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美트럼프 메시지 주목…진전된 案 없으면 ‘도로아미타불’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 5일 대북 특사단의 방북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급박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특사단 방북은 그간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둘러싸고 북미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에 대화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특사단 방북이 ‘총론’에선 진전된 평가를 받지만, ‘각론’ 에선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 신고 제출과 종전 선언을 놓고 아직까지 구체적 실행 계획 및 방안과 관련해 나온 건 없어서다. 9월 외교 일정이 잇따라 예정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결실을 맺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달 남북‧북미 연쇄 정상회담 확정 속 ‘중재 외교’ 최대 분수령
北에 ‘추가 조치 있어야 경협 가능’, 美에 ‘종전은 비핵화 마중물’ 쌍방 설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북 특사단과의 면담을 통해 ‘비핵화 시한’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는 2021년 1월, 사실상 2020년까지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시점을 밝힌 것은 처음인 데다, 북미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하게 강조한 점은 이번 특사단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북이 요구하는 종전 선언을 하게 되면 한미 동맹이 약화되거나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상관없는 게 아니냐”는 발언을 이끌어 낸 점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다.
 
이는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종전 선언이 주한미군 철수와 관계 없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한국과 미국 양측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고, 실질적 추가 조치는 없는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미흡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국제 사회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과 일을 계속해 오고 있다”면서도 “해야 할 일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 이행 조치를 위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 내용이 무엇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또 한반도 운전자론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남북‧한미정상회담과 UN총회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이 몰려 있는 9월에 어떤 ‘중재 외교’를 하느냐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김정은 메시지,
진일보한 내용 담겼나

 
김 위원장이 전할 대미 메시지 내용에 따라 향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김 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을 통해 미국에 전달할 메시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내용이 담길 경우 협상의 추동력을 얻을 수 있지만, 만약 원론적인 수준에 머문다면 협상 교착 국면은 계속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양측이 핵신고 리스트 제출과 종전 선언을 두고 첨예하게 신경전을 벌였던 만큼 당초보다 진일보한 메시지가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위해 핵신고 프로그램 제출을 약속하고, 단계적으로 핵신고 리스트를 제출하겠다는 결심을 미국 측에 전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핵신고 리스트 범위와 수준을 놓고 이견이 나타날 가능성도 여전하다. 또 ‘단계적 핵신고’만을 고수할 경우 일괄 타결을 선호하는 미국으로부터 ‘쪼개기’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 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재자’를 자처하는 문 대통령이 어떻게 양측 입장을 잘 조율할지가 중대 관건으로 꼽힌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9월 연쇄 정상외교가 예정됨에 따라 북미 교착 상황을 타개하려는 현 정부의 중재외교가 결실을 볼지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뉴시스>
  또다시 중대 기로 선
‘한반도 운명’

 
이번 9월이 중재 외교전의 ‘절정’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미 협상을 중재하는 문 대통령의 본질적 역할에는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북한을 상대로는 남북 간 경제협력 진전은 비핵화 진전 없이 본격 추진되기 어려운 점을 강조하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 결단을 촉구하고, 미국을 향해서는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비핵화를 견인하려는 정부 구상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한편, 종전 선언이 비핵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설득하는 등 ‘복합 방정식’을 풀어나갈 방침이다.
 
중재 외교의 초점은 최근 돌연 취소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조기에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의 타개 방안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해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이뤄내는 쪽에 특사단의 무게 중심이 있었다”며 “일단 우물가로 북한과 미국을 데려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며 물을 마시는 것은 북미 양측이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오는 18일-23일로 다소 여유있게 잡은 것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염두해 둔 결정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김 위원장은 자신이 비핵화 의지를 풍계리‧동창리 실험장 폐쇄 등 행동으로 보여준 만큼 미국이 종전 선언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실험장 폐쇄는 예고편에 불과하고, 실제 핵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증 선행 단계로 핵무기 시설 등 리스트를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 간 이 간극을 문 대통령이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한반도 운명을 가를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중재자로서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7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미국이 요구하는 핵 리스트를 폼페이오 장관이 요구한 대로 6~70%는 제시하고, 또 그 대신 미국도 절대 안 된다고 하지 말고 경제제재 완화와 종전 선언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것이 비핵화로 가는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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