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아픔을 딛고 평화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노동당사
2018년 대한민국을 관통한 키워드는 ‘평화’다.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이 그 시작. 남북 정상이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은 온 국민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물했다. 그 역사적인 자리에 노래 한 곡이 있었다. 환송 행사를 위해 남북 정상 내외가 평화의집을 나설 때 흘러나온 노래.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4년 발표한 ‘발해를 꿈꾸며’다. “진정 나에겐 단 한 가지 내가 소망하는 게 있어”로 시작하는 노래는 그 순간을 함께한 모든 이에게 평화 이상의 무엇을 꿈꾸도록 했다. ‘발해를 꿈꾸며’는 발표 당시 철원 노동당사(등록문화재 22호)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노동당사는 한반도의 중앙에 자리한 철원군 철원읍에 있다. 관전리 민간인출입통제선(이하 민통선)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위치다. 민통선이라는 족쇄에 묶여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노동당사는 지난 2000년 민통선이 북상하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는 평화 여행지로 거듭났다.

노동당사가 평화 여행지로 다시 태어난 것은 역설적이게도 건물에 서린 깊은 아픔 때문이다. 해방 직후 미국과 소련의 군정, 이어진 한국전쟁과 분단까지 아픈 시간을 힘겹게 지나는 동안 수많은 상처가 생겼다. 이 생채기는 기피나 외면이 아니라 직시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 아픈 과거일수록 제대로 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소이산 정상 전망대에서 본 풍경
 노동당사는 철원이 북한 땅이던 1946년, 조선노동당이 철원군 당사로 지었다. 소련 군정 아래 있다 보니 소련식 건축양식을 따랐다. 현관에 돌로 만든 원기둥 두 개를 세우고, 전면은 상승감을 강조한 아치 장식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시대상이 잘 반영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건축물이라는 지금의 평가와 달리, 당시 주민에게 네모반듯한 3층 건물은 공포의 대상이었을 터. 실제로 한국전쟁이 발발하기까지 많은 반공 인사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다. 노동당사 좌우에는 경찰서와 법원도 있었다. 노동당사 왼쪽 정자 옆에는 여전히 당시 경찰서 터가 남았다.

노동당사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빈 성냥갑처럼 외벽만 간신히 남았다. 하지만 외형이 퇴락했다고 그 안에 담긴 역사가 사라진 건 아니다. 2002년 5월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고, 이후 통일기원예술제나 음악회 등 다양한 평화 기원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지난 6월에는 노동당사와 고석정, 월정리역을 오가며 열린 2018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끝났다. 2017년에는 정우성과 곽도원이 주연한 영화 〈강철비〉 촬영지로 잠시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눈으로 보고 지나던 관광지에서 머무는 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한 점도 인상적이다. 배영환 작가의 설치 작품 ‘빛의 사원’이 대표적. 예술 작품이자 전시 공간인 ‘빛의 사원’은 한국예총 철원지회에서 마련한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물로 365일 촘촘히 채워진다. 고석정국민관광지에서 열리던 토요장터가 철원DMZ마켓으로 이름을 바꿔 노동당사 광장으로 옮겨 온 것도 기분 좋은 풍경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정을 쌓는 데 장터만 한 게 또 있을까. 품질 좋은 철원의 다양한 특산물을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철원DMZ마켓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열린다.

 
경관 조명이 꺼진 노동당사 위로 아름다운 은하수가 떴다
 멋진 야경도 노동당사에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오후 8시에 노동당사를 겨눈 경관 조명이 일제히 불을 밝히면, 예쁜 조명이 도화지 위에 흩어진 물감처럼 곳곳에 스민다.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 외부와 내부 조명 색을 달리한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노동당사 야경이 유독 아름다운 건, 민통선에 인접한 곳이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빛 공해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이는 별을 보기에도, 별 사진을 촬영하기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얘기. 그러니 여유가 되면 경관 조명이 모두 꺼진 밤하늘도 놓치지 말자. 노동당사는 사진가 사이에서 별과 은하수 촬영지로 유명하다. 노동당사 경관 조명은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불을 밝힌다.

노동당사 여행은 서울역에서 백마고지역을 오가는 경원선 평화열차 DMZ train이나 통근열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백마고지역에서 노동당사를 오가는 버스를 타면 금방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신망리-대광리 구간 교량 공사로 연천역까지 단축 운행한다. 공사가 마무리되는 12월 1일까지 연천역-백마고지역 구간을 무료로 운행하는 연계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노동당사 1층은 좁은 통로를 통해 여러 개의 방이 이어진다
 노동당사 맞은편에 걷기 좋은 소이산생태숲녹색길이 있다. 노동당사에서 시작해 소이산(362m) 산허리를 따라 걷다 노동당사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 코스다. 소이산은 한국전쟁 이후 민통선에 묶였다가 해제되었으나, 지뢰 때문에 민간인은 들어가지 못했다. 2011년 소이산을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공모 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길을 만들었다. 소이산생태숲녹색길은 지뢰꽃길(1.3km), 생태숲길(2.7km), 봉수대오름길(0.8km)로 구성된다. 안내판에 전체 거리가 4.8km라고 표시됐지만, 노동당사에서 들고 나는 거리를 더하면 2km 정도 늘어난다. 소이산생태숲녹색길의 백미는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철원평야와 평강평야, 백마고지와 김일성고지까지 한눈에 담긴다.

고석정은 철원 여행 1번지로 불린다. 한탄강과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룬 곳에 정자가 들어섰다. 신라 진평왕 때 처음 세웠으나, 한국전쟁 때 소실돼 1971년에 다시 세웠다. 고석정에는 임꺽정의 전설도 있다. 조정에 상납하는 공물을 탈취해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준 임꺽정이 고석정 맞은편 절벽에 석성을 쌓고 지냈으며, 그의 영혼이 꺽지에 깃들어 한탄강에 산다는 내용이다. 임꺽정은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조선 시대 3대 의적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최근 고석정국민관광지에서 고석정을 잇는 계단 왼쪽에 새로운 전망대가 들어섰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고석바위와 한탄강이 일품이다.

민통선 안에 있는 제2땅굴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고석정국민관광지에서 출발하는 안보 견학이 유일한 방법이다. 안보 견학을 이용하면 제2땅굴은 물론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등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안보 견학 코스에 있던 철원두루미관은 지난 7월부터 빠졌다. 1975년에 발견된 제2땅굴은 지하 50~160m에 있으며, 높이 2m 규모다. 전체 3.5km 중 일반인이 갈 수 있는 곳은 입구에서 500m 떨어진 지점까지. 북한군 모형이 세워진 이곳에서 300m 더 가면 군사분계선이다. 안보 견학은 평일에 개인 차량으로, 주말과 공휴일에는 셔틀버스로 돌아본다.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하루 4회(09:30, 10:30, 13:00, 14:30) 운영한다.
 
〈당일 여행 코스〉
철원 노동당사→소이산생태숲녹색길→제2땅굴(안보 견학)→고석정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철원 노동당사→소이산생태숲녹색길→도피안사→노동당사 야경
둘째 날 / 제2땅굴(안보 견학)→고석정→직탕폭포→철원 승일교→삼부연폭포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동송,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3회(06:40~21:00) 운행, 2시간 10분~2시간 3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기차] 동두천역-연천역, 통근열차 하루 12~14회(05:47~22:10) 운행, 약 30분 소요(12월 1일까지 연천역-백마고지역 무료 연계버스 운행).
* 문의 : 레츠코레일.

○ 자가운전 정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 IC→퇴계원·일동 방면→금강로→일동사거리에서 포천 방면 좌회전→신영일로→일동터널→호국로→군탄사거리에서 고석정 방면 좌회전→갈말로→태봉로→한탄대교→고석정삼거리→화지삼거리에서 대마리 방면 우회전→월하삼거리에서 좌회전→철원 노동당사
 
○ 숙박 정보
- 썬레저텔 : 동송읍 태봉로
- 한탄리버스파호텔 : 동송읍 태봉로
- 승일펜션 : 갈말읍 태봉로
- 새바라기펜션 : 동송읍 태봉대교길
 
○ 식당 정보
- 폭포가든 : 민물고기매운탕, 동송읍 직탕길
- 한가원 : 도봉산갈비, 동송읍 창동로
- 운정가든 : 한우생갈비, 동송읍 이평로

○ 주변 볼거리
DMZ생태평화공원, DMZ철새평화타운, 순담계곡, 매월대폭포
 
글·사진 : 정철훈(여행 작가)

<정보 출처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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