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용카드사 “너 떨고 있니?”


회원들의 신용상태를 따져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카드사가 먼저 신용을 깨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회원들이 착실히 모아놓은 마일리지를 물거품처럼 만들어버리는 것부터 약정날짜까지 마음대로 조작하고 있다.

무려 1000억 원에 달하는 180만 명의 소중한 재산인 카드 마일리지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중심에는 LG카드가 있다. 법무법인 서린 소속 장진영 변호사가 LG카드를 상대로 싸워 이겼다. 골리앗을 눕힌 다윗의 승리다. 신용고객들의 믿음을 대기업이 짓밟아 버렸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개미군단의 따끔한 위력을 여과 없이 보여준 장진영 변호사가 LG카드를 상대로 낱낱이 밝힌 무개념, 무신용의 파렴치한 거짓말 퍼레이드, 그 화려한 일지를 들춰본다.

LG카드가 출시한 ‘LG 트래블 카드’는 해외여행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잘 반영해 항공마일리지 부가서비스의 혜택을 추가했다.
1000원 결제 시 2마일의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당대 최고 항공마일리지 카드였다.

그러나 LG카드는 2005년 3월 갑자기 1500원당 2마일을 제공한다며 일방적으로 마일리지 서비스를 50%로 축소한다. 이유는 항공사가 마일리지 단가를 올려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차곡차곡 마일리지를 쌓아 올린 회원들의 포인트가 순식간에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대형 카드사의 약관 변경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회원들 사이에 장진영(37)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삼켜버린 신용회원 마일리지
LG카드 ‘덫’에 스스로 갇혀

장씨는 당시 사업연수원생으로 2004년 9월 연회비 2만원을 내고 LG 트래블 카드를 만들어 쓰고 있었다.

그는 2005년 3월 LG카드의 일방적인 카드 마일리지 축소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카드사에 수차례 부당함을 지적했지만 “약관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변경했다”는 말만 되풀이 받았다.

이에 장씨는 2006년 “고객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신용카드 약관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뒤 제휴 항공사 마일리지를 축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다. 결과는 장씨의 완승이었다.

재판부는 “약관 변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카드사가 마일리지를 축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중요 사항을 명시해야하는 피고가 제휴사의 단가 인상 등 서비스가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비난이 빗발치자 다급해진 LG측은 2심에서 회심의 카드를 준비한다.

당대 최고의 로펌인 김앤장을 끌어들여 장 변호사를 기선제압하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1심 패소의 핑계거리를 찾은 것이다.

바로 ‘LG카드 개인회원 규약 제 24조 3항’이다. 이 규약에 따르면 “회원에게 제공되는 보너스 포인트 및 제반 서비스는 제휴업체의 사정에 따라 변경 또는 중단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LG측은 “마일리지 적립기준 변경은 24조 3항의 규정에 근거한 조치이고 기준 변경 이전에 미리 고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LG측의 생존을 위한 파렴치한 거짓말로 들통 났다.

LG카드가 약관상 권한도 없이 무작정 마일리지를 축소했다가 소비자의 이의가 제기되자 뒤늦게 약관을 변경해 제24조 제3항을 추가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사실은 장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 중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마일리지 권리찾기 운동본부 (http://www. cafe.daum.net /travelcard)의 회원이 LG측이 주장하는 제 24조 3항이 없는 서류들을 찾아낸 것이다.

최고의 법률회사에 거짓말로 중무장했지만 2심의 결과도 LG측 참패였다.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은 “피고가 마일리지 적립기준변경의 근거로 제시하는 개인회원 규약 제24조 제3항은 원고가 신용카드 회원으로 가입계약을 할 당시 존재하지 않아 회원가입계약의 내용으로 될 수 없다”며 “계약체결 당시 항공마일리지 제공기준 변경가능성에 관해
이를 설명했거나 원고가 그 적용에 동의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장 변호사에게 아시아나 항공마일리지 4만 1530마일을 지급하라고 선고 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LG측에 24조 3항이 신설된 시기에 대한 관련 자료를 제출 할 것을 명령했지만 LG측은 아직도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 동원한 LG 망신 “오래된 일 직원의 실수”

이에 대해 LG카드 측은 “오래 된 일이라 담당자의 실수로 날짜를 체크하지 못한 것이다”며 “장 변호사가 가입할 당시에는 제 24조 3항에 대해서 존재하지 않았다”고 일부 인정했다.

마일리지로 피해를 본 회원들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집단소송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은 장변호사 개인에 대한 소송으로 향후 상고를 결정하지 않아 다른 회원들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른 카드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삼성카드는 삼성에스마일카드와 스카이패스삼성카드 등 총 7종의 항공사 마일리지 제휴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카드도 K플래티늄 등 6개, 비씨카드 역시 마일즈 카드 보유중이다.

이에 카드에 가입했던 회원들의 집단 소송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장변호사가 만든 마일리지 권리찾기 운동본부(http://www.cafe.daum.net/travelcard)는 3259명의 회원이 가입해 798명의 회
원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신용사회의 신용시민들이 사용하는 신용카드. 지난 한 해 사용금액 254조원, 국내 8,000만 장, 경제활동인구 1인당 평균 3매 이상을 소지했다.

신용을 담보로 존재하는 카드 회사의 배반 행위에 대한 심판이 시작됐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LG는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회원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LG카드에 가입했던 130여만 명의 회원들은 LG측에 비윤리와 무신용에 대한 제1조 제1항의 경고장을 고지한 내용증명을 발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골리앗 LG 눕힌 장진영 변호사(법무법인 서린) 인터뷰

대기업 부당횡포 척결의 시발점

-LG카드가 발행한 ‘LG 트래블 카드’의 부당한 마일리지 축소에 대한 소송에서 이겼다.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소송의 이유는 단순했다. LG카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는 엄격한 잣대로 신용을 강조하는 카드사가 회원들과의 신용을 어겼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2심에서 결정적인 승소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은 제 24조 3항 때문에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조항이 없었더라도 2심에서도 승소했다. LG카드사의 잘못이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활동하고 있는 마일리지 권리찾기 운동본부(http://www.cafe.daum.net/travelcar d)의 회원들의 힘이 컸다. 그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고 또 많은 격려를 해주었다.

-제 24조 3항을 어떻게 알게 됐나.
▲회원들이 인터넷에 있는 서류를 다운받아 가져왔고, 문제가 되는 전단지를 가져왔다.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대기업과의 소송은 혼자처럼 생각되겠지만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다. 수백만의 회원들이 힘이 된다, 외롭지 않은 싸움이다.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는 것으로 생각되나.
▲정확히 카드사의 회원이 몇 명인지는 카드사가 밝히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피해규모가 1000억 원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단순히 마일리지 계산만 따졌을 때다. 현재 우리나라 카드는 마일리지뿐만 아니라 놀이기구, 주유할인, 외식할인 등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이 있다. 그러나 카드사에서는 가입 시 각종 할인 서비스로 회원들을 유혹했다가 목표가 달성될 경우 약관을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각종 할인 부가서비스의 부당한 변경까지 따졌을 경우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피해가 예상된다.

-LG측에서는 김앤장이라는 거대 로펌까지 동원해 2심 소송을 했다. 공식적인 답변이 왔나.
▲LG측이 상고를 제고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두렵지 않다. 이미 잘못이 명명백백 밝혀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획은.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보면 개인의 권리가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기업의 횡포가 만성화 되어 있어 개인들은 부당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무감각해져있다. 앞으로 이런 부당함을 찾아내어 개인의 권리를 찾아주고 싶다. 대기업을 상대로 후속 소송이 몇 건 더 있다. 사람들이 당연한 권리에 대해 요구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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