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빠를수록 좋다” vs 야당 “北 핵폐기 담보 있어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정부가 4.27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오는 11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다음주 화요일(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판문점 선언 이행에 필요한 비용추계서도 함께 제출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과연 국회에서 비준 동의가 이뤄질지 여부다. 자유한국당은 벌써부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 바른미래당도 비준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재정 지출 발생 항목, 국회 동의 있어야 한다
손학규 ‘기본적 협조’ 입장에 당내 반발 분위기


정부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밀어 붙이는 이유는 오는 18일부터 2박3일 간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 전에 판문점 선언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이행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는 가급적 빨리 비준 동의안을 처리해 국민적 동의 속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자하는 뜻이 처음부터 있었다”며 “(비준안의 국회 통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의도 여론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초당적 협조 당부


4.27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3개항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중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항목에는 지난 10.4 선언에서 합의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철도·도로 연결 등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내용도 담겨있다. 

때문에 판문점 선언에서 재정 지출이 발생하는 항목은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청와대는 법제처 등 관련 부처 간 검토를 끝내고 국회 동의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는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 동의 필요성을 다시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초당적으로 판문점 선언을 뒷받침해준다면 한반도 평화를 진척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야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처리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핵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선 비준 동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당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맞서 이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자유한국당
“북한의 신용은 없다”


자유한국당은 4.27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에 대해 “핵 폐기에 대한 북한의 담보가 있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에서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이 되면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돼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우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피할 수 없는 비용이면 국민의 동의하에 써야한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은 여러 차례 핵폐기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제 북한의 신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지원이 다시 고도화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무기 탑재 잠수함(SLBM)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확실한 담보가 필요한 것”이라며 “판문점 선언 이행 비용은, 북한의 비핵화 중도파기 시 국민이 허망하게 감내해야 할 혈세”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북핵 폐기의 확실한 담보를 제시한다면,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북핵 리스트와 철저한 검증프로그램이란 담보를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반대 입장이 확고하지만 바른미래당의 경우는 내홍에 휩싸인 분위기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 7일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기본적으로 협조한다는 손학규 대표 입장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서 개인적인 의견이 표출돼 당론인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손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기본적 협조’ 방침을 밝히자 지상욱 의원을 비롯한 일각에서 공개 반발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최고위원은 여당의 비준 동의 요구에 대해 “비준 동의안을 처리해야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지금까지 남북 교류와 관련한 여러 가지 선언이 있는데 남북 간 합의가 정권이 바뀌니 다 무산되고 다 문을 닫거나 중단된 게 있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안정성을 위해 북한에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라고 여당에선 주장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주장은 앞으로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북핵 위기가 정권이 바뀌어서 생긴 거라고 아는 국민은 없다. 첫 핵실험은 노무현 정부 때 있었고 김대중 정부 시절 우리 함정이 서해상에서 피격돼 침몰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판문점 선언과 내용이 대동소이한 6.15, 10.4 선언이 빛바랜 건 비준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북한이 그 이후 핵실험을 하고 비무장 금강산 관광객에게 사격을 가했고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등으로 우리 함정에 대해 직접적 공격을 가했고 연평도 포격으로 영토에 직접 포탄을 때렸고, 목함지뢰를 통해 우리 병사에게 상해를 가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민주당 주장을 “노동신문이 주장한 내용과 아주 동일하다”고 평가한 뒤 “민주당은 주객전도식 북한 주장에 동의하기 전에 천안함 용사들의 가족들, 박왕자씨 가족, 참수리 357호정 가족들, 목함지뢰 부상자들, 연평도에서 기습 포격에 부상당한 해병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바른미래당에선 민주당의 북한 관점만 받아들여 (그대로) 안보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얘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비준 동의안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했다.

과거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10.4 선언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못했다. 이번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도 통과 여부를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잇따른 경제정책 실책 때문에 정부를 향한 국민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국민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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