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천일염’에서 28개 검출···‘원염’서는 9개 나와

<사진=그린피스(Greenpeace) 제공 / ©Samir Kayal>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내에 판매 중인 천일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돼 세간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소비자들의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는 상황. 일요서울은 천일염 미세 플라스틱 검출 논란과 함께 세계 환경의 전반적인 플라스틱 문제를 짚어봤다.

각질제거제‧세안제‧치약 등에 포함···환경오염‧해양생물 큰 피해 받아
그린피스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사용 줄이는 접근 필요”


지난 4일 해수부의 ‘2017년 소금안전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된 프랑스산 천일염 100g을 조사한 결과 폴리프로필렌을 중심으로 미세 플라스틱 242개가 검출됐다.

국내산 시판 천일염 100g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28개가 나와 충격을 안겼다. 국내산 천일염 가운데 가공전인 원염의 경우 미세 플라스틱이 9개가 검출됐다.

또 국내에 시판 중인 중국산 천일염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17개, 호주산 천일염에서는 13개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천일염을 증류수에 녹인 뒤 149마이크로미터 필터로 걸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박샘은 캠페이너는 “소금이나 수돗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는 원인은 ‘1차 미세 플라스틱(제조 당시부터 작게 만들어진 플라스틱‧마이크로비즈 등)’ 사용도 있지만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이라며 “결국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의 무분별한 사용이 억제돼야 하는데 워낙 많은 제품이 있기에 단시일 내에 해결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천일염 관련 미세 플라스틱 검출 기준은 국제‧국내적 기준이 아직까지 정립돼 있지 않다”면서 “미세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우려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관련 부처와 협의해 전반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세 플라스틱
‘2가지’ 형태

 
미세 플라스틱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관련 정책이 나오고 있는 상황.

지난 5월 환경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50% 줄이겠다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은 일회용 플라스틱 감소와 재활용률 증가를 목표로 한다.

박 캠페이너는 “이는(환경부 발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나, 부처 간 협력, 규제 타임라인, 실효성 있는 실천 방안 등에 대해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작은 고체 플라스틱을 통칭하는 용어로 ‘마이크로비즈(microbeads)’처럼 용도에 따라 애초에 작게 제조된 ‘1차 미세 플라스틱’과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플라스틱 제품이 폐기된 뒤 자연 작용으로 마모되거나 쪼개져 작아진 ‘2차 미세 플라스틱’으로 구분된다. 2가지 형태가 있는 것이다.

박 캠페이너는 “1차 미세 플라스틱은 각질제거제, 세안제, 치약 등에 세정효과를 위해 포함돼 있으며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넣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1차 미세 플라스틱의 경우 그린피스와 여성환경연대의 지속적인 목소리와 캠페인 등의 성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일부 개정 고시해 “세정, 각질제거 등의 제품에 남아있는 5mm 크기 이하의 고체 플라스틱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화장품법 개정을 이끈 첫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규제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국내 제조 및 수입 화장품에 적용됐으며 지난 7월부터는 이미 제조된 상품의 판매도 중지됐다. 그러나 씻어내는 제품 속 미세 플라스틱은 전체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일부에 불과해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2차 미세 플라스틱은 스티로폼 부표, 일회용 페트병, 음식 포장재, 낚시도구 등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플라스틱 제품들로 바다에 유입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마모돼 발생한다.
 
바다 유입 플라스틱 조각
‘51조 개’에 달해

 
미세 플라스틱은 환경오염, 해양생물 등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해수면뿐 아니라 해수층, 해저 퇴적물, 심지어 북극의 해빙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남극해에서도 발견됐다.

박 캠페이너는 “플라스틱은 이미 해양 생태계에 만연한 오염물질이다.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육지에서 대양으로 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논문)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해에만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최대 1270만 톤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은 최대 51조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 쓰레기의 60~80%를 플라스틱으로 추정한 연구 결과도 있다. 일단 바다로 유출된 미세 플라스틱은 작은 크기 때문에 발견과 제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고기와 바닷새가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면 결국 먹이사슬의 마지막 단계인 인간의 건강도 위협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바다거북이 약 3분의 1과 바닷새의 90% 이상이 플라스틱 조각을 섭취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플리머스 대학의 연구진은 세계 약 700종의 해양동물 뱃속에서 이미 플라스틱 쓰레기가 검출됐으며, 이 가운데 17%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는 종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박 캠페이너는 “해양동물의 체내로 흡수된 미세 플라스틱은 물리적 상처를 낼 수 있고, 섭식습관 변화, 번식률 저하, 활성산소 과다로 인산 세포 내 스트레스, 에너지 저하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미세 플라스틱은 자석처럼 표면에 유해물질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해양생태계에 잔류하는 다양한 유기독성물질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추가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세 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자료는 아직 불충분하다. 인체 유해성 실험의 어려움이 있고, 연구 자체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해사기구(IMO) 등 유엔 산하 기구에서 해양환경 보호 관련 과학적 자문을 전달하는 전문가 그룹(GESAMP)은 지난 2015년 발간된 보고서에서 해산물 섭취를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로 유입될 수 있으며 인체 유해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이 인지되면서 세계 각국과 기업들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착수했다. 지난 5월 유럽연합(EU)이 면봉이나, 빨대, 커피나 물을 저을 때 사용하는 젓개(stir), 그리고 풍선 막대 등 10개 종의 플라스틱 제품 사용 금지 제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 캠페이너는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생산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과 함께 기업의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안으로는 불충분하다. 과대 포장을 줄이고 플라스틱 대안제를 찾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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