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질병, 부상에 대한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보험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건강보험공단. 지난 2000년 7월 1일 기존의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139개 직장조합이 통합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국민들의 보험료를 기금화했다가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급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은 그동안 국민들의 보험료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방만한 경영과 대국민 서비스 정신 부족으로 보험료만 축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3월 기획예산처가 실시한 ‘정부산하 75개 기관 고객 만족도’조사 결과 최하위권인 7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건강보험공단은 ‘변신’을 선언하고 나섰다. 건강보험공단은 ‘공단혁신-국민과 함께’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건강보험공단이 추진중인 변화의 주된 방향은 ‘고객제일주의 서비스 개선’. 공단은 3년 전인 지난 2002년부터 모 컨설팅 업체에 의뢰, 임원들을 대상으로 이미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강의는 임직원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고, 조직의 혁신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공단 임원들의 ‘게으르고 불친절한’이미지 개선을 시도하려는 목적이다.또, 공단은 창립일인 지난해 7월 1일부터 고객 서비스 개선의 일환으로 ‘중앙 집중 관리 팩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고객요구를 팩스로 받은 뒤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서비스로 전송, 팩스문서가 정상적으로 접수되었음을 알려주는 것. 이 시스템을 도입한 후 팩스 수신율이 62%에서 96%로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전송문서의 접수여부를 회신해줌으로써 팩스도달 여부를 문의해오는 고객들의 전화도 37만건이 줄어드는 등 업무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타업체에서도 건강보험공단측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공단을 방문하고 있다.

공단은 현재 경인지역에 국한되어 있는 팩스서비스를 올 연말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이미지 개선 작업이 효과를 거두자 공단측은 ‘2단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단은 창립일인 오는 7월 1일을 기해 ‘컨택센터’와 ‘사회공헌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컨택센터’는 기존 콜센터가 확장된 개념으로 기존 전화 중심의 민원센터(민원 헬프테스크)에 CTI(컴퓨터전화통합)와 인터넷 등을 통한 ‘고객관리’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민원인이 상담을 의뢰하면 답변뿐만 아니라 고객 수준에 맞춘 관리를 지속적으로 행하는 지능형 콜센터.현재 국세청 국세종합상담센터가 120석, 조달청 30석, 노동부 30석 등 주요 정부부처의 민원 컨택센터가 대부분 100여석 내외로 가동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이번 공단컨텍센터의 300석은 현재까지 진행된 공공기관 컨택센터 사업중에 가장 큰 규모다. 이를 위해 컨택센터에 투입될 직원들은 모 은행 콜센터에서 정기 교육을 받고 있다. 컨텍센터와 더불어 공단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사회공헌팀’구성.

공단 직원들 구좌에서 매월 1,000원씩 갹출해 운영될 사회공헌팀은 대기업처럼 따로 전담부서를 두지 않고 부서별로 돌아가며 담당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어려운 이웃에 돈을 기부하거나 전담 부서를 두고 활동하는 것도 좋겠지만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공단과 사회 모두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이를 위해 공단측은 ‘건강검진과 함께 하는 음악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소외계층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무료 음악회를 열어 음악을 들으면서 혈압, 비만도측정 등과 같은 건강검진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그러나 공단측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실효성이 있느냐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 공단측이 벌이고 있는 계획들이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경우 사라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또 이미지 개선을 위해 예산이 과도하게 투입될 경우, ‘예산낭비’와 ‘재정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건강보험공단이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국민곁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프로젝트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최악에서 최상으로 간다”

서비스 개선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터정부가 새해들어 ‘혁신’을 강조하면서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들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고객 만족도’를 산하기관 혁신의 주요한 테마로 삼았다. 그러나 고객 만족도 조사결과 건강보험공단은 국민연금관리공단과 함께 ‘최악의 정부 산하기관’으로 꼽혔다. 조사대상 기관을 상위(20%)와 중상위(30%), 중하위(30%), 하위(20%) 등 4개 등급으로 분류했는데 하위등급을 기록했던 것. 이에 정부의 ‘눈밖에 난’ 건강보험공단은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변화에 둔감한 채 지내온 것은 사실” 이라며 “하지만 고객 만족과 수익을 내지 못하면 정부기관도 도태될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면서 공단 내 변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단에 닥친 위기가 변화의 동력이 된 셈이다.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민들이 받는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것” 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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