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로 입적되며 차기 그룹 후계자로 떠오른 구광모(27)씨가 지난해 1년 동안 그룹지주회사인 (주)LG의 주식 400여만주를 장내에서 매수한 것으로 밝혀졌다.이에 따라 그의 (주)LG 지분율은 지난 2003년 12월 말 0.27%에서 지난해 말 2.80%(보통주 기준)로 상승, 이 회사의 개인 대주주 순위에서 6위(고모부 최병민씨와 동일)로 뛰어올랐다. 현재 유학생 신분인 그가 어떻게 이 많은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고, 또 주식 매수자금은 어디서 조달했는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구광모씨는 지난 2003년 12월31일 기준으로 (주)LG의 주식 71만3,593주(지분율 0.27%)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씨는 2004년 1년 동안 장내에서 총 411만4,202주를 매입, 지분율이 2.80%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그의 주식매입이 본격 시작된 것은 지난해 초부터.

그는 1월부터 3월까지 장내에서 113만주를 산데 이어 4월21일 3만2,000주, 6월21일 51만주를 매입, 지분율이 1%대에 육박했다.그의 주식 매수는 구본무 회장의 호적에 오르기 직전인 8월부터 다시 재개되어 이즈음 추가로 78만7,160주를 시장에서 사들였다. 특히 눈길을 끄는 매수행진은 호적상 양자 입적일인 11월12일 이후. 8월 이후 잠시 잠잠하던 구씨의 주식 매입이 다시 본격화돼 11월26일부터 12월17일까지 3주 사이에 총 4차례에 걸쳐 202만주를 사들였다. 구씨의 주식매입은 장내매수를 통해 이루어진 점이 눈길을 끈다.지난해 (주)LG의 주가는 1월부터 8월 사이에는 1만원대 미만에 머물렀고, 구씨가 주식매입을 본격화하던 11월 이후에는 평균 1만5,000~1만6,000원대를 오르내렸다. 이를 감안하면 구씨는 400여만주를 매입하는데 400억~500억원 정도가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유학생 신분인 구씨는 어떻게 이런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그는 지난 3월초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따라서 그는 직장경력이나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특별한 직업없이 학생신분에 불과한 그가 수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부분은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이에 대해 LG그룹 황정섭 홍보부장은 “구광모씨가 개인돈과 증여를 통해 계열사 주식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고, 그 계열사 주식을 현물 출자해 (주)LG주식을 샀다” 고 말했다.LG측의 설명은 광모씨가 ‘개인돈’과 ‘증여받은 돈’으로 애초 계열사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계열사 주식을 기초로 여러방법을 통해 (주) LG의 대주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LG측은 구체적으로 광모씨가 애초 계열사 주식을몇 차례에 걸쳐 얼마의 돈을 증여받아 샀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외부에서는 LG측의 이러한 설명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한 병역특례업체 담당자는 “산업요원 복무기간 34개월동안의 연봉은 많아야 1,800만원” 이라고 설명했다.구씨가 수백억원대의 돈을 혼자 모으기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추후 구씨가 경영 전반에 등장할 경우 그의 주식매입 과정과 매입자금의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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