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한 GS그룹이 자사 이름 알리기에 주력하면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타워 내 LG흔적 지우기가 한창이다. GS측은 사옥 내부는 물론 인근 지하철역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LG’ 간판을 떼어내고 ‘GS’ 간판을 걸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GS측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강남타워 내 LG계열사들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강남타워’ 빌딩. 강남지역 ‘LG거점’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빌딩은 지난해 GS그룹이 LG로부터 독립하면서 본사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타워 빌딩에서는 ‘이름바꾸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본사 사옥 외벽에 부착되어 있던 LG로고는 제거되어 있었고, 지하철 2호선 역삼역 7번 출구 표지판명도 ‘LG타워’에서 ‘GS타워’로 교체되어 있었다.또, 지하철역 출구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통로에도 GS칼텍스 등 GS계열사들의 광고가 줄을 이었다.

‘GS’ 홍수 속에서 살아남은 LG계열사는 ‘LG아트센터’ 뿐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LG아트센터에서 역삼역측에 유상표기 신청을 해 놓은 터라 교체가 불가했던 것이었다. 이처럼 GS그룹이 이름 교체작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본사사옥’ 이라는 상징성 때문.그러나 강남타워에서 ‘LG’ 의 존재를 완전히 떨쳐 내기는 쉽지 않다. 그룹 독립 이전에 입주해있던 LG계열사들이 여전히 건물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빌딩에 입주해 있는 LG계열사들은 LG전자, LG카드, LG텔레콤, LG연암문화재단 등 총 4곳. 이 계열사들은 모두 20개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강남타워빌딩이 38층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넘는 점유율이다. LG 계열사 중 임대기간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은 LG연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LG아트센터’로 2009년까지 임대 계약이 되어있다. 따라서 LG아트센터는 최소한 향후 4년간 LG로고를 더 달 예정이다.

이밖에 타 계열사들도 여의도 트윈타워의 공간 부족 문제로 당장 이전 계획이 없어 강남타워에 더 머무를 전망이다.그러나 정작 ‘집주인’ 인 GS그룹은 12개층만 사용하고 있었다. ‘그룹본사’ 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하루라도 빨리 LG의 그늘을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GS그룹측은 남아있는 LG계열사들이 달가울 리 없다. 새 로고 개발, 계열사 간판교체 등 기업이미지통합 작업에만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본사 사옥 내에 여전히 LG계열사들이 남아있다면 LG의 이미지가 계속 연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GS그룹 관계자는 “LG로고를 떼어내고, 역삼역 출구 표지판명을 교체한 것은 사명변경으로 인한 당연한 조치”라며 “GS건설, GS리테일 등 계열사들이 각자의 사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사 내 계열사 수가 적을 뿐” 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GS그룹이 LG그룹으로부터 분리됐지만, 한솥밥을 먹었던 만큼 껄끄러운 분위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고 덧붙였다.그러나 GS측의 움직임에 대해 LG측은 이해하지만 조금은 우려하는 분위기다. LG측 관계자는 “LG타워가 GS소유가 됐기 때문에 GS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강남타워 내 LG의 이름이 지워진다고 해서 양사간 감정이 악화될 것까지는 없지 않겠느냐”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 LG계열사들이 남아있는 만큼 GS측에서 배려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양사의 관계자들은 “아직 양사간 이상징후가 발견되진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룹 이미지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GS측이 ‘LG 지우기’ 를 지속할 경우, 강남타워 내 LG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은 잠복해 있다.

LG계열사, ‘원대복귀’는?

트윈타워내 공간확보 어려워 당분간 사옥이전 없을듯GS그룹의 출범으로 GS그룹 내 LG계열사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GS그룹 본사인 강남 타워에 입주해 있는 LG계열사는 LG전자, LG카드, LG텔레콤, LG연암문화재단 등 총 4곳. 이 중 LG전자는 가장 많은 14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강남타워 내 LG전자 부서는 전자 디자인 연구소.특히 LG전자는 구매력이 높은 강남을 개척한다는 차원에서 디자인 연구소의 강남타워 진출을 시도한 만큼 당장 이전을 고려하지 않고 잔류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계열사는 LG텔레콤. LG텔레콤은 3개층을 사용하고 있으며 사옥이전 없이 앞으로도 강남타워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LG카드가 2개층, LG연암문화재단이 1개층을 사용하고 있다.그러나, 이들 계열사들의 ‘원대복귀’ 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들 계열사가 모두 들어올 만큼 여의도 트윈타워 내의 공간확보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LG투자증권이 우리금융으로 넘어가면서 곧 자리를 비울 예정이다. 그러나 ‘나가는 집’ 보다 ‘들어와야 하는 집’ 이 더 많다” 고 밝혔다. 이 때문에 LG계열사들의 ‘원대복귀’ 문제는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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