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S.LS그룹으로 분할된 범 LG家

2003년 3월은 LG그룹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이 열린 시기였다. 한국 재계 랭킹 3위였던 거대 재벌집단이던 LG그룹이 LG-GS-LS그룹 등 3개 기업집단군으로 분할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LG그룹은 2003년 출범한 그룹지주회사인 ㈜LG를 중심으로 LG전자 LG화학, 데이콤 등 전자, 화학, 통신업종의 3개군으로 이루어졌고, GS그룹은 LG칼텍스정유, GS홈쇼핑(옛 LG홈쇼핑) 등을 축으로 LG그룹에서 분할돼 출범했다. 또 LS그룹은 LS산전(옛 LG산전)을 중심으로 LG그룹에서 떨어졌다. 이들 범LG그룹 계열들의 분할이 지난 3월을 기점으로 독립경영에 나선 것이다.이들 3개그룹의 독립 출범은 엄격히 말하면 인적분할이었다. ‘인적분할’이라는 의미는 사람을 중심으로 그룹이 분할되었다는 뜻이다.

LG그룹은 그룹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작고)의 손자이자 LG가의 본류인 구본무 회장이 맡았고, GS그룹은 사돈가인 허창수 회장이, LS그룹은 구인회 회장의 셋째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LS산전 회장이 맡았다.이에 따라 LG그룹의 규모는 계열사수가 2004년 4월1일 52개사에서 2005년 4월1일 기준으로 38개사로 14개사가 줄었고, 자산규모도 61조6,000억원에서 50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자산규모면에서 삼성, 현대자동차에 이어 랭킹 3위로 한단계 내려앉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재계랭킹 4위인 SK그룹의 49조9,000억원에 비해 불과 1조원 정도가 더 높은 수치여서 언제 이 순위가 뒤바뀌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소버린 (주)LG, LG전자 각각 7%지분

구본무 회장 일가족의 계열사 지분은 지주회사인 ㈜LG를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다. 이는 그룹계열사가 ㈜LG를 축으로 나머지 38개 계열사가 수직적인 지분구조를 가졌 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 직계 및 방계 그리고 친인척이 보유한 ㈜LG의 지분율 합계는 LG연암학원(3.09%)과 LG연암문화재단(0.33%)을 제외할 경우 48.1%에 이른다. 우호지분을 합칠 경우 전체 지분의 절반을 넘는 상황(2005년 4월 말 현재 구본무 회장 우호지분 51.51%)이어서 다른 기업에 비해 경영권은 매우 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LG는 올들어 외국계 자본의 공격을 받고 있다. SK㈜를 곤경에 빠트렸던 뉴질랜드계 투자자본인 소버린이 지난 4월초 7%의 지분을 시장에서 전격 매입한 것이었다. 특히 소버린은 주식매입배경을 ‘경영참가’라고 못박음에 따라 향후 대주주와 지분경쟁을 벌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물론 이후 LG연암학원재단이 1%에 가까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지분경쟁에 맞불을 놓았다.이 부분은 계열사 지분현황을 설명할 때 좀더 자세히 밝히겠지만 소버린의 공격은 자칫 다른 투자자본의 공격을 이끌어내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소버린이 독자적으로 경영을 좌우할 수는 없지만 외국계 다른 자본과 결합해 경영간섭에 나설 경우 구본무 회장측으로서는 적잖은 곤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 부분에 대해 구본무 회장은 별 걱정이 없다는 표정이다. 그 이유는 지분이 매우 안정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호지분을 포함해 ㈜LG의 지분 51.51%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위협할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 회장측이 신경을 쓰는 또다른 부분은 소버린이 LG전자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버린은 ㈜LG의 지분을 사들이던 지난 4월 초 LG전자의 지분도 7.02%나 사들였다.

이 부분 역시 소버린측은 경영참가라는 단서를 달았다. 소비린이 경영참여까지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지만 주권을 앞세워 그룹경영에 일일이 간섭하게 되면 구 회장측으로선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소버린이 지난 2003년 2월 SK㈜의 지분 15%를 사들인 이후 보여준 행태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소버린은 경영권을 위협하기 보다는 경영인이나 오너들과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수익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소버린이 LG전자의 지분을 동시에 매수한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단순한 수익창출이 목적이면 ㈜LG에 집중하면 될 것임에도 LG전자를 동시에 매입한 부분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더욱이나 LG전자의 경우 ㈜LG가 전체 지분의 30.28%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을 위협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소버린이 ㈜LG와 LG전자를 동시에 공격한 부분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이는 LG전자의 경우 그룹의 축이라는 점과 이 회사의 주가가 2005년 5월 현재 주당 7만원대를 오르내리는 점을 고려한 공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룹의 제조업 중심인 LG전자를 공격할 경우 주가가 높아 오너쪽에서 방어가 어렵고, ㈜LG를 동시에 공격하면서 신경을 분산시키겠다는 나름대로의 양동작전이라는 해석이 그것이다. 실제로 구 회장이 LG전자의 지분 1%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1천억원이 넘는다. 현실적으로 LG전자의 지분방어는 다른 우호자가 없을 경우 불가능한 측면이 강하다. 이 점을 소버린은 교묘히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구본무회장 친인척 (주)LG지분 48.1%

그럼에도 구 회장측은 소버린의 공격에 다소 느긋한 표정이다. 지난 4월 소버린의 주식매입 사실이 알려진 이후 그룹측은 “지분의 절반이상이 오너에게 있는 상황에서 소버린의 공격은 무의미하다”고 깎아 내렸다. 이 같은 배경에는 그룹지주회사인 ㈜LG의 지분율에서 구 회장과 우호세력이 가진 비중이 50%를 넘어서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2005년 1월 현재 구 회장 일가의 ㈜LG 지분율(증권거래소 집계)을 구체적으로 보면 구본무 회장이 10.16%로 최대 주주이고, 부친 구자경 명예회장이 0.58%, 부인 김영식씨가 2.93%, 장남으로 입적된 구광모씨가 1.35%, 장녀인 구연경씨가 0.6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의 형제와 친인척들도 ㈜LG의 대주주인 사람이 많다. 예를들면 동생인 구본준 LG필립스 사장이 64%를 보유해 형인 구본무 회장에 이어 개인 2대주주이고,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4.04%, 구본식 희성정밀 부사장이 3.76%, 여동생 구훤미씨가 0.71%, 구미정씨가 0.82%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구본무 회장의 삼촌 구자극 LG상사 회장(미주지역 본부장, 구자경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이 1.09%, 매제인 김화중 희성금속 부회장(구본무 회장의 여동생 구훤미씨 남편)이 0.8%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GS그룹을 이끌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LG의 지분 2.13%를 보유하고 있다.구본무 회장은 ㈜LG 이외의 계열사에 대한 지분도 약간씩 갖고 있다. 구 회장이 보유한 다른 계열사 지분은 LG CNS 1%, LG이노텍 1.19%가 있고, 계열분리가 확정된 LG투자증권 지분도 1.22%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구 회장을 비롯해 구본준, 구본능, 구자극씨 등 구 회장의 동생들이 대부분 LG CNS의 지분을 1% 안팎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LG이다. ㈜LG는 이 회사의 지분 6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LG CNS는 1987년 1월 14일 설립되었으며, 전산시스템통합, 소프트웨어의 설계 및 개발, 정보처리용역의 제공 및 전산자원의 대여 등을 주된 영업으로 하고 있다. 2005년 현재 이 회사의 자본금은 193억원이다. 물론 이 회사는 그룹의 주력사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 회사의 재무상황을 뜯어보면 놀랍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용역매출과 상품매출을 합쳐 1조4,600억원대에 이르는 초대형 기업이다. 경상이익도 무려 552억원에 이르러 숨은 알짜기업인 셈이다.

구 회장 친인척이 이 회사의 지분을 조금씩 보유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배당총액이 96억원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주주들의 호주머니를 남몰래 두둑하게 만들어준 보석기업인 셈이다.또하나 LG그룹의 지분지도에서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은 구본무 회장의 장남으로 입적된 구광모씨의 행보다. 광모씨는 지난해 11월경 구 회장의 호적에 입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는 구 회장의 동생 구본능씨의 장남이기도 하다. 광모씨는 2003년 12월까지 ㈜LG(당시에는 지주회사가 아닌 LGCI였음)의 지분 0.2%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

그의 주식매입행진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3월이후부터다. 이즈음 구본무 회장 일가족은 가족회의에서 광모씨를 구 회장의 장자로 입적하는 문제를 깊이 토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그는 2004년 3월경 장내에서 100여만주의 ㈜LG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0.7%대로 끌어올렸다. 다시 6월 경에는 0.9%대로 올렸고, 2004년 8월에는 1.33%로 자신의 지분율을 높였다. 이어 양자입적이 이루어졌던 11월부터 12월 사이에는 장내에서 무려 240여만주의 주식을 대거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2.8%대로 끌어올려 개인 6대주주에 등극했다.

앞으로 그의 주식매입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문제점으로 남는 것은 아직 20대인 그가 어떤 자금으로 장내에서 ㈜LG의 주식을 대량 매입할 수 있었느냐는 부분이다. 지난해 3월부터 그가 장내에서 매입한 주식수는 대략 400만주에 이른다. 지난해 3월 이후 12월까지 ㈜LG의 평균 시장주가가 1만5,000~2만원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그의 매입가격 총액은 600억~700억원 사이다. 때문에 아직 직장생활조차 하지 않은 그의 주식매입 자금 출처에 대해 향후 논란이 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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