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매우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다. 이는 그룹의 주축 기업인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4개사를 중심으로 방계 회사들에 투자하는 순환출자를 통해 상호 지배력을 가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크게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구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로 이어지는 구조, 그리고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구조,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으로 이어지는 구조 등 크게 5가지의 연결구조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

렇지만 이들 구조는 하부 계열사간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주축기업의 지분을 역으로 보유하는 우회적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 궁극적으로 64개 전계열사가 사슬처럼 연결되는 하나의 유기체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나타난 또다른 특징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삼성데이타시스템의 후신)가 신사업 모델로 등장한 인터넷, 네트워크 및 정보통신사업을 담당하는 인큐베이터역할을 맡고 이들 두 기업이 2000년도를 기점으로 가치네트, 이삼성, 이삼성인터내셔널 등을 설립하면서 삼성그룹 계열군에 신사업 계열군이 등장한 점을 들 수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핵심 4개사를 정점으로 64개 계열사가 직·간접적인 출자를 통해 상호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핵심 4개사 역시 직·간접적인 형태의 출자로 서로 지배-피지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핵심 지배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이 상호 순환출자 형태로 서로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 일가의 낮은 계열사 지분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위협을 받는 상황은 초래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간 지배구조를 요약하면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4개사가 사업부문별 계열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2단계로 삼성증권, 삼성SDI, 삼성전기, 제일모직 등 4개사가 허리 역할을 맡고 있다. 여기에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 3개사는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역순환 형태로 보유하면서 도마뱀처럼 꼬리가 단절될 수 있는 지배구조의 연결고리를 보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7.20%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삼성카드의 지분 46.04%를 소유하면서 삼성카드가 거꾸로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64%를 보유하는 형태인 것이다.

이는 그룹의 캐시카우(자금줄)인 삼성전자가 지배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직접 갖고 있지 않은 점을 삼성카드를 통해 보완해주는 형식이다. 삼성전자가 직접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의 대주주가 삼성그룹 계열사라기 보다는 외국인 투자자가 기관투자가 등 외부세력이라는 점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삼성전자가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라면 현재 삼성전자의 대주주인 외부세력이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게 될 것이고, 이럴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 전체가 외부 투자자의 지배하에 들어갈 수 있음을 우려해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는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차단해둔 셈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은 삼성에버랜드라는 회사이다. 1963년 동화부동산이라는 상호로 출범했던 삼성에버랜드는 용인자연농원(현재의 용인에버랜드) 건립을 위해 탄생한 기업이다.

그후 1967년 중앙개발로, 다시 1997년 삼성에버랜드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1976년 중앙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보유하게 된 막대한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기업 변신에 나섰다. 1996년 12월 삼성에버랜드 이사회(당시 이 회사의 대표자는 허태학 사장)는 125만4,777만주(액면가 5,000원, 발행가 7,700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 CB는 이재용씨를 비롯해 부진씨, 서현씨, 윤형씨 등 이건희 회장의 2세들에게 배정됐다.신규 발행되는 CB는 회사 주주들에게 출자비율에 따라 배정되는 게 관례였지만, 당시 삼성에버랜드의 그룹 계열사 주주(CJ, 한솔, 신세계백화점 등 분가한 계열사 및 주주들은 CB 인수에 참여했음)들은 CB 인수를 모두 포기했다. 신규 CB의 발행으로 이 회사의 자본금은 353억6,000만원에서 단숨에 989억 8,850만원으로 불어났다.

이 회사는 이듬해인 1997년 3월 3만8,023주의 CB(액면가 5,000원, 발행가 7,700원)를 새로 발행해 자본금을 1,000억원으로 만들었다. 신규 CB 발행을 마친 이 회사는 2년 뒤인 99년 4월에 세번째로 50만주의 CB(액면가 5,000원)를 신규로 발행했다. 세번째 발행된 CB의 가격은 주당 10만원이었다. 세번째 발행된 CB의 경우 이건희 회장 2세들은 인수를 포기했으나 기존 계열사 주주들(제일모직,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SDI)은 모두 참여했다. 2004년 12월 말 현재 법인 1대주주인 삼성카드의 지분(25.6%)은 원래 주주였던 삼성캐피탈이 삼성카드에 합병되면서 자산이 양도된 데 따른 것이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동안 세 차례의 CB 발행으로 삼성에버랜드의 자본금은 1,500억원이 됐다. CB 발행을 통해 자본금 확충에 성공한 삼성에버랜드는 1997년 당시 그룹의 지주회사격이던 삼성생명의 지분확보에 나서는 한편 인터넷 등 신사업군의 중심기업이던 가치네트(지분율 18.73%), 이삼성(지분율 25%), 이삼성인터내셔널(지분율 25%), 엠포스(지분율 15%), 올앳(지분율 30%) 등에 투자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는 전체 64개 계열사 중 11개사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그룹의 지주회사격이던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이 회사를 중심축으로 하는 삼성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가 형성되었다.2004년 12월 말 현재 삼성그룹의 64개 계열사 중 타 계열사에 출자를 하고 있는 회사는 전체의 40%인 26개사이다. 이 중 가장 많은 계열사에 출자를 하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계열사의 46%인 30개사에 출자를 하고 있다. 다음은 삼성물산으로 18개 회사에 출자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16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3개사 외에 10개 이상의 타법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삼성카드(12개사), 제일모직(11개사), 삼성에버랜드(11개사), 삼성SDI(11개사) 등이며, 삼성전기(9개사), 삼성SDS(8개사), 삼성화재(7개사), 제일기획(7개사) 등도 비교적 많은 계열사에 출자를 하고 있다. 반면 에스원, 이삼성, 호텔신라, 가치네트, 삼성광주전자 등은 계열사 출자숫자가 1~2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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