 저가에 인수한 것은 편법증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이재용 상무 등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측은 삼성SDS BW 인수와 관련해 장외거래 주식가격을 근거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잘못됐으며, 주식 장외거래 가격은 증여세 부과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2004년 4월1일을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본인 명의로 보유한 전체 계열사(63개 계열사, 총자본금 7조4,788억3,300만원) 대비 지분율은 0.44%였다. 또 이 회장과 배우자 홍라희 여사, 그리고 이재용 상무 등 직계 가족이 보유한 계열사 총지분율은 0.79%였고, 8촌 이내의 혈족이 가진 전체 계열사 대비 보유 지분율은 0.89%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지정한 51개 기업집단군(민영화 공기업 포함)의 오너 일가족 보유 계열사 지분율 평균인 2.59%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었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율이 대기업 집단군의 평균치에 비해 낮은데도 경영권 방어 등에 비교적 큰 문제점이 없는 것은 이 회장 일가족은 그룹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절반에 가까운 46.56%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회장 일가족이 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는 다시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이며, 이건희 회장 자신도 삼성생명의 지분을 4.54% 갖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이 회장의 매제인 이종기 전 중앙일보 부회장과 매형인 조운해 한솔그룹 고문이 0.48%와 0.0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계속)<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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