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인사 카드를 뽑아 들었다. 6.13지방선거 후의 인사 요인을 반영하여 국무위원 5인과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등 모두 9인에 대한 인사청문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무위원 5인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국방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인데, 이 중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은 지난 인사청문회 때 논란이 되었던 인물들로 1년 남짓 만에 물러나게 되어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년여 동안의 인사청문회에서 안경환 법무부장관 지명자,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지명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지명자,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지명자 등이 낙마했는데, 이러한 추세라면 문재인 정부가 역대 다른 정권과 비교해도 인사청문회 성적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는 문재인 정부의 위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
 
지난 9월 1일부터 시작된 2018년도 정기국회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질적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첫 정기국회로, 여소야대인 상황에서도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야당들에게는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기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꺼번에 9인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터라 야당으로서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국정감사가 국회의 꽃이라고 불려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정감사를 대신해 인사청문회가 국회의 꽃으로 불리어도 손색없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번 인사청문회의 볼거리는 무엇인가? 야당이나 언론들이 재미삼아 주목하는 지점이 과연 몇 명을 낙마시킬 수 있을 것인가? 혹은 현역 의원 불패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사 청문 제도의 치명적인 결함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운용됨으로써 제도 자체가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제도적인 안정성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로남불로 상대에게만 엄격한 잣대, 제 편 감싸기의 직무유기 등은 인사청문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제 이 모든 적폐들을 과감히 떨궈내야 한다. 인사 청문제도를 국회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삼권분립국가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있다. 정부를 견제, 감시하는 역할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인사청문회는 국회가 정부를 견제, 감시하는 첫걸음이다. 따라서 인사청문회는 야당의 역할이 아닌 국회의 역할로 삼권분립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 청문 권한도 존중되어야 한다. 고위공직자가 임명되는 과정에 정파적 이해관계가 우선할 수 없으며, 고위공직자는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본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
 
이에 국회에 고위공직자 인사 청문을 담당하는 가칭 ‘인사청문처’를 상설기관으로 설치할 것을 제안해본다. 다행히 국회에는 유능한 입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게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소위 7대 인사검증기준에 대해 현미경 검증을 하게 하고, 이를 통과한 공직후보자만이 국회의원들에게 인사 청문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들이 주도하는 인사청문회는 철저하게 정책 논쟁으로 인사의 적합성을 판단하게 될 것이고,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3류 코미디도 더 이상 보지 않게 될 것이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위장전입, 병역면탈, 탈세, 음주운전, 논문표절, 불법재산, 성범죄 등의 용어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대신 철저하게 정책 논쟁으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사 청문제도가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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