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빅딜로 재계의 이목을 끌었던 진로 인수전이 지난 4월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하이트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1막이 끝났다. 이제 2막은 과연 3조1,000억원대에 이르는 진로 인수금을 이 컨소시엄이 제대로 납부해 마지막 순간까지 거래가 별 탈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우선협상자 선정이 마무리된지 1주일도 안돼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주체들간에 주도권다툼이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하이트컨소시엄에 참여한 곳은 하이트맥주를 비롯해 교직원공제회, 산업은행, 새마을금고연합회, 군인공제회 등 5곳. 이들은 겉으론 말하지 않지만 내심 진로의 경영권을 마음에 두고 있다. 특히 컨소시엄에 참가한 한 업체관계자에 따르면 진로그룹을 놓고 외국자본과의 대결을 선언한 기관투자가들과 하이트맥주간에 이상기류가 생기고 있다.

그는 “하이트맥주의 2대주주인 ‘칼스버그’ 문제와 실질적인 자금처인 컨소시엄 참가업체들간의 경영권 행사여부가 앞으로 최대 논란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인수까지 갈 길이 먼데도 불협화음부터 들리는 하이트컨소시엄의 속사정을 파헤쳐봤다. 현재 하이트컨소시엄에 참여한 곳은 하이트맥주를 비롯해 교직원공제회, 산업은행, 새마을금고연합회, 군인공제회 등 5곳. 이들은 겉으론 말하지 않지만 내심 진로의 경영권을 마음에 두고 있다. 특히 컨소시엄에 참가한 한 업체관계자에 따르면 진로그룹을 놓고 외국자본과의 대결을 선언한 기관투자가들과 하이트맥주간에 이상기류가 생기고 있다. 그는 “하이트맥주의 2대주주인 ‘칼스버그’ 문제와 실질적인 자금처인 컨소시엄 참가업체들간의 경영권 행사여부가 앞으로 최대 논란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인수까지 갈 길이 먼데도 불협화음부터 들리는 하이트컨소시엄의 속사정을 파헤쳐봤다.

경영권 놓고 불협화음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문제는 바로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의 경영권 참여 여부. 하이트맥주에 따르면 진로는 하이트맥주에 의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유지할 예정이다. 특히 자금을 담당한 기관들은 경영권으로부터 철저하게 단절됐다는 게 하이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관투자가들의 불만은 바로 이 점 때문. 군인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하이트가 경영을 맡게 되겠지만, 문제가 생긴다면 경영진에 대한 교체는 당연하다”면서 “엄청난 자금을 투자한 이상, 경영권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한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하이트를 믿고 있지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경영진 교체 등을 통한 영향력을 적극 행사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기관투자가들에 따르면 “이번 진로 투자건은 해외투기 자본에 대항한다는 명분아래 국내 맥주 시장에서 강자로 인정받고 있는 하이트맥주의 경영진을 믿고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트맥주가 가진 주류업계의 노하우보다 앞서 투기자본세력에 대한 대항마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하이트맥주의 2대주주가 덴마크계 맥주회사인 ‘칼스버그’라는 점에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진로유통망을 이용한 칼스버그의 급속한 세력확장을 염려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하이트맥주측에 확인한 결과 ‘칼스버그의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확답을 받았지만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다”라며 “칼스버그의 경영참가가 확인되는 즉시 기관들과 협력해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칼스버그와 하이트의 관계는 벌써 30여년에 달할 정도”라며 “지금은 IMF 당시 칼스버그가 출자했던 자금이 주식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의 자금력 문제

기관투자가들은 또 “현재 하이트컨소시엄을 보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먹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면서 “자금은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몫이지만, 알토란같은 경영권은 하이트맥주가 가져간다”고 토로했다. 기관투자가들은 물론 주류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또 다른 점은 바로 하이트의 자금력. 진로 인수대금에 3조1,000억원을 써냈기 때문이다. 진로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3조1,000억원대. 하이트맥주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힘이 들 정도다. 지난 3월말 일부 언론에서는 하이트의 가용자금이 2,000억원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이트가 보유하고 있는 추가 자금은 최근 발행한 CB(전환사채)로 인해 들어온 자금이 전부. 그런데 이 CB는 교직원공제회에서 사들인 것으로 2,300억원에 달한다.

결국 하이트가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자금은 원래 있던 자금 2,000억원에 이어 CB발행으로 들어온 2,300억원이 전부인 셈이다. 교직원공제회에 따르면 진로 2대주주를 약속받고 이번 컨소시엄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2,300억원은 하이트CB에 들어간 자금이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을 테지만, 앞으로 있을 진로인수에 대한 자금은 규모나 액수 등이 알려진 바가 없다”면서 “인수 가격을 3조1,000억원으로 써 냈지만, 앞으로 들어갈 자금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부터 시작해서 경영권은 원래 우리가 차지하기로 했다”며 “자금력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우세할지 모르지만, 경영에 관련해서는 우리가 월등하다”고 강조했다.

겉으론‘돈독’속으로‘의심’

업계의 관심은 하이트컨소시엄의 결속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쏠려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사상누각’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진로 인수에 참가했던 한 주류업체는 “컨소시엄의 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향후 일은 아무도 모른다”면서 “자금투입여부와 실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 독과점 문제도 얽혀있어 컨소시엄의 결속력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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