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권서는 ‘평온’ 진보 정권서는 ‘치열’… ‘막강’ 권한 만큼 인기도 ↑

8월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 전체회의를 민병두 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700여 법안 계류… 은산분리법 처리돼야 혁신성장 규제개혁 ‘탄력’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20대 국회 상임위는 지난달 말에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원구성이 늦어지며 ‘지각’ 출발한 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상임위의 법안 심사에 대해 ‘F학점’을 받은 만큼 행보가 숨 가쁘다.(법률소비자연맹 조사) 각 상임위는 파행으로 치달았던 전반기 국회를 재빨리 수습하고, ‘입법기관’으로서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다. 본지는 19개 상임위와 6개 특위를 파헤치는 ‘상임위 백서’를 진행한다. 그 세 번째 순서는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다.
 
정무위는 각 교섭단체 간사와 위원장을 포함한 24명으로 구성된다. 올해 제20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를 이끌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두(서울 동대문구을) 의원이다. 언론인 출신의 민 위원장은 3선 의원으로, 20대 국회 전반기 뿐 아니라 19대 국회에서도 정무위원을 거친 ‘정무위 터줏대감’이다. 당내에서는 ‘정책통’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번 정무위는 더불어민주당 10명, 자유한국당 8명, 바른미래당 3명, 비교섭단체 3명으로 구성된다. 여당 간사는 정재호 의원, 한국당 간사는 김종석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는 유의동 의원이 각각 맡았다.
 
이 밖에 민주당 고용진‧김병욱‧유동수‧이학영‧전재수‧전해철‧제윤경‧최운열, 한국당 김선동‧김성원‧김용태‧김정훈‧김진태‧성일종‧주호영, 바른미래당 이태규‧지상욱,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추혜선, 무소속 정태옥 의원 등이 정무위 소속이다.
 
기업 규제 전담 ‘재벌 저격수’
‘호통 국감=스타 의원’ 등용문

 
정무위는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국가보훈처 등 소관 법안을 심사하고 각 기관 가계부인 예·결산안을 심사한다. 법령 업무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예·결산안 심사는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다룬다.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는 소관 기관과 관련된 국민 청원을 심사한다.
 
특히 정무위는 금융 집단과 대기업 집단 규제 입법을 전담, ‘재벌 저격수’로 불릴 만큼 경제에 관해 막강한 권한을 갖는 상임위다.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다 호통 치는 ‘호통 국감’이 정무위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국감을 통해 ‘스타 의원’들이 탄생하는 등용문이기도 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대기업 갑질 근절’과 ‘재벌 개혁’ 등과 맞물려 핵심 상임위가 됐다.
 
이렇다 보니 20대 국회에서는 특히 의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상임위로 꼽히기도 했다. 앞서 보수 정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업 친화적’ 기조를 취했기 때문에 쟁점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진보 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다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소속 의원들이 금융 집단 및 대기업 집단에 대한 맹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 및 보험사 규정, 은행권 채용 비리 등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다 보니 의원들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곳으로 평가된다. 또 금융사 및 대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청탁 또는 뇌물에도 쉽게 노출될 위험 부담이 크다. 실제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뇌물 수수 의혹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 점이 그 방증이다.
 
은산분리 등 3대 금융 법안
처리 주목… 9월 국회 ‘분수령’

 
현재 정무위에는 약 700여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중에서도 후반기 국회에서 정무위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하 특례법)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 등 이른바 ‘3대 금융법안’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인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이 같은 법안들이 규제개혁 성패의 바로미터가 될 공산이 크다.
 
이 중에서도 가장 이목이 집중된 법안은 특례법이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로 제한한다. 이를 34%까지 상향하되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해 강화된 보완 장치를 마련하자는 게 정부 여당의 입장이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법안 처리’에 잠정 합의한 만큼 8월 임시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법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여당 내 이견이 커 무산됐다.
 
여당은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7일 국회 정무위에 따르면 민병두 정무위원장과 정재호 민주당 정무위 간사, 김종석 자유한국당 정무위 간사는 지난 5일 국회에서 만나 9월 정기국회 첫 심사 안건을 논의했다. 당시 자리에선 금융 관련 법안을 다루는 1소위원회 안건도 논의했으나 인터넷은행법은 빼고 무쟁점법안만 상정하기로 했다. 정무위 관계자에 따르면 여당 간사인 정재호 의원에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전해진다.

의사결정이 다수결로 결정되는 상임위 및 국회 본회의와 달리, 소위원회는 만장일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1명이라도 반대하면 법안이 표류되기 십상이다.
 
결국 9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례법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의 이견이 없는 만큼, 여권 내 당론이 일치되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은산분리 완화에 유연한 입장인 민병두 의원을 위원장 자리에 앞세운 것은 은산분리 완화 정책 추진을 위한 여당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무위 관계자는 “지난달에 비해 각 당의 의견 차이가 많이 좁혀진 만큼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민 위원장의 리더십이 중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특례법은 계류 중인 다른 금융규제 혁신법안 추진을 위해서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테스트할 때 규제를 완화해 주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도 이 같은 특례법이 선행돼야 문 정부의 규제 개혁이 탄력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밖에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기촉법 처리도 시급하다. 법안 처리가 더 늦어질 경우 기업들의 줄도산으로 경제 활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은 기업구조조정 업무협약을 기촉법을 대신해 시행 중이지만, 이는 가입 금융사에만 효력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