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이재명‧김경수 ‘보답 기대’ vs 박원순‧임종석‧유시민 ‘긴장’

왼쪽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뉴시스>
이해찬 대권설 일축… ‘친노+친문’ 세력 업고 영향력 행사할 공산 커
8.25전당대회서 李 측면 지원한 유력 주자들 ‘반사 이익 ’기대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킹메이커’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초 이 대표가 당권에 이어 ‘대권 욕심’을 낼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당대표를 ‘마지막 소임’으로 밝힌 상황. 대신 자신의 세력 기반을 통해 차기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여권 잠룡들의 수 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한 모양새다. 당장 8.25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측에 섰던 김부겸‧이재명‧김경수‧추미애 등은 ‘보답’ 성격의 ‘대선 지원’을 기대하는 눈치다. 반면 정중동 행보를 보인 박원순‧유시민‧임종석 등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친노+친문’ 세력을 아우르는 이 대표의 행보에 따라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이 대표가 누구와 손을 잡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치권에서 ‘당권 도전→대권 직행’은 공식화된 수순이지만, 이해찬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차기 대선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표는 7선 의원으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당내 유력 주자들에 비해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당권 장악 직후 대권 행보를 걷는다면 당내 분란과 여론의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스스로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대권 욕심’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 대표 역시 8.25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시절 “당대표를 제 마지막 소임으로 삼겠다. 사심이 없어야 공정할 수 있다”며 “7선 국회의원, 3번의 정책위의장, 국무총리를 한 제가 뭘 더 바라겠는가”라고 말해 ‘대권 도전설’을 일축했다.
 
대신 자신의 세력 기반을 활용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30년 전 여의도에 입성한 후 당정청을 두루 거치며 두터운 인맥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이번 전대에서도 친노‧친문‧비문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친노‧친문은 크게 한 축이지만 인적 구성이나 정치적 색깔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친노 좌장’이자 ‘친문 원로’로서 이들을 한 번에 아우를 정치적 파워를 가졌다는 평가다. 이들을 모두 포함한 ‘신(新)이해찬계’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문 대통령을 정계로 이끌며 ‘킹메이커’로 등극한 이 대표의 전적도 이 같은 주장을 방증한다. 이 대표는 2011년 문 대통령을 포함한 친노 세력과 함께 ‘혁신과 통합’ 그룹을 구성, 당시 당권을 쥐고 있던 손학규 의원을 제치고 문 의원을 2012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내보낸 바 있다.
 
여권 잠룡들 수 싸움 ‘치열’
‘김부겸 대망론’ 유력 대두

 
결국 여권 유력 대선 주자들의 수 싸움만 바빠졌다. 이 대표가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기 때문. 당장 당내 입지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 대표 선출로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 인물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김 장관은 그동안에도 ‘대권설’이 속속 제기되긴 했으나, 이 대표 선출을 기점으로 당내 입지와 인지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일각에서는 ‘김부겸 대망론’을 공식화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와 김 장관의 관계는 이번 전대 과정에서 깊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대표가 앞서 당대표 후보 등록일까지 경선 출마를 확정하지 않은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던 김 장관의 출마 여부를 지켜본 것이라는 시각이 컸다.
 
결국 김 장관의 불출마에 힘입어 출마해 당선까지 거머쥔 이 대표가 향후 김 장관의 차기 대권 행보에 ‘보답’ 성격의 지원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쥔 이 대표가 김 장관의 의향을 최대한 반영해 준다면 김 장관에게는 당내 우군 확보에 매우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장관은 이 대표의 ‘20년 집권 플랜’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를 공략해 ‘전국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누차 밝힌 바 있다. 이는 대구에서 민주당계 출신으로 최초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부겸 장관이 이 대표 체제 하에서 여권의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PK(부산ㆍ경남) 출신 노무현 후보를 밀어 대통령에 당선 시킨 이른바 ‘노무현 효과’를 김 장관을 통해 재현할 수 있다는 분석도 크다.
 
여기에 두 사람은 비슷한 정책노선과 재야운동권 마인드, 대중관, 정치적 정서 등 공통분모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친노-친문 ‘적통’ 김경수 ‘히든카드’
‘송영길 연대설’ 박원순은 ‘촉각’
 

이 대표 승리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라는 말도 나온다. 이 지사는 앞서 6.13지방선거 동안 패륜설‧여배우 스캔들‧조폭 연루설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바 있고, 이번 전대에서도 이 지사 출당설이 뜨거운 감자였다. 이 지사 출당을 반대하는 이 대표 측과 찬성하는 김진표 후보를 두고 지지층의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이 대표의 당선으로 한숨 돌린 이 지사는 꺼졌던 대선 도전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있다. 이 지사가 전대 전 이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을 경기도 통일부지사에 임명한 것도 대권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이 지사는 이 대표와 정치적 노선이 다르고 김 장관에 비해 반대 세력이 뚜렷해 이 대표가 이 지사를 대선 주자로 내세울 경우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이 대표의 ‘히든카드’로 부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경남지사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낸 이해찬 대표와 각별한 관계다. 또 문재인 정부 하에 ‘친문 핵심’으로도 꼽혀 친노-친문계를 이을 ‘적통’ 인물로 꼽힌다. 이번 전대에서 이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감싸자 핵심 친문 일부가 등을 돌렸지만, 김 지사는 이 대표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추미애 전 대표의 경우에도 이번 전대에서 이 대표에 힘을 실어준 것이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말이 나온다. 대권 도전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한 이 후보를 밀어줌으로써 유력 주자를 견제하고, 본인이 차기 유력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려는 정치적 전략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김부겸‧이재명‧김경수‧추미애의 움직임에 가장 긴장한 쪽은 아무래도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의 경우 ‘최초 서울시장 3선’을 달성하며 일찍부터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비문인 박 시장은 당내 입지가 약할 뿐 아니라, 이번 전대에서도 사실상 송영길 후보 측에 선 것으로 알려져 이 대표 당선의 반사이익을 누리기는 어렵게 됐다. 실제로 송 후보도 선거를 앞두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에서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수많은 지도자들을 양성해 우리 당이 집권하는 게 목표”라면서, 본인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리할 생각 없다”고 말해 박 시장과 연대설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박 시장이 연이어 서울시장만 역임했다는 점은 다른 주자들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
李 선택 따라 판세 요동칠 전망

 
또 다른 여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권설’도 이 대표의 당선으로 다소 힘을 잃은 형국이다.
 
임 실장은 이번 전대부터 이 대표와 묘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당선으로 임 실장이 가장 불편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당내 유력 인사들이 이 대표를 지지한 것이 ‘임종석 견제’를 위한 카드라는 말이 돌았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전 보건복지부장관)의 경우에도 ‘TK 출신’임에 힘입어 한때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했으나, 전대를 기점으로 이 대표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같은 지역적 상징성을 띤 김부겸 장관에 비해 다소 밀리는 형국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여권 잠룡으로 거론됐던 전해철 의원은 이번 전대에서 김진표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가 타격을 입게 됐다. 전 의원은 당권 도전 대신 같은 친문 부류인 김 후보를 지지해 당선시킨 후 본격 대권 가도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김 후보가 송 후보에게도 밀려나자 전 의원의 입지마저 곤란해졌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 대표가 당장 누구의 ‘킹메이커’로 나설지 윤곽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 시기가 이른 감도 있지만, 이 대표 입장에서는 막판까지 저울질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며 “다만 전대에서 이 대표 측에 섰던 인물들이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범진보 진영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박 시장은 12.1%로 오차범위 내에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10.7%), 심상정 정의당 의원(10.5%), 김부겸 장관(10.4%)과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결국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쥐고 대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 대표의 선택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