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무는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대 화공과를 졸업한 뒤 곧장 SK(주)에 입사했다. 조 상무는 연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LG칼텍스정유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사회생활 경력으로 치자면 김 상무가 조 상무보다 2년이 빠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유전개발’이라는 사업 자체가 양사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한 사업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실제로 SK(주)와 LG칼텍스 내부에서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미묘한 관계이다보니 ‘유전개발’사업에서도 미묘한 경쟁심이 발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무 상무와 조항선 상무 중 누가 올해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일까.현재로서는 김현무 SK(주)상무가 조금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이는 SK(주)가 20여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 사업에 매진 한 ‘선점효과’ 때문이다. SK(주)는 선대회장인 최종현 회장 때부터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에 열을 올렸다.
고 최 회장은 이미 90년대에 ‘자원기획실’이라는 해외자원개발 담당부서를 만들어 이 사업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김현무 상무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SK(주)에 입사한 이래 줄곧 자나깨나 ‘석유’하나에만 몸을 바쳐온 ‘정통 오일맨’이다. SK(주)내부에서 김 상무만큼 석유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고, 지난 2003년 그는 중책을 맡게 됐다. 바로 SK(주)의 석유개발 총책임자인 석유개발사업부 상무로 승진한 것이다. LG칼텍스정유의 조항선 상무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동기동창’ 김 상무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다. 조 상무는 지난 85년 LG칼텍스정유에 입사하며 석유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는 LG칼텍스정유의 현장 업무보다는 사업기획과 미래 전략수립 등 굵직한 기획들을 주로 해왔다. 이는 그의 이력에서도 알 수 있다. 조 상무가 지난 85년 LG칼텍스정유에 입사한 이후 처음 발령받은 부서는 종합기획실이었다.
이 부서는 사내의 모든 기획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였고, 조 상무는 입사한 지 1년 만인 지난 87년 LG칼텍스정유의 사업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그는 7년 동안 LG칼텍스정유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획업무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그룹의 향후 비전과 관련된 전략사업이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해외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여름이었다. 당시 조 상무는 비서실에 근무 중이었는데, 인사발령을 받게 됐다. LG강남타워 32층에서 31층으로 이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LG칼텍스정유는 지난 2000년 회사비전을 ‘토탈에너지서비스 리더’로 정하고, 허동수 회장의 주도로 기존의 사업이외에 천연가스, 유전개발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터였다.
회사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전력/자원개발부문 사무실이 LG강남타워 31층에 꾸려지고 있었던 것. 이리하며 ‘타고난 전략가’로 불리는 조 상무는 지난 2003년 8월부터 전력/자원개발부문장을 맡게 됐다. LG칼텍스는 SK(주)보다 뒤늦게 이 사업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각오가 대단하다. 지난 2003년 1월에는 세계적인 유전개발회사인 쉐브론텍사코 회사의 지분 15%를 인수했을 정도로 이 사업에 욕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유전시장을 향해 깃발을 올린 동기동창생의 승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