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암웨이’로 불리며 네트워크마케팅(다단계)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아온 (주)하이리빙(대표 백승혁)이 최근 내홍을 겪고 있다. (주)하이리빙 사업자들이 본사를 상대로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하이리빙은 국내 직접 판매업체 중 암웨이와 쌍벽을 이루는 대형 다단계업체. 암웨이보다 더 많은 자본금을 갖고 있을 정도로 탄탄한 회사다. 이런 하이리빙이 최근 ‘80만원대 자극기’ 하나로 인해 내부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회사측이 히트상품인 ‘조합자극기’ 납품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사업자와 본사간의 대결관계가 심각한 구도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성토장’이 된 신제품교육장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하이리빙 사옥 4층 세미나실. 지난달 3일 (주)하이리빙 사업자들은 이곳에서 본사에 대한 반기를 들었다. 본사의 ‘밀어 붙이기 신제품출시’에 사업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셈이다. 문제가 된 신제품은 바로 하이리빙에서 유통 중인 ‘조합자극기’. 히트상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 제품의 납품업체와의 재계약을 본사가 거부하면서 급작스런 ‘신상품 출시’를 알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날 신제품 교육행사는 회사측의 일방적인 상품교체에 대한 성토장이 돼버렸다. 실제 ‘자이언트’ 직급의 사업자 이모씨는 이날 “신제품도 좋지만, 기존제품의 인기가 더 높다면 계속 생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급작스레 납품을 중단하고 업체마저 변경한 배경이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이리빙은 이에 “기술발전으로 인해 발생한 논란”이라며 “당시에는 면상발열체 방식이 가장 좋은 기술이었지만, 현재는 바이템측의 제품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규납품업체로 지정된 바이템도 “현재 생산되고 있는 면상발열체 자극기(태평양)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품변경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이날 사업자들의 성토와 회사측의 해명을 쭉 지켜본 한 사업자는 “바이템을 위해 하이리빙이 해명을 하고 있고, 하이리빙이 지적해야할 사항을 사업자들이 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사업자가 져야 하는데 회사측은 이에 대한 심각한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이리빙 이승휘 팀장은 이와 관련 “신제품 선정과정에서 생긴 마찰로 보면 된다”며 “현재는 사업자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태평양 제품도 납품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자 반발로 납품업체 교체

일선 사업자들은 국내 1~2위를 다투는 대형업체인 하이리빙이 굳이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바이템의 제품을 고집하는 배경을 궁금해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사업자들 사이에선 이번 ‘자극기 파문’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수년째 계약관계를 이어온 태평양을 ‘팽’ 시키고 신설회사인 바이템을 납품업체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바이템의 대표이사가 태평양 대표이사와 가족관계인 서모씨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과론적으로 태평양의 내부문제로 인해 바이템이 분사한 경우인데, 당초 거래대상이던 태평양 대신 바이템과 계약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제품검증 기간’도 논란거리이다.

하이리빙은 업계에서 납품과정이 길기로 이름난 회사. 기본적으로 6개월은 걸린다는 게 (주)하이리빙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자본금 1억원에 가족규모회사인 바이템은 분사 이후 바로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석연치 않은 재계약 거부사유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하이리빙은 ‘경영부실, A/S 지연 및 불친절’ 등을 이유로 태평양의료기와의 재계약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이리빙은 초기 태평양의 제품이 화재를 일으켰을 때도 계약을 유지했으며, A/S에 최대 1개월이 걸렸던 시기에도 계약관계를 지켰다. 하이리빙은 사업자들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바이템이나 태평양이나 하이리빙에는 같은 납품업체일 뿐이다”며 “특혜로 불릴만한 납품자격을 준 경우는 없었다”고 못을 박았다. 사업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하이리빙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하이리빙의 한 직원은 “최근 ‘자극기 파문’으로 인해 사업자들의 이탈이 시작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회사의 매출이 줄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마당에 네트워크마케팅의 주축을 이루는 본사와 사업자가 서로 반목하고 있어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귀띔했다. 업계관계자들도 이번 ‘자극기 파문’과 관련 ‘쉬쉬’하는 분위기다. 하이리빙의 ‘자극기 파문’이 확산돼 자칫 사업자 이탈의 불씨로 작용할까 염려해서다. 이들은 “하이리빙은 최근 ‘자극기 사태’에 관해 사업자들의 ‘불만’ 정도로만 인식하지만, 사업자들의 불만은 예상외로 높다”면서 “경쟁업체 경영진들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면서 확산을 경계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 “코스닥상장” 공언 ‘공염불’ 되나?

㈜하이리빙 백승혁 사장의 ‘공언’이 ‘공염불’이 됐다. 지난 2003년 12월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신사옥 입주 당시, 다짐했던 ‘2004년 거래소 상장’ 약속이 아무런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당초 백 사장은 “이미 주간사 선정작업을 마치고 실사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2004년 내 상장을 확신했지만, 현재까지 상장은 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하이리빙측은 “최근 증시상황과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전격 중단된 상태”라며 “상장은 해야 하지만, 현재 회사가 진행중인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상장 작업 중단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이들은 백 사장의 발표 이후 ㈜하이리빙에 가입한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백 사장이 ‘거래소 상장’을 공언해 이를 믿고 ㈜하이리빙에 가입했지만, 지난 한 해 남은 것이라곤 물품사재기에 의한 ‘카드빚’뿐”이라며 “당초 발표대로 상장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당초에는 거래소 상장 추진

2003년 12월23일. ㈜하이리빙은 이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신사옥 입주로 인해 각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6년 변변한 사무실 없이 시작한 이래 서울의 중심으로 불리는 강남구 테헤란로에 신사옥을 준공, 입주했기 때문이다. 백 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대망의 테헤란로 시대를 맞아 제 2창업의 정신으로 거듭 나겠다”면서 “1백만 회원의 풍요로운 생활을 보장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초일류기업으로 백년의 약속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내용은 바로 2004년도 경영계획. 백 사장이 이와 관련 “2004년 내 ㈜하이리빙의 주식을 거래소에 상장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미 굿모닝신한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해 예비실사에 들어간 상태”라며 “늦어도 2005년 4~5월까지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리빙의 2004년 대계 중 하나였던 ‘거래소 상장 프로젝트’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백 사장은 “2005년에는 중국에서도 네트워크마케팅시장의 빗장이 풀리는 만큼 중국 등 동남 아시아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것”이라며 “2004년에는 20%이상 신장된 3,3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정보 공개 불가능

그러나 하이리빙의 상장 소식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신한증권 관계자마저 “상장이 추진된 적은 있으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증권관계자는 “상장을 위해서는 IPO(기업공개)가 필수인데, 다단계업체란 특성 때문에 기업공개가 쉽지 않다”면서 “어설프게 공개를 했다가는 기업공개는커녕 회사의 근간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관계자들은 “하이리빙의 ‘코스닥 상장’은 주력업종 변경을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해보인다”고 내다봤다.

# 하이리빙은 어떤 회사?
- ‘재벌’이 만들어 ‘재벌’이 키운 회사


국내 네트워크마케팅업계 ‘3강(한국암웨이·JU네트워크·하이리빙)’으로 손꼽히는 ‘하이리빙(대표 백승혁)’. 하이리빙은 1996년 6월 ㈜진로하이리빙이란 상호로 설립됐다. 당시 한국암웨이의 자본금이 19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하이리빙은 설립당시 모그룹이었던 진로그룹의 도움으로 25억원을 자본금으로 책정,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설립 2년만에 ㈜진로하이리빙은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된다. 1997년 23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설립연도(60억원)에 비해 290%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엄청난 매출상승을 기록하던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찾아온다. 외환위기는 당시 한보그룹에 이어 삼미특수강을 쓰러뜨린 후 진로그룹에 부도를 가져왔고, 모그룹이 쓰러지자 ㈜진로하이리빙 역시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1997년 12월 ‘해표’로 알려진 신동방그룹이 하이리빙을 인수합병한다. “하이리빙이 가진 회원들을 통한 안정적인 시장 확보”가 인수합병의 이유였다. 상호도 ㈜진로하이리빙에서 ㈜하이리빙코리아(1997.12월)로 변경했다. 신동방의 ㈜하이리빙이 시작되면서 백승혁사장의 신화도 시작됐다. 금비(진로유리) 감사와 신동방 신규사업본부장을 지낸 백 사장은 전력만큼이나 진로와 신동방 양쪽을 모두 아우르는 이력의 소유자. 때문에 진로에서 신동방으로 경영권이 변경되면서 내부적 불만을 잠재우고 성장기틀을 다지기 시작했다. 이후 ㈜하이리빙코리아는 1999년 10월 인터넷쇼핑몰 개장과 함께 고속성장에 가속을 더하기 시작했다. 이에 탄력을 받아 2001년 매출 ‘1,000억원’(1,576억원)을 돌파한 ㈜하이리빙코리아는 현재의 ㈜하이리빙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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