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환란 이후 금융계에 가장 큰 족적을 남겼던 김정태 전국민은행장은 서강대 경영학부에서 30년 금융인 생활 동안 몸으로 체득했던 현장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달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김 전 행장은 지난 3일부터 일주일에 2시간씩 ‘금융기관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강의준비와 경기도 화성의 600평 규모의 농장 농사준비에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 전 행장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여러 곳에서 영입의사를 타진 받았지만 당분간은 학생들과 씨름하며 지친 심신을 다스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김정태 전 행장의 위상이 사그러들지 않은 것일까. 그는 이헌재 부총리 퇴임 이후 차기 후보에 거론되기도 했다.지난 2000년 국민-주택은행 합병의 산파역할을 했던 김상훈 전 국민은행 회장은 CFO(재무최고책임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상장기업과 코스닥 기업들을 회원사에 동참시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국민은행의 상임고문으로서 현 경영진에 은행경영과 관한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상훈 전 회장이 이끌고 있는 CFO협회는 지난 2002년 창립돼 현재 150여개 상장기업과 350여명의 CFO가 참여하고 있으며, 위성복 전 조흥은행장과 이헌재 전 부총리가 고문을 맡고 있다.상업-한일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의 전임 행장들은 IMF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시기를 넘기며 우리금융의 토대를 만든 명 조타수들답게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합병 직전 상업은행장을 지냈던 배찬병 전 행장은 생명보험협회장을 맡아 은행장 출신답지 않게(?) ‘방카슈랑스 2차 확대 저지’라는 보험업계의 최대현안을 해결해 업계의 신망을 한 몸에 얻고 있다.

당시 한일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신동혁 전 행장은 한미은행장을 거쳐 지금은 은행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은행연합회장으로 재임 중이어서 상업-한일 합병의 주역이 모두 주요 금융업계 협회장으로 근무하는 진기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중도퇴진 이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전 재산에 가압류 처분을 받아 곤욕을 치렀던 김진만 초대 한빛은행장(우리은행 전신)은 지금 대성그룹 글로벌에너지네트워크 상임고문으로 취임해 그룹재무와 그룹의 자회사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다.김 전 행장에 이어 우리은행장을 맡은 이덕훈 전 행장은 황영기 우리은행장에 바통을 넘겨주고 퇴임한지 1개월 만에 차관급인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화려하게 등장, 가장 돋보이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이 전 행장은 지난해 11월 ‘금통위의 반란’이라고 일컬어지는 콜금리 인하를 주도하며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전 행장은 지난해 8월 금리인하가 결정된 금통위에서도 0.5% 인하를 주장하며 소수의견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또 그는 같은 해 10월에는 기업은행장 출신인 김종창 위원과 함께 콜금리 인하를 주장하기도 했다.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는 박승 한은총재가 콜금리 동결을 강력히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0.25%P 콜금리 추가인하를 이끌어낸 부분은 이 전 행장의 건재함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외환은행 매각작업을 주도했던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지난해 5월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으로 취임해 95년 기아포드할부금융사장을 시작으로 2001년 LG투신운용 사장, 2002년 외환은행장, 2004년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등 10년만에 제2금융, 자산운용사, 은행, 증권사 CEO를 모두 역임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조흥은행 매각 당시 총파업에 나선 노조와 3일 밤낮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파업철회를 이끌어 냈던 홍석주 전 조흥은행장은 지난해 6월 한국증권금융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노조를 설득해 3년간의 임금동결, 명예퇴직 실시 등 ‘철밥통’으로 불리던 증권금융의 개혁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반면 대외활동을 자제하며 은둔하고 있는 전임행장들도 소수 있다.위환위기 이후 강원은행, 충북은행 합병 등 연이은 인수합병을 통해 조흥은행을 사지에서 구출했던 위성복 전 조흥은행장은 정치권 로비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의 뇌물 수수혐의로 뒤늦게 구속돼 곤욕을 치른 후, 최근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 자택에서 등산과 독서, 골프 등으로 소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인호 전 신한은행장 또한 지주사 사외이사와 신한은행의 명예직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나 이사회에 참석하는 외에는 외부에 거의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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