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부동산 정책, 국민 생각은 안 하나

지난 4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민생활 SOC 현장방문 행사에서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정부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에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일관된 메시지로 국민들의 집값 안정을 도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부동산 정책을 손바닥인 양 뒤집고 있어 시장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뒤집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구잡이식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자체까지 여당이 집권하는 상황에서 한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공급은 충분하지만 일부 부동산 투기 세력이 문제라는 정부의 기본 인식 자체가 국민들의 정책 불신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정부 vs 지방정부 딴말에 시장 혼란 가중
전문가 “정부, 기본적인 수요 공급 원리부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 것만 수차례에 이른다. 부동산세 인상,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 연한 연장, 여의도·용산 개발, 전세대출 제한, 임대주택사업자 세제 감면 혜택 등이다.

임대주택자 세금 감면 “이랬다 저랬다”

최근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주택사업자 세제 감면 혜택 재검토 발언’을 내뱉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당초 정책 의도와 달리 임대등록 혜택의 이점을 활용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쉽게 사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과한 임대등록 세제혜택 등을 조정해 이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의 내용과 달라 문제가 됐다. 등록 임대사업자는 임대료를 1년에 5% 이상 올리지 못하는 대신 취득세·재산세·임대소득세·양도세를 감면받는 등 세제 혜택을 받는다.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합산이 배제되는 혜택이 핵심이다. 김 장관이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나서자 등록 임대사업자들은 “혜택을 주겠다고 내놓은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은 것”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기획재정부는 “임대주택사업자 세제 감면 혜택을 전면 개선하는 것은 아니라 시장과열 지역 중 새 임대주택 등록 부분에 한정해 정책 수정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월에도 재건축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는지 여부를 놓고 열흘 사이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당시 김 장관은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내구연한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재건축 연한 연장을 시사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보름이 지나 “하지 않은 말이 한 것처럼 확대됐다”며 발언을 부인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을 두고 “부동산 정책은 전 국민의 재산 대부분과 관련된 것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관심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가 A라는 정책을 던졌다가 다시 B라는 정책으로 뒤집는 것은 결국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자세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재산을 국가가 잘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손발 안 맞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도 부동산 정책을 두고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여의도 전면 개발 계획 발표 48일 만인 지난달 26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개발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하지만 이미 용산과 여의도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후였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월 23일 국회에 출석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비판했다. 김 장관은 “여의도와 용산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박 시장을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가지고 있는 권한이 다르다. 다수의 조정되지 않은 정책이 나올 수는 있으나 지금 같은 경우에는 지자체까지 여당이 집권하는 상황에서 정책에 한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국토부뿐만 아니라 여당과 청와대도 조바심을 드러내며 시장에 개입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시장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집값 논란에 종부세를 추가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또 다시 보유세 인상에 불을 지폈다.

일각에서는 “공급은 충분하지만 일부 부동산 투기세력이 문제”라는 정부의 기본 인식 자체가 이러한 정책 불신을 양산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정책 주무 부처인 김 장관이 집값 급등에 대한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정부가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정부는 수요 공급의 원리를 믿지 않은 채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공급은 충분하고, 일부 투기자들이 장난을 치고 있기 때문만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주 기본적인 공부를 다시 하고 와서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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