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건축업자인데 호텔을 시공하게 되었다. 그런데 공사가 다 완공되어 보존등기까지 된 마당인데도 아직 공사비를 전액 지급받지 못하였다. 그 사이 그 건물은 은행 측에 근저당이 설정되었는데 얼마 후 은행에서 임의경매를 신청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A씨는 압류 전에 유치권을 행사하기로 마음먹고 건물 입구에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현재 직원들을 상주시키면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 후 은행에서 실제로 경매신청을 하여 B씨가 낙찰 받았다. A씨는 근저당이 설정된 이후에 유치권을 행사하였음에도 B씨에게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있나?

가. 민사유치권은 근저당권자에게 우선

부동산 경매절차에서의 매수인은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에 따라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는 것이 원칙이나,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무자가 위 부동산에 관한 공사대금 채권자에게 그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유치권을 취득하게 한 경우, 점유자로서는 위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2009. 1.15.선고 2008다70763 판결). 즉 민사유치권의 성립 시기는 늦어도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일’까지는 유치권을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때까지 유치권을 취득한다면 유치권 취득 이전에 이미 선행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고 해도 경락인에게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있다. 이 사안의 경우 A씨는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일, 즉 압류 시점 이전에 이미 유치권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경매절차에서 낙찰자에게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 경우 낙찰자가 권리 남용 주장을 하면 어떻게 될까? 즉 건축업자 A씨가 근저당권자인 은행의 신청에 의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절차가 곧 개시되리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건축주로부터 부동산을 인도받았다고 보인다는 이유로, B씨가 A씨의 유치권 주장이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경우 문제다. 
만약 건축업자가 자기 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위하여 위와 같이 취약한 재정적 지위에 있는 채무자와의 사이에 의도적으로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의 거래를 일으키고 그에 기하여 목적물을 점유하게 됨으로써 유치권이 성립하였다면, 유치권자가 그 유치권을 저당권자 등에 대하여 주장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 또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다84298 판결). 
하지만 단지 목적물에 관하여 채권이 발생하였으나 채권자가 목적물에 관한 점유를 취득하기 전에 그에 관하여 저당권 등 담보물권이 설정되고 이후에 채권자가 목적물에 관한 점유를 취득한 경우 채권자는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유치권의 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다53462 판결).
이 사안에서 유치권자 A씨가 위와 같은 권리남용으로 추단되는 행위를 한 바는 없으므로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사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다. 

나. 상사유치권의 경우 근저당권자에게 유치권 주장 안 돼

그런데 만약 B씨가 A씨의 유치권이 상사유치권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최근 대법원은 부동산도 상사유치권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상사유치권은 민사유치권과 달리 대상 물건이 채무자의 소유여야 하므로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그 뒤에 유치권을 행사하여도 근저당권자에게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7350 판결). 결국 이 경우 권리의 선후에 대한 기준점은 ‘근저당권 설정시점’이 된다. 민사유치권이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전에만 유치권을 행사하면 근정당권이 선행한다고 해도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 위 대법원판례(2014다53462 판결)의 원심(대전고법 2014. 7. 8. 선고 (청주)2014나667 판결)에서도 “피고는 상사유치권자에 불과한데 상사유치권자는 선행저당권자 또는 선행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상사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으므로, 위 피고는 선행저당권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에서도 원심의 판단을 지지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 판시 내용의 취지에 비춰볼 때 대법원의 견해는 상사유치권이 성립될 경우에는 민사유치권을 주장해 선행저당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 

다. 결어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A씨의 유치권이 민사유치권이면 A씨가 승소하고, 상사유치권이면 B씨가 승소한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A씨도 상인이고, 건축주 역시 호텔 주인이어서 상인임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은 상사유치권 문제로 해석될 것으로 보여 B씨가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사소송은 처분권주의(변론주의)이므로 실무상 양 당사자가 어떠한 주장과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소송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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